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주희 '역행기(逆行記)'

clint 2026. 1. 26. 21:43

 

 

가까운 미래. 혹은 가까운 과거.

물줄기가 끊기며 메마른 땅이 된 강가 주변 폐허가돤 어느 집.

삶의 끈을 놓으려던 '인안나'는 자신의 집이 부서지던 중 바닥 아래 
미지의 지하세계로 서판 '둡'과 들어선다. 
그곳은 잃어버리고 잊힌 것들이 모여 사는 거대한 집이자, 
모든 기억이 망각되는 신비로운 웅덩이 '키갈'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인안나는 그곳에서 몸에 뿌리가 자란 할머니 '주머니', 
망치를 짊어진 채 네 발로 서 있는 언니 '핑크', 
돌과 한 몸이 되어가는 '돌덩이' 등 믿기지 않는 모습의 가족들을 만난다. 
이들은 서로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깊은 상처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지하세계 깊숙한 곳에서 인안나의 어머니 '에레쉬'가 깨어나면서, 
잊혔던 가족의 비밀과 과거에 대한 실마리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2024년 국립극단 창작희곡 공모 대상 수상한 작품이다.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그리고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 작품.”
“수 세대에 걸친 여성의 문제를 신화적 외연으로 확장하며, 깊은 지하로 하강하고 
다시 상승하는 과감한 공간화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 개인의 무너진 일상과 집의 붕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확장시켜, 
폐허의 바닥 아래 펼쳐진 지하 세계로 관객을 이끈다. 
그곳에서 단절되었던 세대의 여성들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구원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연대의 가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2025년 9월 신재훈 연출로 낭독공연을 했고, 
2026년 국립극단 공연예정인 작품이다.

 

 

8년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던 잉여인간 ‘이슈타르’가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을 때 지하세계로 역행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지상의 여성이 시간과 공간을 역행하는 걸음에 신화적 외연을 부연해 
급속도로 성장해 온 한국사회가 수 세대 동안 무심하게 지나쳤던 
사회적 문제를 드러낸다. 
<역행기>는 “이야기가 요구하는 상상적 공간의 스케일, 그리고 이야기를 추동하는 
주제의 다층성을 감안할 때 대작이라 부를만한 작품이다.

 

 


김주희 작가의 말
'바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온 이가, 바닥아래의 존재들을 느낄 수 있다면,' 

이 희곡은 그 가능성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끊임없이 훼손되어 가는 땅에 무수한 이야기가 쌓여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땅 위에 서있을까요. 함께 서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 

복원해 낼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뒤편에 서 있었던 이들의 바닥과 마주하고 

그들의 팔을 물려받기 위한 작은 노력입니다. 

서로의 기억과 몸이 섞이는 시간 속으로의 여행이자, 

섞이기를 요청하며 조심스레 내민 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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