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민정 '인과 연'

clint 2025. 4. 11. 14:25

 

 

어느 날 꿈에서 깬 '공주' 
징그러운 '뱀'이 자신의 안쪽 다리를 감고 있음에 깜짝 놀란다.
위험하고 민망하여 떼어낼 수도 없어 곤경에 처한 '공주'.
'왕'은 칼을 들고 '뱀'을 공격해 떼어내려 하는데,
'뱀'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
'공주'가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자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하며,
'공주'를 휘감아 궁궐 담을 넘어 달아나 버린다.
'공주'를 구하러 나선 '왕'과 '군사들'...
'왕'보다 먼저 '공주'를 차지하려는 '주대감'의 무리... 
공주의 시종 '소야'와 '금봉',
그리고 '늙은 노파'와 '산적떼'의 비밀은 무엇일까.
'공주'의 다리를 휘감아 옥죄는 '뱀'과 궁 밖 세상을 떠도는 
'공주'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생과 저생의 굴레에서
'공주'와 '뱀'은 어떤 인연으로 만날 것일까.

 



극단 도모의 연극 ‘인과 연’(김민정 작, 황운기연출) 강원연극제 대상 수상작으로 2024년 대한민국연극제 본선공연한 작품이다.
연극 ‘인과 연’은 춘천 청평사에 전해져 내려오는 ‘상사뱀과 공주’ 전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은 원형과 흑백의 이미지를 활용해 인연, 윤회, 업보의 의미를 시각화,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영원한 사랑을 말했었지만 현생이 끝날 때까지도 사랑하지 못하는 것이 현시대의 인간의 모습이다. 그래서 인간은 죽음까지 초월한 사랑한 이야기를 동경하고 이생에 못다한 사랑을 차생에서라도 이루어지길 원한다. 그러나 이생에 못다한 이야기를 차생에서 하려면 환생을 해야 하고 환생은 윤회 속에나 가능하다. 연극 [인과연]은 인연과 윤회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사람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윤회나 환생을 믿지도 않는다. 하지만 과거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으며 사람을 만나는 방법 또한 다양해졌다. 현실보다 가상의 온라인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일이 더 많아졌으며,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을 만난다고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많다. 이렇듯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연 중 빗나간 욕심 만든 만남이 어떤결과를 만들지 생각하지 못한 채 그 만남 자체를 소비하는 모습이 지금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남긴 인연의 상처는 나비효과처럼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현생에서 그 파장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음 생에 혹은 2세 3세를 통해서라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엇나간 사랑했던 매순간이 소중하기에 우리는 만남과 인연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 할 필요가 있으며 보이던지 보이지 않던 상대를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비록 죽어 뼈가 재가 될지라도 
이 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리.
내가 살아 백번을 윤회한대도 
이 한은 정녕 살아있으리.
천지가 뒤바뀌어 태초가 되고 
해와 달이 빛을 잃어 연기가 되어도
이 한은 맺히고 더욱 굳어져 
세월이 흐를수록 단단해지리라.
내 한이 이와 같으니 
당신 한도 정녕 이러하리라
두 한이 오래도록 흩어지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만 날 인연 있으리."

 

현재, 청년이 어느 노파를 만나고 그 노파가 보여준 이 글귀...

과거, 죽기전에 공주에게 남긴 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