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29

김민정 '인과 연'

어느 날 꿈에서 깬 '공주'  징그러운 '뱀'이 자신의 안쪽 다리를 감고 있음에 깜짝 놀란다. 위험하고 민망하여 떼어낼 수도 없어 곤경에 처한 '공주'. '왕'은 칼을 들고 '뱀'을 공격해 떼어내려 하는데, '뱀'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 '공주'가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는 자신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 하며, '공주'를 휘감아 궁궐 담을 넘어 달아나 버린다. '공주'를 구하러 나선 '왕'과 '군사들'... '왕'보다 먼저 '공주'를 차지하려는 '주대감'의 무리...  공주의 시종 '소야'와 '금봉', 그리고 '늙은 노파'와 '산적떼'의 비밀은 무엇일까. '공주'의 다리를 휘감아 옥죄는 '뱀'과 궁 밖 세상을 떠도는  '공주'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이생과 저생의 굴레..

한국희곡 14:25:58

로드리고 가르시아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

한 남자가 무대에 등장해 어렸을 때 얘기를 한다. 그건 맥도날드 햄버거를 처음 먹던 때 일이다. 학교다닐 때, 여행 다닐 때 배고플 때 그렇게 근처에서 싸고 편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어려서 만화영화를 좋아했고, 좀 커선 이태리의 디바 라파엘라 카라의 쇼에 홀딱 빠졌고 20대엔 친구들과 어울려 그들의 생각과 공유도 하고 싸우기도 했고, 국내외의 정치문제에 흥분도 했지만.신제국주의 운운하면서도 맥도날드의 비판은 없는데...그가 매장을 청소하고 음악을 틀고 그리고 분장을 한다.  옷을 갈아입는데 그가 맥도날드의 광대다. 모두 로널드 이야기의 이야기를 듣기만 한 게 아니라 충격적인 영상과 음악과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그리고 분장을 지우며 하는 말은 "왜 연극을 하냐고? 돈 벌려고 하지"   끝없는 ..

외국희곡 07:30:47

설용수 '치카추카 동물 치과병원'

여기는 치카추카 동물치과병원이다.  아기용이 유치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이빨이 모두 빠지는  병에 걸린 줄 알고 음식을 거부하다가 동물병원 앞에서 쓰러진다.  아기용의 상태를 점검한 의사는 치료기기를 무서워하는 아기용에게 치실을 이용하여 유치를 빼서 까치를 통해 이빨요정에게로 보낸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치통으로 고생하는 어른곰이 턱과 머리를  온통 붕대로 감고 나타난다. 어른이지만 치과를 무서워하는 곰에게  의사가 개발한 안 아파 치료약으로 일단 통증을 가라앉힌다. 통증이 사라진 어른곰은 자신이 어린 시절에 어떻게 했는지 보기 위해 요술거울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단 것을 좋아하는 아기곰은 엄마가 안 계실 때를 이용하여 과자, 초콜릿 등 을 먹고 잠이 든다. 천사가 나타나서 이를 닦자고  권하지..

한국희곡 2025.04.10

찰스 디킨스 '벽난로 위의 귀뚜라미'

우편배달부(원작은 운송업자)인 존 피어빙글은 가난하지만  아내 메어리와 함께 열심히 살고 있다.  귀뚜라미가 난로에서 짹짹 거리고 가족의 수호천사 역할을 한다.  어느 날 밤, 존은 신비로운 나이 든 낯선 사람에게 카트를 태워주며  며칠 동안 가족과 함께 숙박하도록 초대한다. 아내도 동의한다. 피어빙글 부부는 눈먼 딸 베르타와 함께 사는 가난한 장난감 제조공 케일럽과 친구다. 케일럽은 엄격하고 성격 나쁜 장난감 공장 사장  태클톤에게 고용되어 있다. 크리스마스 편지를 케일럽에게 보낸다. 그러나 그게 해고장이었고, 케일럽은 전전긍긍한다.  눈먼 딸 베르타가 상심할까 말도 못하고 존 부부와 얘기하고... 존과 메리는 대신 태클톤에게 항의하다가 집주인인 그가 곧 "방 빼!" 라는 답변을 듣는다. 결국 베르타도..

외국희곡 2025.04.10

유진 오닐 '늪'

부유한 상류층의 여름 별장. 젊고 매력적인 밀드리드 볼드윈 부인이 불안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어둠 속에서 이 집 운전사 프레드가 나타나고 둘은 은밀한 밀애를 나눈다. 베란다에서 하녀 진이 조용히 나타나 그들이 모습을 지켜보다 사라진다. 얼마 후 자동차 소리와 함께 남편 아더 볼드윈이 돌아온다. 볼드윈은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 늦었다고 얘기한다.볼드윈 부인은 여행에서 돌아온 남편을 맞은 후 피곤하다며 위층으로 올라간다. 하녀 진이 혼자 남은 볼드윈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진은 그에게 볼드윈 부인과 프레드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댄다. 혼자 남은 볼드윈은 분노에 떨며 복수를 다짐한다. 철저한 계획을 세운 볼드윈은 차고에 있는 프레드에게 전화를 걸어 밀드리드가 매우 위독하니 자동차를 타고 의사를 모셔 ..

외국희곡 2025.04.09

김지연 '살모사'

뜨거운 땡볕 그 한가운데 고목처럼 앉아있는 그림자  이빨로 끊은 파란 탯줄 노란 하늘! 노란 고름! 썩어 뭉그러진 자궁! 질긴 내 뿌리로 짠 거미줄 넌 엄마가 되어야 해! 가문 땅 자궁 무덤가에 핀 꽃 그늘 어미 거미줄에 걸린 개구리 나비, 퍼덕퍼덕 날개가 녹아 뱀이 되어 어미를 먹고 거울속 제 모습에 먹혀 버리다. 어미가 된 딸...부러진 날개짓... 엄마... 살려 줘.... 축축하고 음습한 자궁속에 뱀 한마리 움틀.. 움틀... 차거운 눈으로 번뜩- 어미의 껍질을 열다. 붉은 허물이 겹겹이 쌓인다.  차갑게 미끄러운 뱀 한마리  스르룻 머리를 곧추 세운다.  할머니 - 엄마 - 딸을 이어내려오며 살모(殺母)하고 또 딸을 나으려는 딸. 나의 어미가 나에게 준 숱한 억압과 굴레와 관습들. 결코 뿌리칠 ..

한국희곡 2025.04.09

강제권 '제나 잘콴다리여'

서울서 프렌치레스토랑 '마농의 샘'을 운영하는 우진.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 미란의 조부모에게 인사하러  제주도로 내려오지만 미란은 회사에 갑자기 일이 생겨  당장 내려오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때문에 홀로 찾아갈 수 밖에 없게 된 시골집.  관광 택시를 일반택시로 잘못 타 제주도 관광에 사진까지 찍어주는 기사... 바가지를 쓰고 적어준 동네에 도착한다.핸드폰도 충전레벨이 바닥이고 연결선도 못챙겼다.자신이 별로 맘에 안들었는지 무뚝뚝한 할머니에 주눅이 들고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사투리에 혼미해지고 설상가상으로 뭔가 하나씩 등장하며 결국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가버리게 된다. 과연 우진은 외국보다 낯선 제주에서의 푸르다 못해 퍼런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미란아 뭐하는거야 제발 빨리 와줘~..

한국희곡 2025.04.08

그레이스 앨렌 바키 '머쉬룸'

광란의 머쉬룸! 이것은 소리치고 성장하고 부풀어 올라 공격을 가하는  버섯들의 반란이다! 극장에 들어서면 버섯으로 가득 찬 숲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천장에 매달린 버섯들  그리고 무대 위를 날뛰는 버섯(무용수)들로 가득한 무대. 그들은 살려고 발버둥친다. 집단적 광기의 끝을 보여준다. 그들은 말하고 소통한다. 마치 인간이 SNS로 대화하듯. 그리고 더는 인간들 식용스프재료가 될 수 없음을 선포한다. 그리고 총을 잡는다. 버섯들의 반란이다! 집단적 광기어린 안무로 끝난다. 이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건 신비함과 특별한 감각으로 귀를 파고드는 음악이다.  세계 실험음악의 아이콘인 '레지던츠'가 이 작품을 위해 곡을 썼다.  은 아방가르드 음악과 멀티미디어 작업으로 유명한 미국의 괴짜집단 ..

외국희곡 2025.04.08

이래은 '서른, 엄마'

지하철에 2호선, 두 사람이 앉아있다. 지친모습으로 멍하니 앉아있는, 그리고 가슴이 유난히 큰 여자와 우는 아기를 안고  땀이 흠뻑 젖은 남자. 이들은 11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부부. 그들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겪으며 생각보다 훨씬 힘든  육아에 충격 받고 지쳐간다. 육아에 대한 주변의 수많은 얘기와 정보들에 좌지우지하느라  정신없고,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 걱정스럽고,  육아 자체는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너무 어렵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엄마 급기야 집을 뛰쳐나가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싣는다.  아빠도 무작정 아내를 따라 나서지만 우는 아이를 안고 어쩔 줄 몰라 하며 멍하니 앉아있다. 순환 열차 속에서 둘은 시간을 거슬러 문제점들을 찾기 시작한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한국희곡 2025.04.08

이노우에 히사시 '똥이야기'

소설가인 ‘똥’은 자신의 작품 흥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마음 가는 대로 소설을 쓰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찾아온 출판사 사장은 예전에 출판한 ‘똥’의 소설 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거금의 인지대금을 주고 간다. 예상치 못한 일에 의아한 ‘똥’은 원고더미 속에서 소설 을 다시 찾아 읽기 시작한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여자가 나타나서는 갖가지 마술을 부리며 자신이 소설 속에서 뛰쳐나온 ‘글’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글’은 똥에게 자신이 소설 의 내용에서처럼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전능한 도둑이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위해 소설 바깥으로 나왔다는 말을 하고 사라진다. 얼마 후 세계 각지에서 이해할 수 없는 도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

외국희곡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