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시원'은 고시지망생들이 법관이나 행정관료, 또는 외교관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꿈을 키우는 곳이었다. 그러나 199U년대 이후의 고시원은 가장 값싼 월세로 삶을 의탁할 수 있는 열악한 주거환경의 대명사가 되었다. 윤기훈의 '탑 고시원'은 고시원에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치부를 드러낸다. 등장인물은 총5명이다. 30대 초반의 '명옥'은 길거리에서 어묵을 팔며 억척스럽게 돈을 모은다. 그녀는 비슷한 연배의 '종섭'을 좋아한다. 주차관리원으로 살아가는 종섭은 어려울 때마다 명옥에게 돈을 빌리곤 한다. 40대 중반의 '도연'은 과거에 사법고시 1차에 수석까지 했다지만 지금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신세이다. 20대 후반의 주환은 고시원 주인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