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4483

안경모 '오페라 스토킹 '

세상에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그 종류보다 수백 배, 수만 배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세상에는 깔려지게 된다. 이 작품에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라디오 방송의 한 프로그램의 MC인 혜은이 있고,  그녀에게는 가수인 남자친구 민성이 있다. 그 사이에 혜은의 방송 PD가 있고, 그 세 사람 사이에  PD의 딸인 묘경이 가세한다. 그리고 남은 한사람. 아무도 모르는 한 사람, 하지만 그 모두를 알고 있는 한 사람. 그로인해 이 이야기는 진행되고 마쳐진다. 사람이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또 사람이 사람에게 집착한다는 것. 아무것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내보이고 있다는 것. 무방비 상태의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인해  자신의 정신과 자아의 세계는 으깨지고 갈려..

한국희곡 2025.02.19

오지윤 '아빠의 고백'

택시기사인 아버지 병수와 딸 선영 사이에 웃음과 대화가 사라진 건 10년 전,  병수의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자신보다 더  무뚝뚝한 딸 선영과 친해지고 싶다. 그러나 딸은 핸드폰으로 남친과 통화해도 자기를 본 채 만 체하다 보니 그 남친이 얄밉기만 하다. 선영이 어느 날 남친에 끌려 신력이 떨어져 거의 사기꾼(?)에 가까운 무당 점집을  찾아간다. 그리고 나중에 홀로 찾아가 자신의 엄마를 만나게 해달라 하고 그러려면 현대판 굿을 해야한다는 무당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그 굿을 하는 날 엄마를 만나는 선영. 우연히 집에 들른 아버지는 그 장면을 목도하고 자신이 구천을 떠도는 영혼임을 알게 된다. 아내가 죽고 그도 얼마 후 사고로 죽은 것이었고 평상시와 똑같이 택시기사로 출..

한국희곡 2025.02.19

엄창석 원작 '빨간염소들의 거리 '

주인공은 중학생 시절 대구 열차전복사고들 당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헤맬 때, 학교 측의 배려로 병실에서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주인공은 시험지를 찢고 입에 넣어버린다. 낙제를 시킬 테면 시키라는  일종의 포기 심리의 발동에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생사기로에서까지  시험을 치른 영웅으로 대접한다. 그러한 조처에 주인공은 오히려 환멸을 느낀다. ​주인공은 미술부에 들어가 아그리파, 줄리앙, 세네카, 미켈란젤로 등  석고상 인물 하나하나의 내력을 들으며 그림에 심취하게 된다.  주인공은 밤이 늦도록 미술실에 남아 그림그리기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유도부 학생들과 다툼을 벌이게 되고 폭행을 당한다. 학생들 중 운동권에서 활동을 하다가 죽은 선배가 있어 추모행사에  주인공과 학우들이 참석하지만,..

한국희곡 2025.02.18

위기철 '나 어릴적에, 아홉살 인생 '

여민은 한때 깡패였던 아버지와 한쪽 눈을 실명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아홉 살 소년이다.  산동네로 이사 와서 이웃들에게 전을 돌리던 중, 부모 없이 누나와 둘이  사는 기종이라는 아이와 만나 친구가 된다. 기종은 자신의 상상으로부터  만들어진 세계 속에 사는 거짓말을 잘 하는 소년이다.  이후 여민은 산동네와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자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외롭게 살다가 죽은 토굴 할매,  집안형편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대우하는, ‘월급기계’라는 별명이 붙은 선생님,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골방철학자,  무허가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월세를 받는 풍뎅이 영감,  신경질적이어서 여민을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누군가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알게..

한국희곡 2025.02.18

고연옥 '인류 최초의 키스'

한 번의 실수로 17년을 살고 자신의 죄에 대해서 반성도 하였건만 계속해서 형량이 늘어가던 학수. 사기죄로 들어와 종교-개신교-에 심취한 성만. 큰형님 대신에 사람을 찌르고 감옥으로 들어온 폭력배 상백. 같은 감옥에 20년 동안 있으면서 그간에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같은 공간과 의미없는 시간들이 그를 무력하게 만들어버렸다. 방장 동팔. ... 작품은 계속 반복되는 그들의 하루하루의 일상으로 시작된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은 조금씩 그 버전만 달라질 뿐 결국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마누라와 딸을 그리워하다가 미쳐버린 학수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자신을 자신의 똥 속에서 발견하고 어느 날인가부터 정신이상이 된다. 그리고 감방 동료들은 점점 미쳐가는 학수를 보면..

한국희곡 2025.02.17

송인현 '은어송'

은어송은 일찍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았지만 주인이 죽자  새경도 못받고 쫓겨난다. 더군다나 산적들의 횡포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때, ‘백성이 하늘’이라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가 나타난다. 은어송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 속에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 것 아닌가.   은어송은 맹수들한테 당할 것 같아 송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찾아와 하룻밤 머물 것을 청한다. 은어송은 망설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여인을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워주는데,  여인이 실수하여 그만 송아지를 잃는다. 그렇지만 은어송은 어차피 주은 소라며 오히려 여인을 위로한다. 둘은 정한수를 놓고 부부의 ..

한국희곡 2025.02.16

마임 두 도둑 이야기

두 도둑이 시커먼 골목길의 어느 집 담장을 뛰어오른다.  숨소리도 죽여야할 이 긴장된 순간에 두 도둑은 어딘지 모를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으로 침입한 두 도둑. 이들이 금고에서 꺼낸 것은 무엇일까?! 신나게 금고를 털며 좋아하던 이들 뒤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금융위기니 실물위기니 가슴 퍽퍽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는 이 시기에, 두 마임이스트의 절절한 움직임은 우리네 삶의 몸부림을 웅변한다. 빼앗기고 억눌리고 소외당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내 두 도둑의 엉뚱한 꿈으로 전이된다. 엉뚱한 꿈이란 이들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오늘을 살고, 또 다시 꿈을 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듯, 두 도둑도 그렇게 꿈을 꾼다.  어쩌면 유홍영과 고재경이..

한국희곡 2025.02.16

이상훈 '장난감 병동'

가까운 미래. 토이를 치료하는 장난감 병동.  10대 소녀의 각별한 친구였던 FR003이 병동을 찾아온다. 이곳 닥터는 로봇 치료에 권위자이다.자신에게 탑재된 교감 기능으로 그녀에 깊이 공감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FR003.엄마와는 이혼한 아빠가 미국에 근무하며 홀로 있는 딸인수에게 선물한 공감 로봇이다. 극은 낯선 감정에 동요하는 열일곱 소녀 '수',  한동안 수와 FR003은 서로 공감하며 친해진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와의 일에 FR003가 개입하면서   급속하게 냉각된다. 그래서 버림받은 FR003은 외친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어?" 닥터는 FR003의 요청대로 할 것인가?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미묘하게 변해가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모든 것이 프로그램 된 사회에서 인..

한국희곡 2025.02.16

박운원 '갈잎의 노래'

부호 윤 노인의 그늘에서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온 강 수위는 슬하에 두 자식이 있다. 주인에게 대한 의리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 수위와는 달리, 아들 석(중학생)은 이름난 개구쟁이고, 딸 미애(여대생)는 물고기처럼 발랄한 아가씨, 고등학교 때부터 펜팔로 사겨온 일선의 권인섭 하사를 열화같이 흠모한다. 6·25때 처자식을 잃은 윤 노인은 이들 두 남매를 손자처럼 사랑하는데, 윤 노인의 후실인 여사장은 그녀의 사생아 영호를 윤노인의 상속자로 만들어놓은 터라 이들 두 남매가 눈에 가시다. 군에서 제대한 권 하사가 꿈에 그리던 미애를 찾아 별장에 오든 날은 불행하게도 윤 노인 임종의 날. 미국에서 재산상속 차 임시 귀국한 영호 때문에 권하사는 석별의 정도 나누지 못하고 낡은 트렁크 하나만 미애에가 맡기고 떠난..

한국희곡 2025.02.15

안현정 '선인장'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있다. 여자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 남자는 제자.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되고, 관습과 금기를 넘어서서 결혼을 한다.공식대로라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나고, 우린 그들의 행복을 의심하지 않는다.그런데 이 연극은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영원히 사랑할 거라던 믿음과는 달리,그들의 사랑은 흔들린다. 남자가 큰 빚을 진 게 밝혀지고 사기를 당한 것이다.남자는 실패를 만회하려고 발버둥치지만 더욱 추락한다.여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여자는 삶에 지치고, 남자는 여자의 변한 모습에 질린다.남자가 여자에게 준 선인장은 점차 말라가고...여자는 현실을 견디기 힘들 때마다 추억 속으로 도피한다.그 속에서 순수했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과거의 남자를 만난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현실은..

한국희곡 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