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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현 '은어송'

은어송은 일찍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았지만 주인이 죽자  새경도 못받고 쫓겨난다. 더군다나 산적들의 횡포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때, ‘백성이 하늘’이라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가 나타난다. 은어송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 속에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 것 아닌가.   은어송은 맹수들한테 당할 것 같아 송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찾아와 하룻밤 머물 것을 청한다. 은어송은 망설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여인을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워주는데,  여인이 실수하여 그만 송아지를 잃는다. 그렇지만 은어송은 어차피 주은 소라며 오히려 여인을 위로한다. 둘은 정한수를 놓고 부부의 ..

한국희곡 2025.02.16

마임 두 도둑 이야기

두 도둑이 시커먼 골목길의 어느 집 담장을 뛰어오른다.  숨소리도 죽여야할 이 긴장된 순간에 두 도둑은 어딘지 모를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으로 침입한 두 도둑. 이들이 금고에서 꺼낸 것은 무엇일까?! 신나게 금고를 털며 좋아하던 이들 뒤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금융위기니 실물위기니 가슴 퍽퍽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는 이 시기에, 두 마임이스트의 절절한 움직임은 우리네 삶의 몸부림을 웅변한다. 빼앗기고 억눌리고 소외당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내 두 도둑의 엉뚱한 꿈으로 전이된다. 엉뚱한 꿈이란 이들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오늘을 살고, 또 다시 꿈을 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듯, 두 도둑도 그렇게 꿈을 꾼다.  어쩌면 유홍영과 고재경이..

한국희곡 2025.02.16

이상훈 '장난감 병동'

가까운 미래. 토이를 치료하는 장난감 병동.  10대 소녀의 각별한 친구였던 FR003이 병동을 찾아온다. 이곳 닥터는 로봇 치료에 권위자이다.자신에게 탑재된 교감 기능으로 그녀에 깊이 공감하며  관계를 쌓아가는 FR003.엄마와는 이혼한 아빠가 미국에 근무하며 홀로 있는 딸인수에게 선물한 공감 로봇이다. 극은 낯선 감정에 동요하는 열일곱 소녀 '수',  한동안 수와 FR003은 서로 공감하며 친해진다. 그러나 학교에서 친구와의 일에 FR003가 개입하면서   급속하게 냉각된다. 그래서 버림받은 FR003은 외친다.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어?" 닥터는 FR003의 요청대로 할 것인가?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미묘하게 변해가는 인간과 로봇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모든 것이 프로그램 된 사회에서 인..

한국희곡 2025.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