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4487

윤기호 '탑고시원'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시원'은 고시지망생들이 법관이나 행정관료, 또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꿈을 키우는 곳이었다. 그러나 199U년대 이후의 고시원은 가장 값싼 월세로 삶을 의탁할 수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의 대명사가 되었다. 윤기훈의 '탑 고시원'은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낸다. 등장인물은 총5명이다. 30대 초반의 '명옥'은 길거리에서 어묵을 팔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다. 그녀는 비슷한 연배의 '종섭'을 좋아한다. 주차관리원으로 살아가는 종섭은 어려울 때마다 명옥에게 돈을 빌리곤 한다. 40대 중반의 '도연'은 과거에 사법고시 1차에 수석까지 했다지만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신세이다. 20대 후반의 주환은 고시원 주인의 아..

한국희곡 2015.10.30

박평목 '출구 出口'

극작가 박평목의 작품세계는 그 내용이나 형식이 특이하다. 우선 그의 작품을 희곡으로 만나면 쉽게 읽어지지 않는다. 전작 「누군들 광대가 아니랴!」를 대본으로 읽을 때 그런 어려움이 있었는데, 「出口」를 대본으로 읽으면서도 같은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보니, 그의 극작이 천성적으로 극장주의에 밀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그의 희곡은 공연을 전제로 해서 쓰여 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연장이나 공연이 매우 부족한 시기에 극작을 해온 그간의 방법에서 벗어나 공연장이나 공연이 풍부해진 이 시대의 현실에 적합한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대본이 연출과 연기 그리고 무대, 조명 등 지원 분야의 자리를 열어줌으로서 공연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한국희곡 2015.10.30

백하룡 '파행'

경남 하동의 가마고개에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희곡 ‘파행(跛行)’은 길행(吉行) 즉, 혼례를 마치고 우귀(于歸)하던 양 집안의 가마와 신부가 올바로 제 길로 가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즉 파행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 이분법적이고 집단 이기적인 명분과 허위의식은 현재에도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존재하고 있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그 정치, 사회적인 병폐를 진단 및 비판과 함께 허례의식으로 잘못 인식되어진 조선시대의 참 예(禮)의 의미와 가치를 전통 예 형식의 고증과 재현을 통해 저세함과 동시에 보다 높은 완성도의 공연으로 관객에게 수준 높은 관극체험을 제공한다. * 이 극은 경상도 지방의 내려오는 가마고개 설화를 바탕으로 한다. 설화는 당파를 달리하는 두 명문 사대가 집안의 가마가 높..

한국희곡 2015.10.29

박조열 '불임증 부부' (저승에서 만난 부부)

서로를 증오하며 마음의 벽을 높이 쌓아 온 부부의 이야기는「불임증 부부」라는 우화 스타일의 극에서 '지옥'으로 상징화된다.이 희곡의 상상력의 역동성은 '지옥'이 바로 '무한한 공간에 감금당한 고독'으로형상화되어 있다는 데서 그 빛을 발한다.이 부부의 불임증은 사실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그들은 죽어 지옥에 가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진실을 대면한다.그들 사이의 경계선은 그 순간 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그들은 지옥의 규칙상 혼자 있어야 하므로 서로 영원히 헤어져야만 한다.  이승과 저승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 설정을 통해 ‘분단’을 알레고리화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조열의 희곡은 ‘민족적 알레고리’의 한 표본이라 할 만하다. 왜냐하면 작가..

한국희곡 2015.10.29

박조열 '가면과 진실'

작가의 글 문예진흥원 창작희곡 지원심사위원회는 또 다시 나를 지원 작가로 선정했는데, 아마도 나를 위로하려는 뜻도 포함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쓴 것이 '가면과 진실'이다. 당시는 불과 수년전의 7. 4남북공동성명 정신은 흔적도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유신체제하의 공포분위기가 극에 달해 있는데다가 북에서는 극렬한 대남공작노선을 채택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러면서도 남북의 압제권력은 각기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선전함으로써, 통일방안은 남북의 대립을 더욱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그 무렵에 마침 일련의 기록적 희곡을 읽게 되면서 북의 통일방안을 기록적 토론극 형식을 빌려 비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것이다. '가면과 진실'에서 보인 시각은 1976년 당시에 특히 심했던 남북대립상황의 영향을 ..

한국희곡 2015.10.29

신원선 '너희들의 나라'

젊은 나이에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되는 이 땅의 청년들이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를 다소 과장되기도 하지만 공감이 가게 표현한 작품이다. 대학 재학 중 군대에 간 윤식은 천체우주학을 전공한 우수한 학생이다. 하지만 왜 군대에 가야하는지 회의적이다. 그래서 입대 전부터 6개월 안에 무슨 수를 써서 군대에서 나오겠다고 마음먹고 군대에 들어가고... 졸병시절부터 고문관 행세에 오줌을 침상에 지리는 수법을 반복해서 결국 의무대를 거쳐 통합병원에 가게 되는데... 거기에서도 계속 미친 짓을 반복하다가 결국 정상적인 사람이 병역기피를 하려는 기피죄로 판명이 나서 군 형무소에 갇히게 된다... 결국 부대로 돌아가라는 군의관과 간호장교의 설득에도 자포자기한 듯, 그는 철창에서 미쳐가고 만다. 처음과 마지막에 나오는..

한국희곡 2015.10.29

남정희 모노드라마 '출세곡'

작가의 말 이 극은 모노드라마다. 그러나 극중극의 형식으로 관객이 무대에 등장한다. 그들의 역할은 주로 노래와 춤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연극은 공연되기 전에 이미 관객과 약속이 되어 있다. 혼자 하는 연극은 자칫 관객에게 지루함을 주기 쉽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기우 때문 일진 모르나 암튼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하고 이 극을 썼다.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로 시종 관객을 이끌어가는 극중 배창식의 서울 상경기이다. 전라도 광주의 무등산 근처에서 자란 창식은 배씨 문중의 41대 손으로 상경해서 대학을 졸업했으니 취직을 못해 전전긍긍하다가 라디오 방송국에 성우로 취직하게 된다. 얼굴이나 몸매가 볼품없었으니 타고난 목소리가 좋아 얼굴 없는 연기자로 방송국에서 일 하면..

한국희곡 2015.10.29

김혁수 모노드라마 '무대 뒤에 있습니다'

작가의도 너무도 무뎌진 순수라는 단어를 찾아 헤매는, 어느 연극배우의 철학! 이미 순수와 대중의 의미는 무너졌음에도 그는 진정한 순수를 찾아 헤맨다. 대중이라는 단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니 무너져 버린 순수성을 찾아서. 그가 바로 대한민국 촌놈 출신의 연극배우 나태두인 것이다. 결코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상징이 된, 어느 연극배우의 인생! 그는 세상을 속이지 않았다. 다만 세상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고 그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세상은 그에게 그것이 진실이며 그것이 성공이라 가르쳤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아니 이 시대가 원하는 인생을 선택했다. 이 가증스러운 시대를 향해 온 몸을 던지는, 어느 연극배우의 외침!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가진 것이 없는 우리는 진정 몰랐건만, 가진 것..

한국희곡 2015.10.29

고옥화 '편의점에 들러보세요'

편의점을 무대로 단 4명의 등장인물들이 약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여러 얘기들이 얽혀있다. 먼저 편의점 주인인 영옥은 교통사고로 남편을 사별한 30대 과부로 그 보상금으로 편의점을 하며 어린 아들을 키우고 있다. 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정아는 탤런트가 꿈으로 연기학원을 다니며 그 꿈을 키우고 있다. 준석은 이 건물주로서 여기저기 간섭하고 다니는 모습이 썩 좋은 평판을 얻지 못하고 특히 부인을 뉴질랜드로 여행 보내고 영옥과 정아에게 접근하는 게 초반부터 뭔가 사고 칠 인물 같다. 미스터리한 인물로 등장하는 은수, 그는 이 편의점에 매일 들러 신문을 보다가 그대로 나가는 행동이 뭔가에 쫓기는 인물인가 의심이 가지만 나중에 밝혀진다. 은수가 이 편의점에서 신문을 보다가 쓰러져서 할 수 ..

한국희곡 2015.10.29

국민성 '여자 만세'

연극은 증조할머니로부터 증손자에 이르기까지 4대가 출연하는 연극이다. 여고를 나와 재봉사로 일하다가 어느 집 문간방 살림을 하던 여주인공이 주인집 아들과 사랑을 하게 되고, 주인집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게 된다. 여주인공은 딸과 아들을 낳아 시부모를 정성껏 모신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어 남편이 바람을 피우게 되고, 딸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를 얻어, 아예 딴 살림을 차리고, 집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딸은 장성해 어느덧 시집갈 날을 기다리고 있고, 아들은 지원해서 군대를 갔는데, 아들 역시 아버지를 꼭 빼닮아 여고생을 건드려 임신을 시킨 후, 뒤탈이 무서워 군대로 갔다는 설정이다. 여주인공은 현재도 재봉 일을 하고, 손재주가 있어 단골이 많고, 그중에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성사장의 흠모의 대..

한국희곡 201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