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우리시'는 독사떼의 기습 공격을 받게 되고 그것이 외국산 코브라인 것
같다고 보고 된다. 독사 소탕 대책 본부장은 시민들의 계속적인 문의전화에 화가 난다.
그래서 그는 병원장에게 헛소문을 퍼뜨렸다며 소리친다.
한 가정집의 여인이 창밖 부둣가를 보고 있다. 그녀는 남편에게 독사떼가 아니라
안개가 모든 재앙을 불러 왔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멸망할 것이라고 한다.
TV 독사떼 특집 대담에서 독사 박사는 독사를 외국산으로 보고 그것은 누군가가
수입해서 사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이것을 보고 있던 본부장은 말도
안되는 소리로 사람들을 혼란시킨다고 소리친다.
한편 여인은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며 떠나자고 한다.
이때 갑자기 여인은 안개 속에서 독사잡이들이 온다며 소리친다.
독사떼 감시병들은 자신들이 지금 허깨비와 싸우고 있다면서 모두들 미쳤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름답던 달 속에는 성조기만 펄럭이고 돈이 인간을 망쳤다고 속삭인다.
한편 가정집의 여인은 밤안개 속에서 놈들이 자신을 보고 있다며 미친듯이 말한다.
독사인 줄 알고 잡은 것이 고무호스였다는 것이 보도된다.
독사떼로 인해 신경쇠약이 걸려 입원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병원 의사는 인간의 의문과 불안, 좌절감들이 이런 재앙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또한 의사는 그 놈들의 시선은 우리의 심장이고 우리는 잃어버린 심장을 찾기위해
인간회복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인은 남편에게 우리는 파괴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뱃고동 소리가 들리자
우리를 부른다며 나간다. 본부장은 인간의 힘으로 독사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박사는 인간의 두뇌 때문에 결국은 독사에게 패배할 것이라고 말한다.
송화는 부둣가로 뛰어든다. 갑자기 한 노파가 나타난다.
이때 사내가 부인을 찾으러 바다에 뛰어드나 다시 기어 나온다.
노파는 사내에게 돈을 요구하며 자기가 찾아 주겠다고 한다.
본부장은 시민들에게 독사떼를 소탕할 테니 진정하라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총성이 울리고 시민들 놀라 모두 거리로 나온다.
모든 곳이 미치광이들의 행렬이다. 본부장은 이제 모든 것이 결정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폭탄이 터진다. 도시는 정적 속에 묻혀버린다.
극단 춘추 32회 공연작 1985. 4. 16.∼22 문예회관 대극장
이 작품은,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을 독사떼라는 가상의 상황을 통해, 실제로는 뿌리없는 오늘의 현대인들이 외부의 적이 아닌 바로 자신의 내부에 깃든, 허약한 자신의 적에 의해 얼마나 쉽게 허물어져 가는가를, 시종 코믹 터치로 그려본, 현대인들에 대한 또다른 자화상이요, 오늘날의 현실이다. 더구나 유언비어에 시민들은 놀라고 대책본부는 우왕좌왕하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독사떼와 함께 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강력한 폭탄으로 공중 분해시키는 마지막은 웃픈 코미디이다.
(작가의 말)/성준기
철학이 없는 나에게는, 철학은 앞으로 두고 두고, 내가 해결해야 할 인생과제란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해서, 극작가로서의 나에게 소망이 있다면, 나도 남들처럼, 그고상하고, 아리달송한 철학적인 작품을 한 편 써내서, 세인을 깜짝 놀래주고 싶은 일이다. 허나, 현재로선 부족한 역량에, 내가 쓸 수 있는 글이란, 나 같은 삼등인생들이 웃고 즐길 수 있는, 그런 덜 고급적이고, 덜 아리달송 삼삼한,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대중의 극작물, 통락(通絡) 코미디물 뿐이다. 철학이 없어, 써 낸 작품 마다 철학구호대상자란 핀잔과 동정을 한 몸에 받아온 내가, 그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내민 말, 즉 나는 대중통락극작가 지망생이라는 핑계의 말이었다. 실제로 내 가슴 한 모퉁이엔, 내가 이 나라 유일한 대중극작가가 돼고 싶다는, 그 사무친 바램은 버릴 수가없다. 허나, 허나, 말이다. 노르끼리한 버터 냄새에 찌든 이 나라 극작가들의 그 지적이요, 철학적인 작품속에서, 나같은 통속극작가가 한 사람 쯤 있다 해서, 크게 나쁠 것은 없지 않은가? 길바닥의 구멍가게도 그 진열된 상품이 구색을 갖춰야 손님이 많듯이 이 나라 연극도 조금은 다양해질 필요가 있지 않은가? 어쩌면 그것이, 이 나라 연극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인, 관객층의 제한이라는 높고도 아득한 벽을 무너뜨리고, 연극이 예술로서도, 또 그들 당사자들의 생계수단으로서도, 능히 신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 그 또한 모를 일이 아닌가. 다행히, 극단 춘추는 일찍이 이 나라 연극계에, 많은 코미디물을 선보여 오면서, 나 같은 무명작가의 졸작에도 동정과 관심을 표해온 덕분에 힘 입어, 두 번이나 나의 졸작이 무대화되는 은공을 입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한 맘에 넘치는 눈물을 손바닥으로 훑어 내릴 뿐이다. 바라건대, 이번 연극이 극단 춘추에 힘 입어, 모쪼록 연극을 찾아 주신 친객 여러분께 연극의 재미를 손톱만큼이라도 안겨줄 수 있다면, 그 위에 더 바랄 것이 없다. 다시 한번, 관객 여러분과 극단 춘추에 고마움을 표하며, 이 나라 연극계에 신바람이 불어 올 그날을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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