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어송은 일찍 부모를 잃고 남의 집에서 머슴을 살았지만 주인이 죽자
새경도 못받고 쫓겨난다. 더군다나 산적들의 횡포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때, ‘백성이 하늘’이라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노래를 부르는
젊은이가 나타난다. 은어송은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가 모진 고문을 당한다.
지쳐 집으로 돌아오는데 산 속에 송아지가 한 마리 있는 것 아닌가.
은어송은 맹수들한테 당할 것 같아 송아지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날 밤, 한 여인이 찾아와 하룻밤 머물 것을 청한다. 은어송은 망설이지만
깊은 산속에서 여인을 혼자 둘 수도 없었다. 그래서 재워주는데,
여인이 실수하여 그만 송아지를 잃는다. 그렇지만 은어송은 어차피
주은 소라며 오히려 여인을 위로한다.
둘은 정한수를 놓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그런데 여자는 역모로 몰린 김참판의 딸이었던 것이다.
은어송은 다시 고문을 당할까 두려워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살면 될 것이라
생각하여 그대로 부부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부인의 도움으로 글을 읽어
과거에 급제를 한다. 그리하여 진정으로 백성을 위하는 관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 이야기는 대전 동구 가오동, 옛 가오리의 “은어송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 은어송이 지혜로운 부인을 만나 과거에 급제하여 억울한 누명을 쓴 장인의 누명을 벗겼다는 이야기다. 비천한 신분의 은어송이 부인의 내조로 출세한다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연극 <은어송>의 내용은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권선징악이나 행복한 결말이 보통의 설화 대신 주인공 은어송 개인의 갈등이 파멸로 이어질 만큼 다양한 모티브의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변용되어 있는 듯 보인다. 여기에는 도깨비들이 기본적으로 익살적인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수없이 많은 인물과 효과를 직접 담당하는 원인도 있다. 따라서 시공간이 자유롭고, 가령 천 하나를 가지고 벽을 만들어서 효과를 주며 관객과 배우의 중간자적인 입장에 위치하기도 하고, 곧 천을 방으로 다시 이불로 나타내며 간단한 소도구로 공간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상징적 의미와 복잡한 내용, 끊임없는 시공간의 변주로 극으로 풀어낸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도깨비들이다.
해설도 하고 도깨비에서 은어송, 처녀(후에 아내), 황부자, 임금 등... 모든 역할을 도깨비들이 멀티로 배역을 소화하고 무대전환도 하고... 전통적으로 도깨비는 무섭지만 반면 친근하기까지 하다. 또 규정되어있지 않은 성격 때문에 서양의 어릿광대보다 연극적 활용성이 더욱 높다. 어떠한 상상도 가능하다. 장면을 바꾸는 전환수가 되었다가 금방 인물(Charactor)이 된다. 때로 극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까지 연극적이다. 도깨비니까! 게다가 이들이 꾸미는 많은 장면들이 우리 전통 놀이판을 현대화한 것이고 부르는 타령도 음율은 옛것이지만 개사되어 현대판이다.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기철 '나 어릴적에, 아홉살 인생 ' (3) | 2025.02.18 |
---|---|
고연옥 '인류 최초의 키스' (1) | 2025.02.17 |
마임 두 도둑 이야기 (1) | 2025.02.16 |
이상훈 '장난감 병동' (1) | 2025.02.16 |
박운원 '갈잎의 노래' (1) | 2025.0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