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69

작가미상 부녀가사 '덴동어미화전가'

시작은 화전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삼월 꽃놀이하기 좋은 날을 택일하여 덴동어미는 엿 한고리를 이고서 화전놀이에 참석한다. 순흥 지역의 비봉산으로 덴동어미의 고향이다. 한창 즐기는 도중에 청춘과부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14살에 시집 올 때 백 년을 살자 했던 남편이 겨우 3년을 함께 살고 세상을 등진 남편과 열일곱의 나이에 청춘과부가 된 여성의 하소연이다. 자리를 박차고 가려는 청춘과부를 향해 덴동어미는 그녀를 말린다. 덴동어미는 배필을 잘 만나는 것도 못 만나는 것도 모두 팔자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일생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1. 덴동어미는 영주의 순흥 임이방의 딸로, 예천의 장이방의 며느리가 되어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혼인한 이듬해 같이 처가로 왔다가 단오가 되어 ..

한국희곡 09:48:08

장정일 '해바라기'

희곡 작가인 주인공 김인은 어느 날 기획자로부터 원고료를 선금으로 받고 상업주의적인 작품을 써 달라는 청탁을 받는다.(헨리 밀러의 소설을 희곡 각색)그러나 아무리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해 보려 해도 상상력이 작동되지를 않는다. 그리고 무의식의 심층 표현인 꿈속에서는 고양이로 상징되는 현실적 감시의 눈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포르노로 각색하고 있는 헨리 밀러조차도 순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강박적인 부정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한 김인은 창작이 막힐 때마다 여성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는 타락한 신성에 대한 확인의 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그로 인해 그의 언어는 각색만을 반복할 뿐이다. 이러한 불능에 대한 참담한 강박관념에 자신의 중지를 잘라버리는 자해 행위로 비약한..

한국희곡 06:10:28

장성희 '매기의 추억'

* 이 작품은 정태원 역, 츠츠이 야스다카의 단편소설 ‘그녀들의 쇼핑’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되었다. ((J 미스터리 걸작선), 태동출판사, 1999) 현선, 명자, 민자, 선민, 중년이 된 여고 동창생 4인은 모교 발전기금을 모은다는 명목 하에 부자로 사는 동창생의 아파트를 방문한다. 집 주인 성자는 골프 투어 중으로 아직 귀가하지 않았고 그녀들을 맞이하는 것은 연변 출신의 가정부 아줌마뿐이다. 주인의 도착은 점점 늦어지고, ‘연변댁’ 마저 개인사정으로 외출해 집을 잠시 비운다. 여자들은 차와 와인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오가는 수다 가운데 그녀들 사이의 해묵은 감정들이 드러난다. 시간은 흐르고 성자는 여전히 도착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냉장고를 뒤지고 드레스 룸을 엿보는 등 점점 대담해져 간다. ..

한국희곡 2025.06.25

뮤지컬 '안녕, 지구'

'이별'을 잘 알지 못하는 아이가 어린왕자를 통해 알아가는 이야기다. 한 지구는 7살이지만 아직 혼자 힘으론 한글을 읽지 못한다. 그래서 별 여행 떠난 엄마가 남기고 간 책 어린왕자가 늘 궁금하다. 바쁜 아빠는 책 읽어달라고 하면 매일 "내일 내일"로 미루기만 할 뿐 책을 읽어주지 않는다. 오늘 밤엔 꼭 읽어주겠다던 아빠가 먼저 잠들자. 실망한 지구는 혼자 책을 본다. 하지만 글을 몰라 너무 답답하다. 어린왕자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해나가는데, 그때 어린왕자가 나타난다. 어린왕자가 지구를 데리고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어린왕자와 함께 7개의 별 여행과 지구에서 만난 친구들을 함께 만나면서 지구는 헤어지 는 마음을 알아가고 '이별'을 배운다. 이 여행의 막바지에서 지구는..

외국희곡 2025.06.25

이대영 '박무근 일가'

한 여자가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재판장에 선다. 그 여자의 이름은 이순임, 그녀는 시아버지 살해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아니, 오히려 남편이 죽인 거라고 외친다. 그러나 남편 박무근은 이미 얼마 전에 자살하였다. 대체 시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이 집안에 무슨 일들이 일어난 것일까?연극은 이순임의 회상을 타고 들어가 무대 위에 가족들을 한 명씩 불러내며 시작된다. 모든 일은 박무근이 회사에서 퇴직 당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소심한 가장은 가족들에게 퇴직 사실을 알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가족들의 눈이 무서워서. 그래서 박무근은 실직 후 8개월 간 이사로 승진했다는 등 엄청난 거짓말을 해왔다. 그 후, 가족들은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철저히 자기 욕망을 앞세우며 그를 원망한다. 가족 간의 불..

한국희곡 2025.06.24

뮤지컬 'My Fair Lady'

1막 헨리 히긴스 교수는 어느 날 런던 뒷골목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초라하지만 아름다운 꽃파는 처녀 일라이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언어학자였던 그는 그녀가 쓰는 지독한 지방사투리에 관심을 가지고, 장난기 반 호기심 반으로 그녀의는 거친 말투와 행동을 교정하려 한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개인교습을 받게 되는데, 정작 그녀 자신에게는 이 교육이 고문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그녀는 히긴스 교수가 요구하는 대로 상류층 세계에 맞는 언어와 예절을 습득하게 된다. 2막 드디어 화려하게 사교계에 데뷔하는 일라이자, 위선에 가득찬 런던 속물들은 그녀의 우아하고 교양 있는 외모와 행동거지, 말투에 혹해서 그녀를 양갓집 규수로 오인하고 수많은 추종자의 구혼세례까지 받는다. ..

외국희곡 2025.06.24

박근형 '아오모리의 비'

짧은 인생의 어느 순간, 예기치 않은 비를 맞게 되는 때가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연착되는 배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럴 때 우리는 간혹 내 안의 나를 만나기도 한다. 거짓말처럼... 무대는 아오모리에서 훗카이도로 가는 페리선 항구다. 하체불구의 늙은 여인과 오랜 지기로서 그녀를 돌보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가진 할머니, 공개적인 밀월여행을 떠나는 남녀와 남편을 따라 동승한 부인, 페리선 승무원 셋, 할아버지를 찾아 바다로 나가려는 정체불명의 치과의사 하나, 이렇게 4개의 서사에 한국인들로 일본에 에로영화를 촬영하러 온 감독과 에로배우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맛깔스런 5개의 이야기들이 차려진다. 무대에 등장하는 17명의 배우들은 모두 문제적 개인으로 그려진다. 에로 ..

한국희곡 2025.06.24

김덕수 '사막, 반경 10미터 '

남자, 여자를 만나다 우린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내가 보고자 하는 너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보게 된다. 〈사막, 반경 10m〉은 이러한 인간의 만남 속에 드러난 엇갈림과 소통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무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막은 소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또한, 이 거대한 막에 비추어진 그림자는 우리들의 자의식의 상징이다. 우린 이러한 자의식을 통해 타자에 대한 왜곡된 기억을 간직하게 되며,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타자와의 정상적인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저, 거대한 자의식의 벽을 넘어 남자와 여자는 과연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이 작품은 이러한 만남의 가능성을 시도한다. 세상은 참으로 물기는 적고 증발은 빠르다!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

한국희곡 2025.06.23

후안 마요르가 '비평가'

진실을 갈망하는 비평가에게 놀라운 진실을 가지고 작가가 찾아온다.성공한 극작가 스카르파는 오랜 침묵 끝에 발표한 새 작품의 초연이 있던 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비평가 볼로디아를 찾아간다. 그는 볼로디아에게 자기가 보는 앞에서 오늘 공연의 평론을 쓰길 요청하고, 볼로디아는 이에 스카르파의 기대와는 다른 평가를 내린다. 두 사람의 논쟁은 작품을 서로 복기해가며 더 치열해져 가고 그 과정에서 숨겨졌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연극을 대본이나 공연으로 감상하고 내놓는 비평가의 의견은 작품에 담고 싶었던 창작자의 의도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단순히 관련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경험했던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사회와 인간으로 인식을 확장시키며 작품 이해와..

외국희곡 2025.06.23

차신자 '목마(木馬)'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는 경화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는 친구 지원. 이 둘은 똑같이 상현을 사랑하고 있다. 모두 같은 회사 직원이고 그들은 회사 행사의 일환으로 속리산에 1박2일 단체 여행을 간다. 델리케이트한 이들의 심리와 갈등 속에서 경화는 지원을 오해하게 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가책과 불안을 느낀 경화는 스스로 상현에게 과거를 토로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 하나의 슬픈 과오임을 알게 되고... 상현은 경화의 성격상의 비극을 가슴아파 한다. 197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이다.과거를 가진 젊은 숙녀의 상처가 애정의 고민 속에서 터져 나오는 이야기를 부드럽고 감각적으로 그린 작품이다.이대국문과를 졸업한 작가 차신자씨는 70년도 「중앙문예」에서도 『행선지』로 가작 입선한 바 있다. 당선소감-..

한국희곡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