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 83

해서우 '꿈 잠 몸'

‘나나’는 계속 잠이 든다. 하루에도 꿈을 열댓 개 꾼다. 어느 날 떠오른 기억 - 어린 시절 친오빠의 성폭력. 확신 없는 기억으로 엄마 ‘문주’에게 말하기를 망설인다. 고민 끝에 문주에게 고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나는 조금씩 고립되어 간다. 더 많은 꿈을 꾸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나나는 몸에 새겨진 기억을 따라서, 뼈박사와 다이버와 이끼씨와 함께 말할 수 없던 진실을 마주한다. “금기시된 주제를 섬세한 태도로 제시한 작품” “이 작품의 명확한 장점은 서사를 확장시켜 가는 것보다 심상을 넓혀가는 데 있다.” - 낭독공연 심사평 중 억압된 기억은 다양한 존재들의 양태 속에서, 더 넓은 꿈과 잠결의 무심함과 몸의 투박함을 통해 스르륵 건네진다. 고통스러운 기억과 억압을 ..

한국희곡 2026.03.31

아서 밀러 '다리 위에서의 조망'

1막. 때는 2차대전이 끝난 후 미국의 부룩클린 색슨가의 빈민가... 부두노동자인 에디와 그의 부인 베아트리스, 그리고 조카 캐서린 이렇게 셋은 비록 가난하 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던 중 베아트리스의 사촌인 마르코와 로돌포가 이탈리아에서 밀입국하고 이들과 함께 살게 된다. 로돌포를 본 캐서린은 첫눈에 반하게 되고 이들은 서로 사랑한다. 이것을 눈치 챈 에디는 몹시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로돌포를 싫어한다. 베아트리스는 그런 남편에게 화가 나고 이들의 갈등은 깊어진다. 에디는 알피에리에게 찾아가 로돌포를 탓하지만 알피에리는 조카에 대한 에디의 지나친 사랑을 충고하자, 에디는 원망스럽고 답답하다. 어느 날, 저녁식사 후 에디는 로돌포에게 권투를 가르쳐주는 척, 그를 한 대 먹인다..

외국희곡 2026.03.31

가무극 '상생-비나리 '99'

공연은 열린 판에 해당하는 '혼돈'을 시작으로 '축원' '초혼' '땅울림' '푸리'로 이어지며 뒤판 로 끝맺는다. 2차 세계대전, 월남전, 한국전쟁, 4·19혁명 등 20세기 세계사와 한국사의 중요 사건들이 영상으로 바춰진다. 이어 하늘을 향한 제관의 정결한 축문과 함께 무너와 제의의 무리들이 등장, 남과 북이 만나고 동과 서가 화합하는 상생의 세계를 기원한다. 제관의 축문 낭송과 무리들이 선보이는 정형화된 한국 춤사위에서 탈피한 자유스런 몸짓이다. 현대적인 한판 굿임을 암시한다. 제관의 부름에 따라 조상신들이 등장해 나라의 안녕을 비는 나라굿을 하고, 순간 이를 방해하는 역신들이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볼거리가 펼쳐진다. 9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펼치는 역신들의 춤은 압권이다. 반복되는 한..

한국희곡 2026.03.30

구두리 '화성골소녀'

성매매 근절을 주장하며 화성골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클라라 원장수녀는 상담사이기도 한 이레네 수녀에 성매매 언니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녀라는 신분을 숨긴 채 센터의 상담 일을 맡긴다. 화성골에서 포주로 일하고 있는 황진수는 클라라 수녀를 찾아와 올빼미걷기 등 활동에 대해 으름장을 놓고 첫 상담을 맡은 이레네는 성매매 언니인 소영에게 말실수를 하며 심기를 건드린다. 삐걱거리며 시작했으나 상담이 계속 진행되면서 이레네와 소영은 서로 가까워지고 소영은 결국 집성촌을 탈출하게 되지만 바깥에서 자신을 판단하는 시선과 인식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숨이 막힌다. 는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화성골'이라는 곳에서 그 곳을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 '소영', 그녀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온 수녀 '이레네',..

한국희곡 2026.03.30

이오네스코 '알마의 즉흥극'

동일한 이름을 가진 세 명의 연극 평론가, 바르톨로메우스 박사 I, Ⅱ, Ⅲ가 차례로 이오네스코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연극에 대한 이오네스코의 관점과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를 ‘시대’가 원하는 작가로 ‘재교육’시키고자 한다.이러한 ‘작가 재교육’의 과정에서, 3명의 비평가들은 서로 다른 정치적․사회적 이념괴 미적 관점에, 언어유희에 가까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면서 희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이로써 좌우익의 정치적 관념,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헤겔 등에 이르는 다양한 문학및 철학이론, 희랍비극작가,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아다모프, 브레히트 등의 연극, 계몽적 교훈주의와 미적 쾌락주의, 관극주의와 연극성의 문제 등 연극 및 연극비평주의와 관계된 기존의 이론 및 실천행위들이 뒤엉..

외국희곡 2026.03.30

윤조병 '외로운 도시'

무대는 슈퍼 주막이란 '한 지붕 세 주막'이다. '황가네' 식당은 차림표가 국밥, 우동, 백반, 해장국 등 식사 종류이고 '털보네' 포장마차는 품목표가 돼지갈비, 돼지삼겹, 주물럭, 닭똥집 등 육류이고, '라일락 꽃향기 어디 갔나'는 메뉴가 한치, 낙지, 꼼장어, 멍게 등 어패류로 되어있다. '황가네' 식당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털보네와 '라일락'은 저녁부터 밤늦게까지다. 주류는 세 곳 모두 가격이 통일되어 판다. '황가네'는 전등불을, '털보네'는 램프를, '라일락 꽃향기'는 가스등을 사용한다. ' 황가네'에는 정기사 등 주로 나이가 든 손님들이 있고, '털보네'에는 김동구, 장순덕, 심구호 등 생산직 근로자들이 어울리고, '라일락 꽃향기'에는 지기순, 최성원, 엄호선, 이영식 등 화이트 칼라..

한국희곡 2026.03.29

토마스 베른하르트 '게임'

크롤경관은 웃통을 벗은 채 침대에 걸터앉아 열심히 TV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축구 경기장 관중이 함성을 지르자 그는 "저런 병신"하고 혼자 중얼거리며다시 꼼짝 않고 화면을 응시한다. 관중이 다시 함성을 지르자 크롤경관은 또 다시"저런 병신"하고 내뱉는다. 마리아가 경찰복 상의를 들고 부엌에서 안으로 들어서다가멈춰 선다. 남편은 본 척도 안한다. 마라아는 남편 옆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떠는데...기동경찰인 남편의 옷이 요즘 학생들 데모로 많이 찢어지고 엉망인 것을 데모 학생들에게돌린다. 그놈들 모두 쏴죽여여한다고 계속 수다를 떤다. 간혹 축구중계를 보는 남편은응원하는 팀이 지는지 함성이 나오면 또 다시 "저런 병신"하고 내뱉는다.아내는 학생들이 공부는 안하고 데모만 한다는 투덜거림에 나아가 히틀러 때가 ..

외국희곡 2026.03.29

김다솔 '참외가 데굴데굴 굴러가면'

“살아야지, 살아서 또 심어야지” 참외가 익어가는 여름과 가을 사이, 어느 해안가 마을. 부서지고, 허물어지고, 그럼에도 다시 쌓고 짓고, 흘려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파도처럼 밀려와 그곳에 쌓인다. 바다에 소중한 사람을 잃은 여인들은 돌탑을 쌓으며 삶을 붙들고, 할아버지는 매번 잠기는 참외밭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돌담을 짓는다. 술녀는 먼저 떠난 손녀 연을 놓지 못해 자신을 방 안에 가두고, 같은 공간의 지하에서는 개미들이 굴을 파고, 세대를 이어가고 있다.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 사랑과 그리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개미굴을 닮은 그 경계 위에 '경계에 선 사내가 있다. 사내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네 개의 이야기를 오가고, 그가 서 있는 자리에서, 경계들은 서서히 겹치고 확장되며 달큰하고도 ..

한국희곡 2026.03.29

김주희 '어느 날 문을 열고'

도쿄도 신주쿠구 가부키초.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이치로'는 이곳에서 밤이사 업체를 운영한다. 의뢰인이 새로운 신원,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증발 이후의 삶까지 책임지려 고군분투한다. 한편 '메구미'는 이곳 뒷골목에서 새벽까지 식당을 운영한다. 이치로가 보낸 증발자들을 맞이하며 그들의 정착을 돕는다. 그리고 매일 향을 피우며 누군가를 기다린다. '린'은 13년간 증발한 상태로, 메구미의 식당에서 일한다. '켄'은 20년째 증발하여 청소노동자로 살아간다. 한편, '마야'는 증발 이후의 삶도 이전의 삶도 놓지 못한다. 그러다 이치로에 의해 이사를 택한 마야는 완전 증발하지도, 원래 삶으로 향하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화려한 환락가 거리로 의문의 '소년'..

한국희곡 2026.03.28

이현화 '불가불가'

어떤 연극의 무대 연습장. 총연습에 열중하던 무대위에서 전혀 뜻밖의 돌발사가 발생한다. 사건인즉, 극중 장군역을 맡은 신인 배우가 상식적으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여하한 적대감정도 일 수 없는 선배 배우를 극중 소품으로 내려 친 것이다. 심한 증오와 지극히 격렬하고도 잔인한 방법으로. 그러나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단지 총연습과정에서 보여지는 우리 역사의 편린들과 그 흐름의 콤마마다 발돋음해 가는 그 신인배우의 심리추이를 짚어 어떤 긍정을 추출해 볼 따름이다. ‘불가불(不可不), 가(可)’와 ‘불가(不可),불가(不可)’, 즉 허가와 불허가 공존한다. 따라서 듣는 이의 해석여하에 따라 찬성으로도, 반대 의사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음을 나타내다. 모호함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

한국희곡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