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4486

차근호 '천국에서의 5월'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 당선작 심사평 올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는 응모작들로 성황을 이루었다. 아직 희곡장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라 여겨져 반갑기도 하다. 그러나 양에 비해 질적인 수확은 예년수준을 맴돌고 있다. 대부분의 응모작들이 여전히 개인 신변의 넋두리나 어디서 본 듯한 신춘문예용 모작, 혹은 고민 없는 치기의 과시에 머무르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마지막까지 관심을 끌었던 몇 편의 작품 중 결국 차성우의 '천국에서의 5월'을 당선작으로 꼽기로 합의를 봤다. 천국답지 않은 천국이란 어쩌면 이미 진부한 착상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천국을 종교적 대안마저 결핍된 또 하나의 현실로 파악한 논리가 참신했으며 그 논리에 일상성과 적절한 지적 유머를 통해 자연스레 희곡적 살을 입혀간 침..

한국희곡 2015.10.27

차범석 '식민지의 아침' (꿈하늘)

막이 열리면 단재 신채호의 시 '너의 것'이 낭독된다. 모든 연기자들이 등장하여, 신채호선생 생전의 강인했던 독립의지와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가리라 는 의지를 펼친다. 1936년 2월 21일 오랜 옥고에 시달린 끝에 병이든 신 채호가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의사는 경성에서 면회온 부인 박자해여사에게 더이상 가망 이 없다는 말을 전하게 되고, 부인은 오일한다. 죽음을 목전에 둔 신채호는 부인의 울음소리에 생의 역정을 되돌이켜 본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던 해, 단발을 단행하고 낙향하여, 충청도 청주부근 산동학원에서 학동들을 가르치고 있던 신채호에게 당시 황성신문 사장으로 있던 위암 장지연이 찾아온다. "기울어져가는 나라를 바로 잡으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면서 경성으로 올라가 언론..

한국희곡 2015.10.27

김상열 '호모TV쿠스'

작품에서 TV가 현실을 대신하는 시대, 인간은 '호모 TV쿠스라 불린다. 『호모TV쿠스』는 두개의 스토리로 전개된다. TV라는 매체를 둘러싸고 있는 두 요소, 시청자와 스타의 이야기가 각기 독립적으로 흐른다. 이 연극에서 시청자는 공연 내내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청자는 왕이다」는 논리는 빛 좋은 개살구며 실제 그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아래서 철저히 구매자 또는 소비자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TV 안에 살고 있는 스타들은 각기 다른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TV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상품경제의 논리 속에 언제인가 용도 폐기 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인간의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다. 소모품. 재활용품. 폐기물 등으로 불리는 이들은 지금 「대기」 또는 「용도폐기」될 운명에 ..

한국희곡 2015.10.27

이반 '동창생'

은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단막극이다. 월남 청년 박성일은 야간열차 안에서 소란을 부리다 헌병에게 붙잡힌다. “답답한 기차 칸의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래를 불렀다는 성일의 항변, “바람 찬 흥남부두”(‘굳세어라 금순아’)를 노래하자 불순분자라고 끌려가는 것, 군에 입대했으나 도로 나왔다는 말에 돈이나 빽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 불순분자를 쉽게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사태 등은 극의 배경인 1950년대 혹은 극을 창작한 당대를 풍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극의 중심은 이러한 정치 사회적 알레고리에 있지 않다. 박성일이 이런 해프닝에서 구출되는 것은 헌병 하사 안정호 덕분이다. 안정호는 성일의 나이가 22세에 본적이 함경남도 흥원군이고 흥원 제2인민학교를 졸업했다는 말을 듣고, 그를 흥원 제1인민학교..

한국희곡 2015.10.27

조원석 '컴퓨터 결혼'

결혼이란 인륜대사는 사람들의 의식과 사회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거울이다. 결혼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결혼을 상품구매의 행위처럼 판단하는 세태를 풍자한 연극 이 『컴퓨터결혼』(조원석 작.)이다. 제목이 시사하 듯 문명의 이기가 인간의 「관계 맺기」에 깊숙이 개입한 상황을 연극의 줄거리로 설정했다. 「컴퓨터결혼상담소」에서 벌어지는 과장된 사건들이 사실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연극적이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일단 논리적 판단을 접어두게 한다. 전직 구두방 주인인 소장은 고객의 구미에 맞는 구두를 권하듯이 희망하는 배우자의 자료를 컴퓨터에 담아 서로 맞는 짝을 프로그램이 찾아주게 한다. 구두를 신어 보듯이 남녀는 「상상결혼」을 연습하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읽는 기계의 단추를 눌러 배우자를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희곡 2015.10.27

장일홍 '내 생애 단 한 번의 사랑'

은 자폐아를 둔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자폐아가 한 가족을 파탄시키는 요인이 되기는 하지만 그의 아버지를 비인간적인 불륜의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기족의 해체를 주제로 한 사회문제극으로 확장, 발전된다. 자폐아는 현재의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고, 소희는 아내와 전남편 사이의 딸이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어린 시절에 의부를 만나게 된 소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의부에게 성폭력을 당하며 성장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게다가 아내가 자폐아를 낳아 기르자 남편은 아이와 모녀를 모질게 학대하고 천시하며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 여기서 부터 명실상부한 선악의 대결구도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자폐아를 천사와 같이 돌보던 선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선생의 따뜻한 지도로 병세가 호전되는 기미를 보이던 소년은 사망의 ..

한국희곡 201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