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4479

고연옥 '인류 최초의 키스'

한 번의 실수로 17년을 살고 자신의 죄에 대해서 반성도 하였건만 계속해서 형량이 늘어가던 학수. 사기죄로 들어와 종교-개신교-에 심취한 성만. 큰형님 대신에 사람을 찌르고 감옥으로 들어온 폭력배 상백. 같은 감옥에 20년 동안 있으면서 그간에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같은 공간과 의미없는 시간들이 그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방장 동팔. ... 작품은 계속 반복되는 그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은 조금씩 그 버전만 달라질 뿐 결국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마누라와 딸을 그리워하다가 미쳐버린 학수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자신의 똥 속에서 발견하고 어느 날인가부터 정신이상이 된다. 그리고 감방 동료들은 점점 미쳐가는 학수를 보면..

한국희곡 06:59:05

송인현 '은어송'

은어송은 일찍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았지만 주인이 죽자  새경도 못받고 쫓겨난다. 더군다나 산적들의 횡포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때, ‘백성이 하늘’이라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가 나타난다. 은어송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 속에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 것 아닌가.   은어송은 맹수들한테 당할 것 같아 송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찾아와 하룻밤 머물 것을 청한다. 은어송은 망설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여인을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워주는데,  여인이 실수하여 그만 송아지를 잃는다. 그렇지만 은어송은 어차피 주은 소라며 오히려 여인을 위로한다. 둘은 정한수를 놓고 부부의 ..

한국희곡 2025.02.16

마임 두 도둑 이야기

두 도둑이 시커먼 골목길의 어느 집 담장을 뛰어오른다.  숨소리도 죽여야할 이 긴장된 순간에 두 도둑은 어딘지 모를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으로 침입한 두 도둑. 이들이 금고에서 꺼낸 것은 무엇일까?! 신나게 금고를 털며 좋아하던 이들 뒤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금융위기니 실물위기니 가슴 퍽퍽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는 이 시기에, 두 마임이스트의 절절한 움직임은 우리네 삶의 몸부림을 웅변한다. 빼앗기고 억눌리고 소외당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내 두 도둑의 엉뚱한 꿈으로 전이된다. 엉뚱한 꿈이란 이들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오늘을 살고, 또 다시 꿈을 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듯, 두 도둑도 그렇게 꿈을 꾼다.  어쩌면 유홍영과 고재경이..

한국희곡 2025.02.16

이상훈 '장난감 병동'

가까운 미래. 토이를 치료하는 장난감 병동.  10대 소녀의 각별한 친구였던 FR003이 병동을 찾아온다. 이곳 닥터는 로봇 치료에 권위자이다.자신에게 탑재된 교감 기능으로 그녀에 깊이 공감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FR003.엄마와는 이혼한 아빠가 미국에 근무하며 홀로 있는 딸인수에게 선물한 공감 로봇이다. 극은 낯선 감정에 동요하는 열일곱 소녀 '수',  한동안 수와 FR003은 서로 공감하며 친해진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와의 일에 FR003가 개입하면서   급속하게 냉각된다. 그래서 버림받은 FR003은 외친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어?" 닥터는 FR003의 요청대로 할 것인가?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미묘하게 변해가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모든 것이 프로그램 된 사회에서 인..

한국희곡 2025.02.16

박운원 '갈잎의 노래'

부호 윤 노인의 그늘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강 수위는 슬하에 두 자식이 있다. 주인에게 대한 의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 수위와는 달리, 아들 석(중학생)은 이름난 개구쟁이고, 딸 미애(여대생)는 물고기처럼 발랄한 아가씨, 고등학교 때부터 펜팔로 사겨온 일선의 권인섭 하사를 열화같이 흠모한다. 6·25때 처자식을 잃은 윤 노인은 이들 두 남매를 손자처럼 사랑하는데, 윤 노인의 후실인 여사장은 그녀의 사생아 영호를 윤노인의 상속자로 만들어놓은 터라 이들 두 남매가 눈에 가시다. 군에서 제대한 권 하사가 꿈에 그리던 미애를 찾아 별장에 오든 날은 불행하게도 윤 노인 임종의 날. 미국에서 재산상속 차 임시 귀국한 영호 때문에 권하사는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하고 낡은 트렁크 하나만 미애에가 맡기고 떠난..

한국희곡 2025.02.15

안현정 '선인장'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 남자는 제자.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관습과 금기를 넘어서서 결혼을 한다.공식대로라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나고, 우린 그들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다.그런데 이 연극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영원히 사랑할 거라던 믿음과는 달리,그들의 사랑은 흔들린다. 남자가 큰 빚을 진 게 밝혀지고 사기를 당한 것이다.남자는 실패를 만회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더욱 추락한다.여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여자는 삶에 지치고, 남자는 여자의 변한 모습에 질린다.남자가 여자에게 준 선인장은 점차 말라가고...여자는 현실을 견디기 힘들 때마다 추억 속으로 도피한다.그 속에서 순수했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과거의 남자를 만난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현실은..

한국희곡 2025.02.14

오태영 '보행연습'

한 남자(K)가 지하실, 혹은 사방이 벽으로 된 방에 갇혀 있다. 초췌한 모습이다. 잠시 후, A와 B가 들어온다.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은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K가 잘못을 저질러 A와 B가 감시하는 중이다. 이들은 K를 조롱하며, 여기를 탈출할 생각은 말라고 한다. 모두 밀폐된 곳이란다. 그리고 이들은 포커를 친다며 문을 닫고 나간다. K는 둘러보다가 벽 사이의 틈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나간다. 잠시 후, A와 B가 들어와 A가 재빨리 그 틈으로 나가 K를 잡아온다. 나간 곳도 전부 막혀 있고 주방과 화장실만 있는 곳이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K도 순순히 포기하고 다시 원래의 방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A와 B도 이곳의 구조가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른다. 그들은 한..

한국희곡 2025.02.13

김희창 '바보와 울보'

고구려 평원왕은 울보인 평강 공주에게 늘 바보 온달한테나 시집가라 농담한다. 장성한 공주가 무예경합에서 우승한 고대성에게 시집가라는 왕의 명령을 어기고 온달에게 시집가길 청하여 궁에서 쫒겨난다. 온달을 찾아간 공주는 의심하는 온달과 온달모를 설득해 결혼한다.  공주는 살림을 차리고 지혜로써 궁마를 사서 길들이며 온달을 가르친다. 온달은 국중 수렵 모임, 압도적으로 사냥을 해, 장군으로 전쟁에 나아가게 되고  공을 세움으로써 사위로 인정받고 대형의 벼슬을 받는다. 온달이 한수유역 탈환 전쟁에 자진해 나아가 전사한다. 공주가 움직이지 않는 온달의 시신을 달래어 저승세계로 인도한다   온달설화는 온달의 영웅적인 행적을 중심으로 『삼국사기』권 제45열전에 수록되어 전하는 이야기이다. 온달설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한국희곡 2025.02.12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JUMP'

일상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별난 가족의 별난 이야기다. 오늘은 바로 무술 고수 가족에게 특별한 손님이 오는 날이다.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할아버지 성화에 집안 대청소로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매일 술에 취해 지내는 삼촌 때문에 애써 청소한 것이 모두 엉망이  되어 버리는데.. 하필 그때! 할아버지가 손님을 모시고 온다. 딸에게 첫눈에 반한 그 샌님은 이 별난 가족의 성에 찰 수 있을지? 하지만 순하디 순해 보이는 이 청년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이 사람의 정체는?  손님이 오셨다고 무술 가족의 수련시간을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모두 각자의 빼어난 무술 실력을 한껏 뽐내는데.. 한편, 짓궂은 가족들은 사위가 되겠다고 찾아온 이 손님을 그냥 둘 리가 만무하다. 잔뜩 ..

한국희곡 2025.02.11

송성한 '사곡사곡'

막이 오르면 어느 작은 역의 대합실. 무덤처럼 고요한 대합실의 창밖에 거센 바람이 지나간다.  어두운 대합실 안에 한 거지같은 차림의 사내가 조각처럼 앉아있다.  여기에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역부이다. 등이 몹시 굽은 데다가 여위고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등불을 들고 나오다가 사내을 발견한다. 사내는 역부에게 여기가 사곡(沙谷)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역부는 아니라고 사곡(死谷)이라고 말한다. 역부는 사내의 말에 공포와 살기, 죽음의 냄새를 느낀다. 역부는 여기를 떠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사내는 복수의 신념으로 열차에서 내릴 누구를 기다린다.  이때 멀리 기적소리가 들린다.  살기가 어린 사내의 과거는 피아니스트였다. 사랑과 증오의 외길에서 친구에게 손가락을 잘리고 애인까지 빼앗겼다. 복수의 일념으로..

한국희곡 2025.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