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화전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삼월 꽃놀이하기 좋은 날을 택일하여 덴동어미는 엿 한고리를 이고서
화전놀이에 참석한다. 순흥 지역의 비봉산으로 덴동어미의 고향이다.
한창 즐기는 도중에 청춘과부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14살에 시집 올 때 백 년을 살자 했던 남편이 겨우 3년을 함께 살고
세상을 등진 남편과 열일곱의 나이에 청춘과부가 된 여성의 하소연이다.
자리를 박차고 가려는 청춘과부를 향해 덴동어미는 그녀를 말린다.
덴동어미는 배필을 잘 만나는 것도 못 만나는 것도 모두 팔자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일생담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1. 덴동어미는 영주의 순흥 임이방의 딸로, 예천의 장이방의 며느리가 되어 시집을 가게 된다. 하지만, 혼인한 이듬해 같이 처가로 왔다가 단오가 되어 장이방이 그네을 뛰다가 떨어져 세상을 등지게 된다. 그리고 양쪽부모 의논하고 허락을 받아 이승발이라는 자의 후취가 되어 상주로 떠나게 된다.
2. 두 번째 결혼, 재혼: 이승발과 혼인한지 3년 되던 해, 상주목에 조씨 성의 지방관이 부임하게 된다. 새로운 지방관의 부임은 이승발의 집안을 급속히 몰락시킨다. 수만 냥에 해당하는 이포(吏逋)를 징수하여 재산을 몰수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시아버지는 장독으로 7개월 만에 사망하고, 시어머님 역시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니 빈털터리가 된 이승발과 덴동어미만 남게 된다. 유리걸식하던 덴동어미 내외는 군노 부인에게 고용되는 신세가 되고, 덴동어미는 5년만 고생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남편인 이승발에게 이야기한다. 200냥을 선불로 주겠다는 주인의 말에 평생 하지 않던 마죽 쑤기, 소죽 쑤기, 마당 쓸기 등 일을 해낸다. 선불로 받은 돈은 일수, 월수를 놓아 돈을 불리는 목돈으로 이용하고 결국 3년이 지나 큰돈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병술년 괴질로 인하여 남편을 비롯하여 주변의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 덴동어미는 다시 혼자가 되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두 번째 결혼생활이 끝이 난다.
3. 세 번째 결혼: 덴동어미는 다시 빌어먹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던 중 울산 읍내 황도령이 덴동어미에게 자신의 불쌍한 신세를 이야기하며 삼십 넘은 노총각과 삼십 넘은 혼과부가 서로 만나 같이 늙는 것이 어떠하냐고 묻는다. 불길한 자신의 과거를 듣고도 적극 청혼하는 황도령. 그래서 도부장사로 생계를 유지하며 10여 년을 함께 생활한다. 하지만, 천둥소리와 함께 소나기가 쏟아지더니 주막 뒷산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로 황도령이 죽는다.
4. 네 번째 결혼: 세 번의 결혼이 모두 남편의 죽음으로 끝난 덴동어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주인댁이 “팔자 한번 또 고치게”라는 말에 고민하지만, 결국 주인댁이 주선한 엿장사 조첨지와 네 번째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두 사람은 장을 돌아다니며 엿장사를 하던 도중 아들까지 낳았다. 별신굿이 있을 것이니 호박엿을 많이 고아 두라는 요청으로 사흘 밤낮으로 엿을 고다가 집에 불이 나게 된다. 결국, 화마가 덮친 집에서 아들만 구해 나온 덴동어미는 조첨지의 주검을 보게 된다. 결국, 덴동어미는 수족에 화상을 입은 덴동이를 업고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고 화전놀이에서 만난 청춘 과부들에게 젊을 때 빨리 개가하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끝난다.
<덴동어미화전가>는 '소백산대관록(小白山大觀錄)'에 수록된 화전가(花煎歌)로, 영주시 순흥을 고향으로 하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가 겪었던 네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상부(喪夫)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하층 여성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덴동어미’는 네 번째 결혼에서 얻은 아이가 불에 덴 후부터 불리기 시작한 이름으로, 한 여성의 파란만장한 삶에 대한 탄식을 제대로 보여주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화전가는 규방가사의 일종으로, 영남지방 동족부락의 양반 부녀들이 중심이 된 놀이에서 부르던 가사이다. 1년에 한번 청명절을 전후하여 일가의 부녀자들이 명승지를 찾아가서 풍류적인 야유회를 하고, 그 현장에서 두견화를 따 모아 화전병을 만들어 먹으면서 화전가를 창작하였다. <덴동어미화전가>의 경우 이러한 사설에 덴동어미가 겪은 네 번의 결혼과 네 번의 상부를 더한 장편화된 작품이다. (극본: 최원장)
덴동어미는 임이방의 딸로 태어난 여성 인물이며, 처음부터 하층 여성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이 반복될수록 그녀의 신분은 점점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 전래가사는 하층 여성의 현실을 몇 가지 측면에서 묘사한다. 첫 번째는 하층 여성의 개가에 대한 인식인데, 과부에게 수절을 강조하는 상층 여성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덴동어미는 4번의 결혼을 선택하는 삶을 사는데, 이는 하층 여성들에게는 개가가 비교적 개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층 여성이 계속된 개가를 선택한 것은 당시 사회 풍조와 연결된다. 당시의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덴동어미가 거듭되는 개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선시대의 여성은 남성을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덴동어미는 계속된 개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네 번째 남편의 죽음 이후에는 ‘덴동이’라는 아들에게 의지하는 여성을 보여주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된 개가를 선택하며 남자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던 덴동어미는 현실을 한탄하거나 회피하기보다 언젠가 고진감래 하리라는 기대하고 살아가는 여성으로 그려진다. 즉 주어진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강인한 여성의 모습으로 변화해가는데, 이것이 바로 당시 하층여성의 현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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