2025/03 83

허규 '바다와 아침등불'

거제도 배내포라는 낙후된 작은 포구에 도선감댁 어른으로 불리는 윤노인이 산다.노인의 집안은 조상 때부터 이 곳에서 목선 조선업을 하면서 살아왔다.근년에 와서 철선의 수요가 늘어감에 따라 목선 제조업은 폐업상태에 이르렀고,게다가 그곳이 조선 공업단지로 지정되면서 원주민들은 땅을 팔고 타지방으로전출하거나 근처 조선소에서 일을 하며 살아간다.노인의 목선 공작소도 대기업인 고려조선소 확장계획에 따라 타의에 의해팔아야 할 처지에 있을 때 노인 방 벽장 속에 있는 오래된 가전품인 고서 뭉치를정리하다가 이조 중기 임진난 후에 작성된 통영장사 판옥선 조선도본을 발견하고그의 생의 마지막 사업으로 그것을 복원하기로 결심한다.그러나 자금, 인원, 기술 등의 어려움이 있고 가내의 반발과 외부의 압력으로쉽게 추진될 수가 없는 ..

한국희곡 2025.03.23

유진규 마임극 '빈손'

욕망과 아집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게 된 사람이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행위와 그것에 반대하는 힘 사이에서  외면과 내면의 충돌을 갖는다. 그리고 힘과 힘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격과 배반과 방관 등의 현상에 영향을 받으면서 그의 몸은 서서히 내부로부터 망가지기 시작한다.  더 이상 견딜 수 없게된 그의 몸은  스스로에게 반항하여 온몸을 마비시킨다. 그는 회복을 위한 길을 떠나게 된다.  망가진 몸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 자신이 아닌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몸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다. 버리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그는 알게된다. 손에 아무것도 쥐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란 것을. ..

한국희곡 2025.03.23

김정숙 '꽃가마'

때는, 병자호란직후  청나라로 끌려간 여인들이 환향녀가 되어 돌아오자 사대부 남자들의  이혼청구소송이 줄을 잇던 때이다.  어두운 밤길을 가는 꽃가마 속에 환향녀 초희가 타고 있다. 그녀는 양반가에 태어나 규수로 자라나.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문세가에 시집을 와 아들까지 낳고 보니 남부러울 것 없었으나  이제 환형녀 신세가 되고 보니 어제의 영화가 꿈일런가 가마를 막아  세우는 남편 이승지가 이제 낯설기만 하다. 가마꾼들은 승지양반이  건네주는 돈주머니를 챙겨들고 자리를 비워준다 양반인 그는 남편이라지만 환향녀인 아내를 위로는 커녕 자결하여  가문을 빛냄이 도리라며 은장도를 건낼 뿐이다. 하지만 어쩌랴? 그도 또한 양반가의 자제로서 환형녀인 아내가  살아있고 보면 가문의 수치는 물론이려니와 과거를 ..

한국희곡 2025.03.23

이해조 '자유종'

이 작품의 배경은 1908년 음력 1월 16일 밤 이매경 여사의 집이다. 등장하는 인물은 신설헌, 이매경, 홍국란, 강금운 등 네 사람이다. 이 가운데에서 신설헌 부인이 사회격으로 제일 먼저 토론회를 제의한 다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녀는 먼저 구시대의 유습인 여성의 인종(忍從)과 예속이 타파되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그리고는 여성 역시 새 시대의 의미, 국가와 민족의 앞날에 대해서 생각하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신설헌 여사의 말로 토론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여권(女權) 문제와 교육을 통한 개화·계몽, 국가 사회의 부강·자주책, 미신 및 계급·지방색 타파 등에 미친다. 먼저 여권 문제에 대해서는 남자가 절대 지배권을 행사하는 우리 사회의 폐습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와 ..

좋아하는 소설 2025.03.23

김동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포장마차 장사를 하며 형은 항상 자신보다는 철없는 동생을 걱정하며 살아가고,동생은 형과 함께 다가오는 여름날 해변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며 부자가 될 생각에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은 포장마차에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그들과 얘기하고, 웃음 짓고, 눈물도 지으며 팍팍한 신도시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간다.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팍팍할 것만 같던 신도시에서 이 작은 포장마차는 사람들 사이의숨통을 틔워준다. 형제가 순대장사를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신사, 간호사, 김밥장수, 마담, 관리소장. 신사와 간호사는 동생의 짓궂은 장난으로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러한 감정은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로를 알게 될 수록 더 깊고 따뜻하게 변화한다. 관리소장과 이들 형제는 서로 아픔을 ..

한국희곡 2025.03.22

이상우 번안 재구성 '평화씨'

극중 장소는 재활용품들이 쌓여있는 아파트의 지하실이다. 신문 꾸러미를 무대로, 폐가전제품을 무대장치로 삼아 평화씨를 비롯한 5명의 주부들(평화씨, 원복씨, 덕순씨, 경수씨, 현아씨)이「류시스트라테」라는 연극을 연습한다. 이 연극 연습을 하는데 사실 특별한 극적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하실의 소란스런 소리를 듣고 찾아온 아파트 경비원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관객들은 극중 상황(「류시스트라테」)이 연극 연습(극중 극)인 줄도 미처 모를 만큼 극중 극 속에 몰입해 있다. 뒤이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경찰과 남편들도 극의 골격을 깰 만한 어떤 사건도 일으키지 못한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현대의 아파트 주부들의 이야기를 부차적 줄거리로 바탕에 깔고 그 위에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여자들의 이야기를 주된 줄..

외국희곡 2025.03.22

김민수 '안락사 로봇 순자'

멀지 않은 미래.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민섭은 안락사 회사에 안락사 로봇을 신청한다. 그래서 온 로봇은 전설의 안락사 로봇 순자다. 연식이 오래 되어 마지막 임무를 앞둔 폐기종이다. 삶에 별 의욕이 없는 민섭. 자신과 함께 폐기될 운명에 처한 순자가 이끄는 대로 마지막 남은 일주일을 보내려 한다.  처음 도착한 곳은 순자 친구들이 모여있는 1세대 로봇들의 요양원,  자신과는 다르게 생기 넘쳐 보이는 로봇들의 생활이 신기하던 찰나 권담이라는 한 사내를 만나게 되면서 민섭의 순탄한 안락사 여정이  틀어지게 되는데.... 권담의 모친 이름이 순자. 인간 순자의 안락사를 해준 로봇 순자. 인간 순자의 요청대로 성형수술을 하고 이름도 순자로 바꿨다. 그래서 권담이 안락사 로봇 순자에 모정을 느끼는 것이다. 1주일의..

한국희곡 2025.03.21

장 아이링 '홍 장미 백 장미'

홍 장미 백 장미> 원작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퉁전바오는 영국유학을 한 엘리트로 상하이에 있는 외국계 회사의 고급 엔지니어다. 사업가 친구 왕스홍의 아파트에 들렀다가 그의 아내 왕자오루이와 사랑에 빠진다. 이 성숙한 몸에 소녀적 감성을 지닌 정열적이고 사랑스런 여인과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가 남편과 이혼하겠다는 말에 깜짝 놀라 그녀와 헤어지고 모친의 권유로 참한 규수 멍옌리와 결혼한다. 그러나 무뚝뚝한 아내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점점 가정에서 멀어진다. 어느 날 전차에서 정숙한 어머니가 되어 있는 자오루이를 만나 혼자 후회막급! 한편 아내는 치파오를 맞추느라 드나들던 재봉사와 외도한다. 얻지 못한 것을 동경하는 인간의 심리가 잘 드러난다. 장 아이링은 이렇게 말한다. “아마 모든 남자들에겐 이런 ..

외국희곡 2025.03.21

한윤섭 '조용한 식탁'

10년 전, 아버지와 아들이 아내이자 엄마를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술에 취해 거리의 여자를 찾아가선 한참 망설이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고등학생 아들은 우연히 아버지의 뒤를 미행하게 된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아버지는 결혼할 여자를 데리고 온다.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식사를 시작한다.10년 전,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여인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이들은 지금 왜 이 '조용한' 식탁에 함께 앉아 있을까?    여인은 조그만 커피 점을 운영하는 사람이다. 나머지 등장인물 두 명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이들 부자에게는 부인과 어머니가 없다. 10년 전 병으로 죽었다. 장례식이 있은 후 얼마 후 너무나 우연히 이 두 남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여인을 따로따로 만나게 된다..

한국희곡 2025.03.21

안데르센 원작 차범석 각색 '그림 없는 그림책'

가난한 구둣방집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불화속에서 공부도 못하고  외롭게 자라나는 한스는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고 오직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간다. 그러다 어느날 용기를 내라는 달님의 얘기를 듣고  부푼 가슴을 억제하지 못해 부모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지만 친구들은 그러한 한스를 거짓말장이라고 놀려댄다.  실의에 빠진 한스는 달님에게 다시 외친다. 달님! 나에게 뭐라고  한마디 위로의 말을 해주세요. 달님...  유랑극단에서는 어릿광대인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는 어린 소녀  안나는 극단 단장으부터 늙고 병들은 아버지를 쓸모없다고 내쫓으려  하자 안나는 불쌍한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애원하지만 단장은 냉정하게 거절한다. 한편 한스는 자기의 꿈을 살리기 위해 유랑극단에 숨어들어 극단에서 ..

외국희곡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