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2 3

전경화 '밥풀'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의 소박한 정성과 따뜻함을 잊은 지 오래된 자식들.  함께 마주앉아 밥 한 번 먹기도 힘들어지는 요즘 세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눈치 없는 할멈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그저 밥 한번 모두 모여서 다함께 먹으면서 정도 나누자’ 늙고 힘없는 할멈은 죽은 영감의 밥상을 핑계로 제멋대로 살고 있는  찢겨진 가족들을 모아보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그 흔해빠진 밥상 한번 차리는 게 너무 힘에 부친다.  할멈의 울분은 계속 차오르기만 할 뿐이다.  밥알을 짓이겨 끈끈한 밥풀처럼 찢어진 자식들을 이어붙이고 싶지만,  힘에 부치는 일이다. 까짓것, 할멈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힘을 내보려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을 내 손으로 차려보겠다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려고 나서는데,..

한국희곡 2025.02.02

윤영선 '미생자'

800 년 전 '원'이 '고려'를 침탈하던 때, 한 겨울 밤, 백두산 밑의 어느 마을에서 아이가 태어났다. 그러나 이 아이는 아비와 닮지 않았다. 아비와 할아비와 마을의 어른들은 아이를 겨울 산에다 내다 버리기로 결정한다. "아비와 닮지 않은 아이는, 그런 이이를 낳았다는 그 자체가 수치요 죄악이다. 그러니 아이를 버려라. 이 아이는 태어나지 않은 것이다."그러나 그날 밤 아이는 사라진다. 차마 아이를 겨울 산 속에 버릴 수가 없었던 어미는 아이를 태어나지 않은 상태로 돌리기 위해, 다시 어미의 배 속으로 되돌리기 위해, 아이를 무쇠 솥에 넣고 삶아서 먹어버린다. 그리고 어미는 임신을 한다. 열 달 후, 무엇이 태어난다. 그런데 아이가 아니다. 총알이다. 단단한, 그래서 죽지도 못하는, 그래서 영원한....

한국희곡 2025.02.02

빅토르 위고 ' 노틀담 드 파리 - 광인들의 축제'

파리 노틀담 대성당의 아침.  콰지모도는 ‘바보들의 왕’ 축제에서 왕으로 뽑히지만 이내 괴롭힘을 당한다. 대성당의 부주교 클로드는 성당 앞에서 춤추는 집시 '에스메랄다'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빠져들고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에게 그녀의 납치를 명한다.  납치과정에서 콰지모도는 근위대장 '페뷔스'에게 체포되어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온갖 고통을 겪게 된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힘들어 하는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가 다가와 물을 건네고 이를 계기로 둘은 특별한 친구 사이가 된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에게 친구 이상의 사랑 감정을 느끼지만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의 마음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을 구해준 페뷔스와 깊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콰지모도는 스승 클로드와 사랑하는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갈등하게 ..

외국희곡 2025.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