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혁수 모노드라마 '무대 뒤에 있습니다'

clint 2015. 10. 29. 08:04

 

 

 

 

 

 

작가의도

너무도 무뎌진 순수라는 단어를 찾아 헤매는, 어느 연극배우의 철학!

이미 순수와 대중의 의미는 무너졌음에도 그는 진정한 순수를 찾아 헤맨다. 대중이라는 단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아니 무너져 버린 순수성을 찾아서. 그가 바로 대한민국 촌놈 출신의 연극배우 나태두인 것이다. 결코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상징이 된, 어느 연극배우의 인생! 그는 세상을 속이지 않았다. 다만 세상이 그를 향해 손가락질했고 그에서 변화를 요구했다. 세상은 그에게 그것이 진실이며 그것이 성공이라 가르쳤다. 그래서 그는 새로운 아니 이 시대가 원하는 인생을 선택했다.

이 가증스러운 시대를 향해 온 몸을 던지는, 어느 연극배우의 외침!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가진 것이 없는 우리는 진정 몰랐건만, 가진 것이 없는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모든 혼란은 이미 준비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 시대는 그것을 단 한 순간의 실수라고 여기고 용서를 요구하고 또 그렇게 용서하고 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모습이다. 정말 단 한 순간의 실수였을 것이라 생각하며....

미친 듯이 웃고 있지만 가슴은 울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연극!

세상의 모든 것은 드라마다. 아니 이 시대의 모든 이야기는 드라마보다 극적이다. 그렇게 드라마보다 극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여주는 한 연극배우의 인생! 그 극적인 삶이 우리를 미친 듯이 웃게 한다. 하지만 시나브로 우리의 가슴은 울고 있다, 분명히!

 

[줄거리]

연극배우 나태두, 그는 오늘도 무대 뒤에 있다. 연극배우임에도 그는 무대 앞에서 연기를 하지 못하고, 무대 뒤에서 음향효과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그 일도 그에게 운이 따르지 않는지 실수만 반복할 뿐이다. 결국 선배들에게 실컷 욕만 얻어먹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분명히 연극배우다. 무엇보다 대중예술을 혐오하는 순수한 연극배우이다. 그는 대한민국에도 그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의 멀고 먼 촌구석 출신으로 세상에 태어나 가장 유명한 사람은 남진과 나훈아라고 믿고 자란 그런 시골사람이다. 연극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는 무대, 오로지 무대 위에 서는 것이 좋아서 삼류 천막극단을 따라다니며 어설픈 묘기를 배웠고 그 유명한 전국노래자랑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촌놈이었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촌놈, 나태두였다. 나태두는 나태두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로 향하는 나태두. 그는 결코 다시 고향을 찾지 않으리라고 결심한다. 그렇게 달랑 부랄 두 쪽 밖에 없으면서도 배우를 꿈꾸는 아니 무대 위를 꿈꾸는 그의 서울 생활은 구로동 공장의 쪽방에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얻은 남진 쇼 입장권 한 장 때문에 그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남진 쇼의 그 열광적인 감동과 그곳에서 만난 한 여자의 웃기지도 않는 취미인 연극 때문에 상처를 입게 되는 나태두. 그리고 이어지는 알량한 자존심, 무너지는 자존심.... 우습게도 그는 그 자존심 때문에 구로동 공장 쪽방을 박차고 나와 어느 연극 전문극단을 향해 달려간다. 연극배우 나태두, 아니 연극배우를 꿈꾸는 나태두의 진짜 연극인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청소와 심부름뿐이다. 그뿐인가? 그깟 자장면 한 그릇, 라면 한 그릇에 설움을 당하는 그야말로 기약 없는 극단 생활이 계속되는가 싶던 그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연락두절 된 한심한 선배 덕분에 무대에 오른 나태두. 그의 연기가 시작된다. 그는 심호흡을 한다. 연기에 몰입한다. 하지만 재채기 한방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만다. 이렇게 끝나는가? 신기하게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는지.....

어찌어찌 곡절 끝에 황당하게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도착하게 된 나태두. 어쨌든 그의 제2의 인생은 타국에서 시작된다. 물론 그곳에서의 생활은 엉망이다. 특히 그 한심한 대한민국 교육부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촌놈 출신인 그는 삼류 술집에서 삼류 쇼를 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그렇지만 그것도 무대는 무대다. 그렇게 그의 무대 위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이때 만나게 된 한국인 연극선배. 그녀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나태두의 무대 위 인생에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권유한다. 아니 지시한다.

뉴욕에서의 모노드라마. 나태두의 모노드라마가 시작되고 그 순간 그의 인생은 뒤바뀐다. 그 엄청나고 기가 막힌 새로운 연극 경력, 모노드라마는 문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중단되고.... 결국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아니 추방된 것이다. 나태두, 그가 돌아온 이 땅 위에서, 그 만의 무대 위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나태두의 인생은 황당하게도 아니 가증스럽게도 뒤집혀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연극인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