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은 한때 깡패였던 아버지와 한쪽 눈을 실명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아홉 살 소년이다.
산동네로 이사 와서 이웃들에게 전을 돌리던 중, 부모 없이 누나와 둘이
사는 기종이라는 아이와 만나 친구가 된다. 기종은 자신의 상상으로부터
만들어진 세계 속에 사는 거짓말을 잘 하는 소년이다.
이후 여민은 산동네와 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자식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외롭게 살다가 죽은 토굴 할매,
집안형편에 따라 아이들을 차별대우하는, ‘월급기계’라는 별명이 붙은 선생님,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자살을 선택한 골방철학자,
무허가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월세를 받는 풍뎅이 영감,
신경질적이어서 여민을 어리둥절하게 하지만, 결국에는 누군가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을 알게 해준 우림이, 산동네 대장이지만 아버지를 잃고
공장으로 일하러 간 검은 제비 등등이 그들이다.
담임 선생님 실수로 인해 다른 아이 그림으로 미술대회 대상을 받은 여민이는
영웅이 된 듯한 마음도 잠시,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돼 상처를 받는데….
이 작품은 성장 서사로서 아홉 살 어린아이가 바라보는 시점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세상의 현실을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세상의 편견에 물든 어른들의 시각을 전복하는 어린아이만의 참신한 문제제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아홉 살 나이에, 인생에는 기쁨, 슬픔, 낭만, 고통, 욕망, 좌절, 사랑,
증오 등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고 이 모든 것들 중 어느 하나가
인생의 전부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이 작품은 1991년 청년사에서 출간된 위기철의 소설이다.
1960년대 후반 산동네를 배경으로 9살 여민이 만나는 여러 이웃들의 삶의 이야기와
그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깨달음을 묘사하며 한 소년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을 원텍스트로 하여 만화가 이희재는 1992년과 1993년 사이 약 1년 6개월간
소년만화 잡지 <소년중앙>에 '나 어릴 적에'란 제목으로 만화를 연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국립극단에서 2002년 김정숙이 각색 연출로 연극으로 공연되었고,
2004년에는 윤인호 감독 제작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이 연극은 국립극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아동 가족극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평범한 이야기를 과장없이 소박하게 그렸다. 누구나 경험했던 어린시절,
아득한 그 시절 느낌을 사진첩을 펼쳐보듯 그린다는 것이 기획의도다.
“어린시절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다. 비석까기와 말뚝박이, 날을 지새고 콩서리를 해 개천가에서 구워먹은 뒤 입언저리에 재를 묻히고 집에 들어가던 어린시절을 가진 부모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당시 이야기를 극으로 담았다”고 김정숙 각색및 연출은 말한다. 산을 철조망으로 나누어 한쪽은 개인소유 숲이고 나머지편은 판잣집 달동네다. 아홉살 여민이는 세를 살다 달동네 새집으로 이사온다. 불쌍한 이웃을 위해 몸으로라도 선행을 하는 아버지, 비록 한쪽 눈은 잃었지만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어머니를 존경하는 여민이다.
아홉 살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 '여민’이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 얘기다.
세상이 얼마나 넓든 상관없이 배부르면 행복하고 엄마 품이 최고였던 나이,
어렴풋하지만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는 나이,
쌓아놓았기에 넉넉하고, 하나밖에 남지 않았기에 헛헛한 나이,
그러나 세상을 느끼기에 충분한 나이 아홉 살.
정말로 묘한 숫자 “아홉”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가난했던 우리들의 아홉 살.
학원도, 컴퓨터도, 게임도 없었던 그 시절.
다방구, 자치기, 말 타기, 고무줄놀이에 해가 지도록 숲과 골목을 누비며
사람친구가 더 재미있었던 그 시절.
우리네 아홉살 시절로 떠나는 마법 같은 연극.
수채화 같은 동화 속 풍경들
소독약 아저씨를 따라 아이들 웃음소리 드높았던 골목길,
연탄지게를 지고 골목길을 누비던 검댕이 연탄 아저씨. 고물장수 아저씨의
리드미컬한 가위질 소리와 강냉이,
배불뚝이 집주인과 방세를 두고 벌였던 실랑이,
아침마다 전쟁이던 줄이 길게 늘어선 공동 화장실,
<아홉살 인생>에는 그 시절 우리네 살아가던 풍경이 있다.
“아홉 살”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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