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구두리 '화성골소녀'

clint 2026. 3. 30. 13:59

 

 

성매매 근절을 주장하며 화성골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클라라 원장수녀는 
상담사이기도 한 이레네 수녀에 성매매 언니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녀라는 신분을 숨긴 채 센터의 상담 일을 맡긴다. 
화성골에서 포주로 일하고 있는 황진수는 클라라 수녀를 찾아와 올빼미걷기 등 
활동에 대해 으름장을 놓고 첫 상담을 맡은 이레네는 성매매 언니인 소영에게 
말실수를 하며 심기를 건드린다. 삐걱거리며 시작했으나 상담이 계속 진행되면서 
이레네와 소영은 서로 가까워지고 소영은 결국 집성촌을 탈출하게 되지만 
바깥에서 자신을 판단하는 시선과 인식이 오히려 부담스럽고 숨이 막힌다.

 


<화성골소녀>는 성매매 집결지로 알려진 '화성골'이라는 곳에서 그 곳을 살아가는 
성매매 여성 '소영', 그녀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온 수녀 '이레네', 강한 믿음으로 
살아가는 원장수녀 '클라라', 그리고 성매매를 가족의 업처럼 이어온 포주 황진수'
까지 서로 너무도 다른 이 네 인물이 마주하게 되며 신념과 구원, 연민과 판단 
사이에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종교와 인간,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순간, 
서로 다른 '옳음'이 부딪히고 믿음이 흔들린다. 
<화성골 소녀>는 그 혼란 속에서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 해야하는지를 묻고 있다.
"신은 정말 우리 곁에 있는 걸까?"
“종교는 세상 속에 어떻게 구분되고 또 어떻게 융화하여 존재하는가.” 
“옳다고 믿는 신념이 서로 상충할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누구를 불쌍히 여기고, 또 누가 누구를 구원하는가?”



화성골 소녀는 공간 소멸의 폭력성을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성매매 집결지와 쉼터, 종교시 설이 겹겹이 맞물린 이 지역은 사회적으로 
이미 '사라져야 할 공간'으로 규정된 곳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 지점을 단순한 
사회고발로 처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공간을 살아가는 여성 박소영의 생존방식과
그 생존을 둘러싼 서로 다른 가치 체계들이 충돌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소영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라기보다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의 언어, 몸짓, 침묵, 거친 농담까지 그 모든 것은 전부 장소의 구조적 
폭력 속에서 길러진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그녀가 '모두가 원하는 대로' 그곳을 빠져

나오기 위해 상담을 받고 노력해도 돌아오는 것은 결국 은근한 편견이었다. 그러나 
원장수녀인 클라라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정리해야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수녀는 그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들의 신념은 선량한 의도에 기반하지만 
그 선량함이 오히려 소영의 삶을 다시 규율하려는폭력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 사이의 균열은 결국 장소의 균열과 정확히 겹쳐진다. 구원은 약속되지만 
실현되지 않고, 폭력은 사라진 척하지만 구조적으로 유지된다. 이들의 장소를 
깎아내거나 추방한다고 직결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결국 구원은 신이 창녀를 
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창녀가 수녀를 구하며 신성(神性)을 
획득한다. 모든 신이 가장 낮은 곳에서 임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소영이 
신의 얼굴을 획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서우 '꿈 잠 몸'  (1) 2026.03.31
가무극 '상생-비나리 '99'  (1) 2026.03.30
윤조병 '외로운 도시'  (3) 2026.03.29
김다솔 '참외가 데굴데굴 굴러가면'  (1) 2026.03.29
김주희 '어느 날 문을 열고'  (1)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