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윤조병 '외로운 도시'

clint 2026. 3. 29. 19:06

 

 

무대는 슈퍼 주막이란 '한 지붕 세 주막'이다.
'황가네' 식당은 차림표가 국밥, 우동, 백반, 해장국 등 식사 종류이고 
'털보네' 포장마차는 품목표가 돼지갈비, 돼지삼겹, 주물럭, 닭똥집 등 육류이고, 
'라일락 꽃향기 어디 갔나'는 메뉴가 한치, 낙지, 꼼장어, 멍게 등 어패류로 되어있다.
'황가네' 식당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털보네와 '라일락'은 저녁부터 밤늦게까지다.
주류는 세 곳 모두 가격이 통일되어 판다. 
'황가네'는 전등불을, '털보네'는 램프를, '라일락 꽃향기'는 가스등을 사용한다. '
황가네'에는 정기사 등 주로 나이가 든 손님들이 있고, 
'털보네'에는 김동구, 장순덕, 심구호 등 생산직 근로자들이 어울리고, '라일락 
꽃향기'에는 지기순, 최성원, 엄호선, 이영식 등 화이트 칼라들이 주고객이다.
막이 열리면 '황가네'의 황노인과 동갑친구인 박노인이 주방에 서씨 아줌마와
저녁손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북에 처자가 있는 이산가족 황노인과 복덕방을
하다가 은퇴 후 여기에서 일하는 박노인, 이렇게 '한 지붕 세 주막'도 박노인의
아이디어와 아는 집주인과의 계약으로 1년째 운영중이다. 서씨는 외아들이

S대에 수석합격해 기쁘나 병약한 것이 걱정이다. 
퇴근시간이 지나자 모두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오는데, 모두 단골들이다.
김철호란 대학 휴학생이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하고 손님들한테 푼돈을 받는다.
손님들은 주로 신청곡을 불러 맘에 들면 지전으로 팁을 받는다.
세 주막 모두 영업하는 저녁 때가 가장 붐비고 모두 정신 없이 돌아간다.
이들의 얘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다방면에 현재 이슈인 것이 주 화제이다.
그런 얘기가 각자, 또는 뭉쳐서 커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손님들의 술은 늘어간다.
그러다 S대에 수석합격한 서씨아줌마의 아들이 정신병 증세가 심해 중환자실로
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그 충격에 서씨아줌마까지 쓰러진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서야 슈퍼 주막은 문을 닫는다.

 


국립극단의 <외로운 도시>는 1990년 국립극장 창립 40주년을 기념하여 무대에 
올랐던 윤조병 작 오태석 연출의 142회 정기공연 작이다.
<외로운 도시>는 실패한 인물. 평범한 인물, 출세한 인물 등 사회적 여러 계층과 
과거의 꿈. 현재의 꿈, 미래의 꿈 등 꿈의 종류에 따른 여러 계층의 인간이 체험에서 
발산하고 거둬 들이는 도시인의 심성을 그렸다. 
'한 지붕 세 주막'이란 발상으로 여러 계층의 손님을 싸게 모시는 개념의
서민적인 술집으로 '석양에서 자정까지'란 부제에서 나오듯, 1990년 어느 저녁부터
자정까지의 각기 술집측과 손님들의 희노애락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외로운 도시란 제목같이 잘 나가는 사람들 같지만 대도시 속에서 결국 소외된 인간 
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의 글 - 윤조병
국립극장 출신 작가가 연극을 전업으로 하여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을 해오면서도 그간 국립극장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때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운하기도 했다. 미안하다는 것은 작품만 좋게 쓰면 공연이 된다는 것을 편히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아서 출신처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고, 서운하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능력이 있는 국립극장이 작가에게 현실적으로 창작의욕과 신뢰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집필계약제가 시작된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대본 완성의 작업 형태가 특수하기 때문에 당장의 성과는 미흡하겠지만, 연극의 희망과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획기적 처방으로 작가로서 매우 고무되고 영광스러웠다. 
처음부터 '외로운 도시'는 아니었다. 나는 그때 '바이칼호 화물열차'를 쓰기로 결심했다. 우리 동포들이 스탈린의 소수민족 이동정책으로 화물열차를 타고 수천 마일을 강제 이송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국립극장의 계약 제안을 받아들였고, 기회다 싶어 소련 현지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사정상 일이 여의치 못해 그 작품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집필한 것이 '외로운 도시'였다. 이 희곡을 구상하면서 덕목과 양식에 대해서 이런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간 우리는 초 거대도시를 이루어 오면서 잘사는 길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는 삭막한 등식을 성립시켜 놓았다. 오늘 우리는 산업 중심의 시대에서 인간 중심적 삶을 찾게 되는 이른바, 인간성의 '눈뜸'은 각계각층의 도시인에게 소외감 내지 외로움을 엄습하게 했는데, 과연 그것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그리려고 한다." 
그래서, 각계각층의 많은 인물을 등장시켰고, 그 인물들도 가능한 한 서울권, 영남권, 함경권 인물이 등장하는데, 토속어의 문제 에 여러 지방의 언어가 혼용될 때 자칫 혼란감을 줄 염려가 있어서 일상언어로 통일했다. 그리고, '슈퍼 주막'이라고 하는 극무대에서 벌어지는 주제적 사건을 저녁부터 자정을 넘기는 하룻밤으로 압축시켰으며, 종속무대라고 할 수 있는 초현대 첨단문명과 거기에 얽힌 인물은 현실을 넘어서는 연대를 배정하는 이중구조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종속무대 는 수정과정에서 삭제되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형식은 서사적 방법과 서정적 방법을 혼용하면서 리얼리즘적 상황과 표현주의적 전개를 교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현실의 어둡거나 밝은 사실이 삽화로 드러나는데, 그것 들을 계층 그룹이 동시에 반응하는 그래서 동시에 대사가 진행되는 방법을 만들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 그 시기에 가장 문제로 등장하는 것으로 대사와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시도가 적절하게 형상화되었는가, 보완될 문제는 무엇인가를 극단과 연출에 의해서 검토하여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고백하건대, 이 작품은 구상단계부터 국립극장 창립 40주년 축하공연, 집필계약제의 시도, 국립극단이라는 무게, 오랜만의 접근, 작품의 변경 등의 요소가 과욕과 긴장을 주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의 식도 과욕과 긴장의 요소로 압박해 왔다. 그래서 초고가 생각과는 달리 자료적 희곡에 머물렀다. 
그런 문제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오르게 된 것은 국립극단 단장 장민호 선생을 비롯해서 단원 모든 분의 애정과 연출을 맡은 오태석씨의 예지가 크게 힘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막이 열리는 순간까지는 윤조병의 희곡이 오태석의 연출에 의해 얼마나 어떻게 변모될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단지, 우리 시대 최고의 리얼리스트와 최고의 모더니스트가 만나 꾸미는 한판 무대가 국립극장 40돌을 더욱 빛나게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로 온통 가슴 설레일 뿐이다. 

 

윤조병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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