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김정옥 재구성 '햄릿'

clint 2025. 4. 29. 20:48

 

 

1장: 광대들 등장하여 햄릿과 오필리어, 왕과 왕비 등 그들의 존재에 대하여- 

현대인 그리고 오늘의 관객에게 누구인가를 음악과 노래와 함께 이야기한다.
2장 묘지장면, 묘지 파는 어릿광대와 햄릿의 대화와 노래, 햄릿과 호레이쇼의 대화, 

그리고 오필리어의 장례를 위한 대열과 상여노래, 햄릿과 레어티즈와 대립한다.
3장: 햄릿의 꿈. 아버지의 유령 그러나 햄릿은 그것을 악몽으로 돌린다. 

그는 유령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 꿈이라면 그것은 햄릿자신 내면의식의 문제로 인식한다.
4장: '죽어야 할 것인가, 살아야 할 것인가' 괴로워하는 햄릿. 

햄릿과 오필리어의 대화 그리고 그것을 엿보는 왕과 폴로니어스- 이것은 연극인가. 
5장: 햄릿이 광대들에게 극의 내용과 연기에 대하여 주문한다. 

폴로니어스 등장하여 햄릿과 퇴장. 왕과 폴로니어스가 광대들에게 오늘밤 

공연내용을 묻고 사전검열을 요구하자, 광대들 무언극으로 극의 내용을 보여준다. 

이를 본 왕은 새시대에 맞는 작품을 하도록 요구한다. 그러자 광대들은 

과거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기위한 선왕의 굿판을 제의하여 합의를 받아 낸다.
6장: 광대들의 음악과 노래- 인간의 역사는 음모의 역사인가에 대하여 광대들은 

인간의 음모와 대립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결국 연극이란 그 음모를 밝히기 위한 것임을 말한다.
7장: 굿판을 벌인다. 즉, 햄릿은 광대들에게 따지자, 자신들의 공연- 굿판은 

오로지 죽은 자와 산자들의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 벌어지는 것이라 말한다. 

굿판이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오필리어에게 신이 내린다. 

그녀의 입을 통하여 죽은 왕의 원한에 찬 이야기가 전달된다. 

왕은 굿판을 중단시키고 퇴장한다.
8장: 왕은 햄릿을 방치할 수 없다며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에게 영국으로 

추방할 것을 명한다. 왕에게 폴로니어스는 햄릿과 왕비의 대화를 엿듣고자 

함을 고하고 나가자, 왕은 자신의 죄악에 대한 참회의 기도한다. 

이를 목격한 햄릿은 기도하는 왕을 죽이지 못하고 복수를 지연한다. 
9장: 광대들이 음모와 유예 등에 대하여 음악과 노래를 한다. 

그리고 연극은 지속된다.
10장: 왕비의 침실에서 햄릿과 왕비가 애증과 갈등의 언쟁을 벌인다. 

햄릿이 숨어 엿듣던 폴로니어스를 죽인다.
11장: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터은 왕의 명에 따라 햄릿에게 시체의 행방을 

추궁하고 그의 신변을 구속한다.
12장: 왕은 햄릿을 영국으로 추방할 것을 명하고, 

햄릿은 로젠크랜츠와 길덴스턴과 함께 떠난다.
13장: 미친 오필리어의 노래, 왕과 왕비 그리고 레어티즈 등장하여, 

왕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따지자, 복수할 기회를 약속한다. 

왕비는 미친 오필리아의 뒤를 쫓아나간 뒤, 다시 돌아와 그녀의 죽음을 알린다. 
14장: 광대들이 음악과 노래를 통하여 인간의 내면적인 광기와 죽음이 없었다면 

인간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광기와 죽음에 대하여 말한다. 
15: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가 진행된다. 그리고 차례로 모두들 죽어간다. 
16장: 가면은 쓴 죽은 자들과 함께 광대들이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떠난다. 

화려한 광대들의 퇴장이다.

 

 


햄릿 장면구성에 드러나고 있듯이 김정옥은 원전의 5막구조를 16개의 독립되고 연속적이거나 비연속적인 장면들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것은 서술적인 극적 구성이 아니다. 상징적이며 은유적인 서사적으로 양식화된 극적구조이다. 몽타주적 장면들의 충돌을 통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극적 효과의 창출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전체적인 극의 서막에 해당하는 제1장의 경우를 살펴보면 광대들이 등장하여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난상토론적인 대화를 한다. 이들의 대화가 다분히 동문서답식의 무분별한 모습과 좌충우돌식의 난잡한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원작의 순서를 무시하고 선왕의 유령이 중반에 나오며 오필리아가 먼저 죽은 것으로 나오는 등 뒤집혀진 순서로 인하여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나, 호레이쇼가 원작의 모든 죽음이 끝나고 포틴블러스에게 설명하는 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원작은 변용적으로 해체하여 극의 진행을 비약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였다.  
김정옥은 <햄릿>을 오늘의 한국적 무대로 변용하여 배우의 연기를 중심으로 그 핵심주제인 '죽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김정옥의 '집단창조'에 의한 무대형상화 작업에 나타나는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광대에 의하여 창출되는 극적상황이다. 이는 극적 흐름의 놀이적 시간과 그 다양한 놀이가 펼쳐지는 시적 빈공간의 가시적인 충돌과 조화를 통해 관객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연상작용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무대와 객석 등 극장 전체를 극적인 시공간으로 극대화시키는 연출관점을 보여준다. 특 히 첫장면과 두 번째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광대들 벌이는 사설, 노래 그리고 등, 퇴장 등의 상황에서 이와 같은 관점이 잘 드러난다. 먼저 첫번 째 장면과 두 번째에서 광대들이 등장하여 벌이는 놀이적 상황과 시적인 공간이 충돌하면서 광대들은 등장하여 제각기 떠들어댄다. 이들은 햄릿과 오필리어, 왕과 왕비 등 등장인물의 정체성 문제 그리고 오늘의 한국인에게 과연 그들은 무엇인가 혹은 삶과 죽음의 문제 등에 대하여 저마다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리고 사설을 전개하면서 그 와중에 음악과 노래가 연주되거나 불리어진다. 아울러 무대 위쪽에서 종이와 삼베 천으로 만든 대형소품인 인형들이 서서히 내려와 주검을 조 문하는 상징적 인물로 형상화되고 있다. 이는 극 초반의 살아있는 상여꾼과 상여행렬 상황과의 극적인 대비와 극적구성에 있어 핵심주제인 죽음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작의 무대를 한국으로 옮김으로써 연극의 중심기호라고 할 수 있는 연기자의 연기를 진실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하였고, 장면의 연결을 몽타주적 수법으로 배열하여 극의 줄거리를 전달하고자 하였다. 인물과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극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공연이 진행되도록 시도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김정옥의 재구성은 원작의 막과 장의 구분을 해체하여 시대와 배경의 정확한 시기와 장소를 설정하지 않는다. 또 불특정한 한국적 시공간 속에서 원전에 근거한 연속적이거나 비약적으로 전개되는 장면들과 광대들에 의해 새롭게 창출되는 극적 상황을 중심으로 <햄릿>을 재구성하였다. 김정옥은 5막 구조를 해체하여 원전의 극 진행과는 전혀 다른 극적 구조를 지향하는데, 즉, 광대들의 난상토론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을 포함하여 일부 원전의 극적구성과 동일하게 연결되는 장면도 있으나 각기 16개의 독립된 장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김윤철은 극단 자유의 <햄릿> 공연은 궁극적으로 원전에 대한 패러디라 평가한다. 그는 여기에 등장하는 광대들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역사적 사건을 하나의 공연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죽음으로 시작되는 한판의 합리적이고 무속적인 놀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또 햄릿이 유령을 만나는 장면을 꿈으로 표현하거 나, '극중극'을 굿판으로 변용하기도 한다. 이는 오필리어의 신내림을 통해 선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한 상황설정이다. 이것은 무속신앙의 영향을 받아온 한국 관객들의 정서와 의식구조를 겨냥한 것으로 지적한다. 이를 통해 김윤철은 <햄릿>의 한국화내지는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또 무대로부터 객석 천장의 중간까지 삼베를 이용한 무대장치는 공연 의 핵심주제인 죽음을 형상화하는데 일조한다. 무대공간의 깊이와 대각선을 이용 한 등장인물들의 역동적인 동작선은 매우 남성적인 느낌과 훌륭한 앙상블을 창 출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몇 장면에서 매우 불합리한 모순이 표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필리어의 장례식장면에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상황을 주 도한다. 그러나 극적 상황의 종교성은 여전히 기독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