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중학생 시절 대구 열차전복사고들 당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헤맬 때, 학교 측의 배려로 병실에서 시험을 치른다.
그러나 주인공은 시험지를 찢고 입에 넣어버린다. 낙제를 시킬 테면 시키라는
일종의 포기 심리의 발동에서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생사기로에서까지
시험을 치른 영웅으로 대접한다. 그러한 조처에 주인공은 오히려 환멸을 느낀다.
주인공은 미술부에 들어가 아그리파, 줄리앙, 세네카, 미켈란젤로 등
석고상 인물 하나하나의 내력을 들으며 그림에 심취하게 된다.
주인공은 밤이 늦도록 미술실에 남아 그림그리기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유도부 학생들과 다툼을 벌이게 되고 폭행을 당한다.
학생들 중 운동권에서 활동을 하다가 죽은 선배가 있어 추모행사에
주인공과 학우들이 참석하지만, 추모행사보다는 인근 바닷가에 수영을 즐기는
모습에 주인공은 착잡한 심정이 된다.
그러면서 더욱 그림그리기에 전념한다.
불량학생 패거리가 찾아와 주인공과 동료들에게 패싸움을 걸지만,
동료들은 맞서지 않고 잠자코 얻어맞는다. 주인공이 참다못해 복수해주겠다고
불량학생 패거리에게 대들다가 실컷 얻어맞는다.
그림그리기에 몰두하는 주인공, 계절이 한 겨울이기에 주인공은
의자를 난로에 넣고 불을 태워 온기를 유지한다.
이 광경을 교사가 보고, 학교기물손괴를 이유로 주인공은 퇴학을 당하게 된다.
바닷가에서 동료들과 만나는 주인공, 동료는 예쁜 여학생과 사귀며
즐거운 표정이다. 그중 학창생활에서 가장 가까웠던 친구 또한 자신의 길을
선택해 주인공과 헤어져 떠나버린다. 주인공은 그들 모두를 떠나보내며
10대시절과 작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의 ‘빨간’은 사춘기의 젊은 생기를 상징하고 ‘염소’는 가축이지만 제도권 속에 있는 아이들을 의미한다. 10대 중반의 기쁨과 희열, 고독과 절망을 그려냈다. 경상북도 대구신천 변을 중심으로, 학교라는 고삐에 묶인 채 각자의 방식으로 일탈을 꿈꾸는 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빨간 염소들의 거리>는 어른이 된 소설가 엄창석이 소년소녀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의 손길이자 소설가 엄창석이 세상에 내보내는, 소년에서 성년으로 가던 상처투성이 길에 대한 오래된 성찰에서의 소산이다. 극단 城 김성열의 각색 연출로 공연되었다.

엄창석
1961년 경북 영덕에서 태어나 영남대 독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주물공장의 노동자 문제를 다룬 중편소설 「화살과 구도」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소설집 『슬픈 열대』, 『황금색 발톱』, 장편소설 『태를 기른 형제들』, 『어린 연금술사』, 『유혹의 형식』 등이 있다. 금복문화상,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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