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 귀향(Homecoming)
매논 가 (家). 늦은 봄. 가장인 준장 에즈라 매논은 전쟁터에서 귀환을 앞뒀다.
매논의 딸 라비니아, 엄마인 크리스틴과 따로 떠난 뉴욕여행에서 돌아왔다.
정원사인 쎄스는 라비니아에게 브란트에 대해 경고하며, 그의 출신을 의심하는
얘기를 던지는데, 이때 라비니아의 친구 피터와 그의 여동생 헤이즐이 온다.
라비니아는 피터가 다시 청혼할까봐 두렵다. 아버지에게는 자신이 필요하기에.
한편 쎄스는 브란트가 에즈라의 삼촌인 데이빗 매논과 이 집에서 쫓겨난
캐나다인 간호사 마리 브란톰의 아들이라고 확신한다. 갑자기 브란트는 의심하는
라비니아에게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밝히고, 라비니아의 할아버지, 즉 자신의 부친
데이빗 매논의 형이 자신의 어머니를 사랑해 쫓아냈다고 말하며 복수를 다짐한다.
아버지의 서재에 나타난 라비니아는 크리스틴에게 그녀가 크리스틴의 뒤를 쫓아
뉴욕에 다녀왔으며, 아담 브란트와 키스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폭로한다.
크리스틴은 남편인 에즈라를 오랫동안 증오해왔고, 라비니아는 남편에 대한
혐오 속에 태어난 아이라고 말한다. 크리스틴은 라비니아의 남동생인 오린만을
자신의 애라고 여기며 사랑해왔다. 라비니아는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의 간통을 비밀로 하고, 크리스틴도 브란트를 다신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크리스틴은 자신의 딸이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노려왔다고 비웃는다.
일주일 후, 에즈라 마논이 돌아오고 라비니아는 달려나가 아버지를 껴안는다.
크리스틴은 남편과 둘만 남게 되자 자신이 브란트와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말하고,
에즈라는 아내와의 관계 회복을 원한다.
에즈라의 침실, 새벽, 크리스틴은 침대에서 기어나오고, 에즈라는 그의 집이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크리스틴은 자신이 브란트의 여자가 되었음을 고백하고,
격분하여 심장의 통증을 호소하는 에즈라에게 독약을 건넨다.
에즈라는 라비니아를 부르고, 죽어가면서 딸에게 아내가 유죄임을 선언한다.

2부 쫓기는 자(The Hunted)
오린이 전장에서 집에 도착한다. 오린은 크리스틴이 보이지 않자 투덜대며, 자신의 엄마와
브란트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라비니아는 동생에게 엄마를 믿지 말라고 경고한다.
크리스틴이 나타나자 엄마와 아들은 기쁨에 차 포옹한다.
오린은 엄마에게 브란트에 대해 묻고, 크리스틴은 라비니아가 미쳐서 본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 항변한다. 오린은 크리스틴의 발치에 앉아
남쪽 바다 어느 섬에 있는 엄마와 자신을 꿈꾼다. 섬은 전쟁이 없는 세상, 평화와 안정,
크리스틴 그녀를 상징한다. 라비니아가 나타나 오린에게 아버지의 시신을 보라고 한다.
서재에서 오린은 크리스틴이 이미 누나의 병증에 대해 경고했다고 말한다.
라비니아는 동생에게 엄마의 배신을 증명하기 위해 그 밀회를 보러 가자고 제안한다.
에즈라의 장례식 다음날, 브란트의 배가 있는 보스턴 부두에 크리스틴이 숨어든다.
두 연인은 동쪽으로 도주하여 그들만의 축복받은 섬을 찾아 떠나기로 하고,
라비니아와 오린은 갑판에 숨어서 아들의 이야기를 엿듣는다.
앞으로 닥칠 일을 두려워하며 크리스틴이 잠시 헤어져있기를 주저하다 떠나고
브란트가 배로 돌아오자 오린이 그를 권총으로 살해한다.
다음날 밤, 집으로 돌아온 크리스틴 앞에 나타난 오린과 라비니아는
그들이 브란트를 죽였음을 밝힌다. 크리스틴은 절규하고, 그녀 앞에 오린은 자신과
함께 떠나면 자신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한다. 크리스틴은 분노에 차서 안으로
들어가고, 이내 에즈라의 서재에서 총성이 울린다.
라비니아가 중얼거린다. "이것이 정의(justice)야"

3부 신들린 자(The Haunted)
1년 후, 라비니아와 오린이 동부 여행에서 돌아온다.
라비니아는 종전의 모습이 아니라 죽은 엄마의 모습을 꼭 빼닮은 여성스러운 모습이다.
오린은 극심하게 말랐고 동상 같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빼닮았다.
오린은 라비니아가 크리스틴의 영혼을 훔쳤다고 말한다. 피터는 라비니아를 보고
크리스틴의 유령을 봤다고 생각하고, 라비니아는 피터와의 재화를 기뻐한다.
오린은 그런 누나를 보며 질투하는데
한달 후, 에즈라의 서재, 오린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속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논가의 마지막 남자로서, 그는 가족의 범죄를 기록하고자 한다.
오린이 섬의 원주민 남자와 잔 것을 비난하자 라비니아는 조롱하는 소리를 내고,
오린은 누이의 목을 잡고 에즈라처럼 반응한다.
한 달 후, 헤이즐과 피터 오린이 들어와 헤이즐에게 봉투를 건네며, 이 봉투를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거나 라비니아가 피터와 결혼하려 하면 열어보라고 말한다.
라비니아가 들어오자 헤이즐은 봉투를 숨기는데, 라비니아는 오린에게 사랑한다며
그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한다. 오린은 헤이즐에게 작별을 고하고
라비니아와 떠나려 한다. 오린이 라비니아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
라비니아는 그의 얼굴에 어린 왜곡된 희망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
라비니아는 그의 죽음을 원한다 말하고, 오린은 크리스틴이 라비니아를 통해
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 오린은 자살한다.
3일 후, 라비니아가 상복을 입고 슬픔에 잠겨 등장한다. 헤이즐은 라비니아가
피터와 결혼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마논가의 비밀은 그들의 행복을 가로막는다.
피터와 라비니아는 그들의 사랑을 새롭게 해보려 하지만,
라비니아는 자신이 영원히 마논가의 죽음에 묶여있음을 깨닫는다.
이제 그녀를 벌할 사람이 없기에 그녀는 스스로를 벌해야 한다.
라비니아는 창문을 닫고 꽃들을 뽑아버린 채 홀로 어두운 집으로 들어간다.

미국의 대표적 극작가인 유진 오닐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는 3대 그리스 비극 작가인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원형으로 하여 쓰인 작품이다. 1부 '귀향(Homecoming) 4막, 2부 쫓기는 자(The Hunted) 5막 3부 신들린 자(The Haunted) 4막 등 총 13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가멤논」「제주를 바치는 여인들」「자비로운 여신들」로 이루어진 오레스테이아와 짝을 이루지만 오닐의 엘렉트라는 세 개의 개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각 파트마다 네개에서 다섯 개의 막으로 구성된 긴 드라마라는 차별성이 있다. 1931년 이 작품의 초연 당시 유진 오닐은 평단으로부터 진정한 비극작품을 썼다는 찬사를 받았으며, 그는 193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미국 극문학의 아버지로 자리매김한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테이아가 트로이전쟁 하에서 고통 받는 아트레우스 가문의 운명을 그린다면,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는 미국 남북 전쟁을 배경으로 매논(Mannon) 가문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다. 1931년 10월 26일 브로드웨이의 길드시어터에서 초연하여 1932년 3월 막을 내릴 때까지 150회 공연을 했으며, 바로 1932년에 다시 앨빈시어터(현 닐 사이먼 시어터)에서 리바이벌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닐이 자신의 극 속에 등장하지도 않는 '엘렉트라'라는 이름을 작품의 제목에 넣은 것에서도 그가 의식적으로 오레스테이아를 원전으로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레스테이아>에서는 트로이전쟁을 배경으로 아트레우스 가(家)가 대를 이어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데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에서는 매논(Mannon) 가의 비극을 다룬다. 이 극에서 오레스테이아의 아가멤논은 에즈라 매논(Ezra Mannon) 장군이 되었고,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크리스틴(Christine), 오레스테스는 오린(Orin), 엘렉트라와 같은 운명을 겪는 사람은 여주인공 라비니아 매논이 되었다. 오닐의 인물들은 1930년대 정신분석학에 근거하여 인물들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에 관심을 모으며 프로이드의 관점으로 읽혀졌다.
매논 가의 몇 대를 다루는 오닐의 3부작은 남북전쟁 직후 뉴잉글랜드의 한 장군의 집을 무대로 하여 애증이 교착하는 가족관계를 세심하게 풀어낸다. 살인과 간음, 사랑과 복수를 프로이드의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섬세하게 다룬 원작을 러시아의 연출가 알렉세이 보로딘(Alexey Borodin)은 러시아의 스케일과 감각으로 각색하고 연출해냈다. 모노톤의 회전 무대 위에서 시시각각 전환되는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애증이 교차하는 가족관계와 운명의 악순환을 회피하고자하는 인물들의 처절함이 웅장하게 그려진다.
2014년 4월 국립극장 무대에 알렉세이 보로딘의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가 공연되었다. 원작중 일부 장면은 연출가의 의도로 각색되었다. 공연시간이 3시간 20분의 대작이었다.

알렉세이 보로딘 Alexey Borodin
러시아의 국민 예술가로 꼽히는 알렉세이 보로닌은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닌 배우이자 러시아 아카데믹 유스 시어터(Russian Academic Youth Theatre, 이하 RAMT)의 대표 연출가 겸 예술감독이다. 1941년 중국 칭다오에서 출생한 그는 1988년 러시아 국립연극대학(RATI)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직후 곧바로 활동을 시작하여 1973년 Kirov TUZA 연출가로 7년간 활동한다. 1980년 RAMT의 전신인 모스크바 중앙 어린이극장연출가로 초청되고 아홉 시즌 뒤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래로 지난 25년간 RAMT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위고(V. Hugo)의 <레미제라블(Les Miserable)>, 스트류가츠키쉬 형제(A. and B. Strugatskije)의 <더 키드(The Kid)>, 쉬카치한(Yu. Shchekochikhin)의 <트랩넘버46 2층>, 미할코프(S. Mikhalkov) 의 <시리얼 드림(A serial dream)>, 마야코프스키(V. Mayakovsky)의 <목욕탕(The Bathhouse)》. 셰익스피어(W. Shakespeare)의 <King Lear(리어왕)>. 와일더(T. Wilder)의 <우리 읍내(Our Town)>, 라신(J. Racine)의 <베레니스>, 디킨스(Ch. Dickens)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슈바르츠(Ye. Schwarz)의 <원 나잇(One Night)>. 구드리치(F. Goodrich)와 알버트 해킷(A. Hackett)의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nne Frank)>, 뮈세(A. de Musset)의 로렌자치오>, 아쿠닌(B. Akunin)의 <에라스투스 판도린(Erastus Fandorin)>, 체호프(A. Chekhov)의 <벚꽃동산>, 스토파드(T. Stoppard)의 <유토피아의 해안(The Coast of Utopia)>, 고골(N. Gogol)의 <초상화(The Portrait)>, 그린(A. Grin)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스칼렛 세일즈(Scarlet Sails)> 그리고 <체호프 갈라(Gala)>를 비롯한 40여 편의 공연을 연출했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그는 뚜르게네프(l.Turgenev)의 <아버지와 아들(Fathers and Sons)>, 도스토예프스키(F. Dostoevsky)의 <익링(The Possessed)>을 올렸다. 현재 러시아 국립 연극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인민 예술가이자 러시아 훈장과 모스크바 훈장을 수여 받은 바 있다.

'외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옥 재구성 '햄릿' (3) | 2025.04.29 |
---|---|
록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4) | 2025.04.28 |
솔제니친 '여인과 수인' (3) | 2025.04.26 |
삐달 아사, 가리온 '작은 사랑의 멜로디' (1) | 2025.04.25 |
라울 콜렉티브 '산책자의 신호' (1) | 2025.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