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정복근 '밤의 묵시록'

clint 2025. 4. 29. 12:33

 

 

어느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정신 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순이가 새로 이사온 날부터

정수는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즉 대략 밤 12시쯤이면 사람만한 크기의

흰 새가 옥상에 나타났다가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정수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껴 관리인에게 조사를 부탁하고 이웃들은 동요하게 된다.

순이는 결혼 첫날밤 자신의 추악한 발작을 목격하곤 달아나, 건강한 여인과 다시

결혼함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안겨준 영일에게서 도망치기 위하여

이 아파트로 이사온 것이다. 아파트단지를 배경으로 괴물의 출현 때문에

빚어지는 주민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거대한 새를 닮은 괴물체의 정체를 밝히려는 정수가 주민들에 의해.

희생당한다는 점에서 '희생양 모티프'의 일면이 엿보인다.

 

 

 

제5회 대한민국 연극제 극단 뿌리가 공연한 작품으로 정복근 작. 김도훈 연출,   

1981. 9. 18~23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한국초연 작.

인생을 굳이 정신적인 삶과 육신에 의한 삶으로 구분한다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지만

한겹옷을 벗어버리듯 몸을 벗어버릴수 있다면 얼마나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얼핏 2개의 다른 이야기가 묶여 우화적인 꾸밈새로 조화시킨 작품이다.

본질적인 삶의 상징인 "새"를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갈구하고, 자유로움을 구하며 

허식을 증오하는 남녀주인공의 의식을 메타포로 사용하여 주제를 강하게 부각시켜 

나가는 수법을 쓰고 있다. 예리한 감성과 사회적 비리에 냉철한 관찰자인 작가는 

이 작품에서 배금사상과 물질주의에 오염된 주민에게 패배하고 파멸당하는 

청년의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고귀함을 압살하려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부르주아적인 개인주의를 초월한 집단적 책임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연평 - 구히서 (일간스포츠 1981 9 16)

1981. 9. 18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대한민국연극제 네 번째 무대로 막을 올리는 극단 뿌리의 (밤의 묵시록, 정복근 작, 김도훈 연출)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 극단 대표이며 연출가인 김도훈, 기획의 복진오 등 스태프들이 농담처럼 진담처럼 외치고 대는 구호가 연극제 작품 중 최고의 관객동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뿌리는 좋은 무대라는 평을 자주 들어온 극단이면서도 그동안 관객에게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들의 자가 진단이다. 그래서 오래 묵은 소원을 이번 <밤의 묵시록>에서 풀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이 작품의 선전 전단 포스터가 연극제 출품작 중에서 가장 도발적 문구를 많이 쓰고 있다 '비밀연극 이라느니 커튼을 내려주세요이라느니 얼른 들으면 무슨 소리를 하자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선전 문구들이 수두룩하다. 기획진이 벌 벗고 나서서 몸부림을 치는 동안 이 연극의 출연자들은 그들의 역을 잡고 씨름을 해왔다. 뿌리와는 첫무대로 여자 역을 맡은 연운경 국립극단, 시립가무단을 거쳐 뿌리의 유리동물원‘. ‘부도덕 행위로 체포된 여인의 증언 이후 세 번째 작업으로 남자 역을 맡은 배규빈, 실험, 동랑, 민중 등의 무대에 섰고 뿌리의 동물원이야기에 출연했으며 이 무대에 관리인 역으로 출연하는 최종원, 민중에서 자라 현재 뿌리 단원으로 활약 중인 중년 남자 역의 이필훈. ‘유리동물원으로 뿌리에 들어와 정년 역을 맡은 이호성, 시립가무단원으로 활약, 연극 무대는 처음인 여인 역의 임일애 등은 모두 연습에 충실한 고만고만한 키의 배우들이다. 뿌리는 그동안 젊은 단원이 밑받침을 맡고 비교적 경험이 많은 중견 연기자를 기용해서 무대를 만들어왔으나 이번 무대는 젊은 참여자들이 골고루 기회를 나눠가진 것이다. 중산층 집단이 갖고 있는 자기 보호를 위한 공포가 한 청년의 죽음을 몰고 오는 얘기. 연출은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는 자세로 무대를 만들겠다고 얘기한다

 

 

 

작가의 글 - 정복근
세상만사를 좋아하는일과 싫어하는 일로 간단히 나누어 생각한다면 내 경우에는 싫어하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 같다. 이것은 이래서 싫고 저것은 저래서 싫다고 항상 마땅찮은 짓을 하는데 공연 때 작가의 말을 쓰는 것은 특히 매우 싫어하는 일의 범주에 속한다. 평소에 과히 말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고 할 말은 작품안에 다 써넣었는데 새삼 또 무슨 말을 쓰라는 거냐고 항의를 했더니 연출자가 한술 더 뜨고 나섰다. 작가가 그렇다면 연출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작가의 말, 연출자의 말이 다 빠져버려 프로그램이 엉망이되면 좋겠냐고 호통 치는 바람에 기죽어 어물어물 물러서고 말았다. 일찌기 국민학생 시절에 품었던 장래희망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것이었다. 뭐를 어떻게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지도 모르면서 누가 묻기만하면 의기양양하게 상투적인 대답을 하곤 했다.  
그러나 차츰 나이를 먹으면서는 자신이 훌륭해질 소질이란 애당초 갖고 있지도 않거니와 그래봐야 별 재미도 없을듯 해서 '무조건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 쪽으로 희망의 방향을 바꾸었었다. 심신양면으로 유난히 불편함을 못견디는 성미 때문에 이 희망은 참 간절한 소원이 되었는데 이럭저럭 꿈의 실현을 보았어야하는 이제와 돌아보면 편안은 커녕 불편하고 불안하게 살기 위한 모든 조건을 골고루 구비한 셈이 되어버려 때로 여간 한심한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물과 일상과 모든 것에 대한 끝없는 불안, 두려움. 그리고 참기 힘든 갑갑함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쌓이고 고 이다가 넘쳐나서 저절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유난히 더위가 심했던 이번 여름. 나는 또 유난히 자주 물가로 산으로 염치없이 쏘다녔는데 이에 개의치않고 무더위 속에서 묵묵히 공연준비에 애써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 

 

 

•1946년 6월 15일 충청북도 청주 産.
•中央大学校 國文科 중퇴 
•1976년 東亜日報 新春文芸 戯曲 분에서 "여우"로 당선
•자살나무, 태풍, 산넘어 고개넘어 等 발표
•문공부장관상, 흙의 문학상 受賞. 신춘문예 당선작인 "여우"로 劇界에 데뷔한 이 女流劇作家는 초창기부터 상징성이 강한 인물과 우화적 구성을 즐겨 다루는 유니크한 作家로 사회적 병리를 표출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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