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증오하며 마음의 벽을 높이 쌓아 온 부부의 이야기는
「불임증 부부」라는 우화 스타일의 극에서 '지옥'으로 상징화된다.
이 희곡의 상상력의 역동성은 '지옥'이 바로 '무한한 공간에 감금당한 고독'으로
형상화되어 있다는 데서 그 빛을 발한다.
이 부부의 불임증은 사실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불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들은 죽어 지옥에 가서야 비로소 굳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진실을 대면한다.
그들 사이의 경계선은 그 순간 사라지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데,
그들은 지옥의 규칙상 혼자 있어야 하므로 서로 영원히 헤어져야만 한다.
이승과 저승의 보이지 않는 경계선 설정을 통해 ‘분단’을 알레고리화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조열의 희곡은 ‘민족적 알레고리’의 한 표본이라 할 만하다. 왜냐하면 작가는 우리나라의 존재방식을 ‘분단’ 상황으로 환유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세계 외관 밑에 숨어있는 소름 끼치고 위협적인 실제 세계를 재구성'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작품에는 분단과 냉전 이데올로기, 정치, 경제적 낙후성에 의한 시간적 강박증으로 무의식화 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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