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마임 두 도둑 이야기

clint 2025. 2. 16. 11:40

 

두 도둑이 시커먼 골목길의 어느 집 담장을 뛰어오른다. 
숨소리도 죽여야할 이 긴장된 순간에
두 도둑은 어딘지 모를 2%가 부족한 느낌이다. 
우여곡절 끝에 집안으로 침입한 두 도둑.
이들이 금고에서 꺼낸 것은 무엇일까?!
신나게 금고를 털며 좋아하던 이들 뒤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들려온다!

 



금융위기니 실물위기니 가슴 퍽퍽한 일들만 잔뜩 벌어지는 이 시기에, 

두 마임이스트의 절절한 움직임은 우리네 삶의 몸부림을 웅변한다. 

빼앗기고 억눌리고 소외당한 이들의 소리 없는 절규는 

이내 두 도둑의 엉뚱한 꿈으로 전이된다.
엉뚱한 꿈이란 이들에게 ‘희망’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그들은 그렇게 다시 오늘을 살고, 또 다시 꿈을 꾼다.
우리가 그렇게 살듯, 두 도둑도 그렇게 꿈을 꾼다. 
어쩌면 유홍영과 고재경이 훔친 것은 보물과
재화가 아닌, 바로 당신의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금융위기, 실물위기, 외환위기… 온통 세상이 “위기, 위기” 한다.
사람들은 먹는 것도 줄일 처지라며 하소연한다. 
중산층은 붕괴되었고, 사회안전망은 해체되어 올
겨울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때 마임 공연을 하는 것은 어쩌면 미친 짓 아닐까?
아니다. 이런 때일수록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대변해야 한다.
그것이 광대이자 마임이스트의 할 일 아닌가?
사람들이 울고 싶다면 온몸으로 울어주고, 
세상만사 다 잊고 웃고 싶어한다면 웃겨주자!

 

 

 

마임극 <두 도둑 이야기>는 85년 유홍영이 초연한 후, 세계각국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다시 올리는 공연에 유홍영은 후배 고재경과 호흡을 맞춘다. 가난한 두 도둑이 담장을 넘으면서 시작되는 소리 없는 이야기는 보는 내내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어딘지 모를 엉성함이 묻어나는 두 도둑의 몸짓에 한껏 웃다가도, 이들이 훔치려는 것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순간 관객은 찡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두 도둑을 연민하고 동정하려는 순간, 두 녀석은 이를 비웃듯 신나는 꿈을 꾼다.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꿈꾸는’ 두 도둑의 몸짓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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