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탈리 사로트의 첫 희곡 은 무명의 인물들과 화제의 중심에 선 장피에르가 대립하는 독특한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극중 인물들은 침묵을 고수하는 장피에르를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원하기도 하고 재담도 떨어보지만 무거운 침묵이 계속된다. 그리고 이런 침묵은 불안과 동요를 일으키며 긴장을 고조시킨다. 성경 구절을 인용한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장피에르의 침묵은 구원보다는 부정적인 압박으로 다가오며,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하는 언어의 허망함을 드러낸다. 장피에르가 침묵하는 이유를 내성적인 성격이나 지적 우월감 같은 심리적· 사실적 잣대로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작가 스스로 밝혔듯 작품의 표면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중요한 것은 침묵이 일으키는 파장 자체이기 때문이다. 작가 사로트는 ‘왜’라고 묻는 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