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4483

오태영 '보행연습'

한 남자(K)가 지하실, 혹은 사방이 벽으로 된 방에 갇혀 있다. 초췌한 모습이다. 잠시 후, A와 B가 들어온다.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은 한때 같이 일했던 동료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은 K가 잘못을 저질러 A와 B가 감시하는 중이다. 이들은 K를 조롱하며, 여기를 탈출할 생각은 말라고 한다. 모두 밀폐된 곳이란다. 그리고 이들은 포커를 친다며 문을 닫고 나간다. K는 둘러보다가 벽 사이의 틈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나간다. 잠시 후, A와 B가 들어와 A가 재빨리 그 틈으로 나가 K를 잡아온다. 나간 곳도 전부 막혀 있고 주방과 화장실만 있는 곳이라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K도 순순히 포기하고 다시 원래의 방으로 온 것이다. 그러나 A와 B도 이곳의 구조가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른다. 그들은 한..

한국희곡 2025.02.13

김희창 '바보와 울보'

고구려 평원왕은 울보인 평강 공주에게 늘 바보 온달한테나 시집가라 농담한다. 장성한 공주가 무예경합에서 우승한 고대성에게 시집가라는 왕의 명령을 어기고 온달에게 시집가길 청하여 궁에서 쫒겨난다. 온달을 찾아간 공주는 의심하는 온달과 온달모를 설득해 결혼한다.  공주는 살림을 차리고 지혜로써 궁마를 사서 길들이며 온달을 가르친다. 온달은 국중 수렵 모임, 압도적으로 사냥을 해, 장군으로 전쟁에 나아가게 되고  공을 세움으로써 사위로 인정받고 대형의 벼슬을 받는다. 온달이 한수유역 탈환 전쟁에 자진해 나아가 전사한다. 공주가 움직이지 않는 온달의 시신을 달래어 저승세계로 인도한다   온달설화는 온달의 영웅적인 행적을 중심으로 『삼국사기』권 제45열전에 수록되어 전하는 이야기이다. 온달설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한국희곡 2025.02.12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JUMP'

일상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범상치 않은 별난 가족의 별난 이야기다. 오늘은 바로 무술 고수 가족에게 특별한 손님이 오는 날이다.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할아버지 성화에 집안 대청소로 분주하기만 하다.  하지만 매일 술에 취해 지내는 삼촌 때문에 애써 청소한 것이 모두 엉망이  되어 버리는데.. 하필 그때! 할아버지가 손님을 모시고 온다. 딸에게 첫눈에 반한 그 샌님은 이 별난 가족의 성에 찰 수 있을지? 하지만 순하디 순해 보이는 이 청년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은데.... 과연 이 사람의 정체는?  손님이 오셨다고 무술 가족의 수련시간을 넘어갈 수는 없는 법! 모두 각자의 빼어난 무술 실력을 한껏 뽐내는데.. 한편, 짓궂은 가족들은 사위가 되겠다고 찾아온 이 손님을 그냥 둘 리가 만무하다. 잔뜩 ..

한국희곡 2025.02.11

송성한 '사곡사곡'

막이 오르면 어느 작은 역의 대합실. 무덤처럼 고요한 대합실의 창밖에 거센 바람이 지나간다.  어두운 대합실 안에 한 거지같은 차림의 사내가 조각처럼 앉아있다.  여기에 노인이 등장한다. 그는 역부이다. 등이 몹시 굽은 데다가 여위고 외로움이 깃들어 있다. 등불을 들고 나오다가 사내을 발견한다. 사내는 역부에게 여기가 사곡(沙谷)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역부는 아니라고 사곡(死谷)이라고 말한다. 역부는 사내의 말에 공포와 살기, 죽음의 냄새를 느낀다. 역부는 여기를 떠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사내는 복수의 신념으로 열차에서 내릴 누구를 기다린다.  이때 멀리 기적소리가 들린다.  살기가 어린 사내의 과거는 피아니스트였다. 사랑과 증오의 외길에서 친구에게 손가락을 잘리고 애인까지 빼앗겼다. 복수의 일념으로..

한국희곡 2025.02.11

장소현 '양심'

연극 공연장에 잘 나가는 여배우가 늦어져서 공연이 지연되고 있다.이유인 즉은 여배우가 영화 촬영이 늦어진 탓이란다.요즘 연극도 스타마케팅으로 인기 배우를 간판으로 내세우는데 그 후유증이 크다.기다리던 고수와 노인이 옛날이야기라도 하며 땜빵 할 심산으로 풀어 놓는데....예전에 양심이 가슴에 붙어 노출되어 있었단다.그래서 그 양심을 갈고 닦고 하여 양심이 있는 세상이었고평화롭고 행복한 시절이었는데 오랜 가뭄과 기근으로 먹을 것이 떨어지자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하는데...이때 악마들이 나타나 그간 양심 때문에 어둠에 묻혀 살게 된 그들의 서러움을말하며 이참에 양심을 돈으로 사서 어둠의 세상을 만들자고 음모를 꾸민다.그들은 금을 가지고 배고픔 사람들에게 양심을 팔라고 하고사람들은 호구지책이라 양심을 팔게 된다...

한국희곡 2025.02.10

김지숙 '구두코와 구두굽'

오늘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닦새는 닦고, 찍새는 찍고. 닦새에게 소원이 있다면 황금다방 영숙씨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 것 뿐 다른 큰 욕심은 없다. 남들과 동일한 바램이기에 소박하다 생각하지만 마흔을 훌쩍 넘긴 닦새에겐 발칙한 상상이며, 희망을 넘어선 한낱 꿈일 수 있다.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꿈을 꾼다.찍새는 인생의 앞길이 구만리 같은 새파란 젊은이답게 미래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단 얘기하며 늘 모색한다. 학교에서조차 포기했지만 아직 자신을 포기할 수 없는 끓는 피가 찍새로 하여금 미래에 대한 조바심과 의욕을 앞서게 한다. 그러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실행할 판단력은 부족한 상태다.춤새는 어쩌면 인생을 사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풍족하진 않아도 즐길 줄 알고 놀 줄..

한국희곡 2025.02.09

이근삼 '위대한 실종'

한 대학교의 예술대학장인 공이순 여사는 실제로 가지고 있는 실력은  얼마 안 되지만 간단한 상식과 많은 외국 시찰만을 가지고 굉장히 뛰어난  예술가임을 자처하는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남편도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훌륭한 서예가로 변모시키고 (저명서예가 글씨를 도용)딸 역시 원치 않는 음악대학에 보내고, 아들도 유명인으로 포장시키고...  집안을 예술가 집안으로 보이려하며 독단적인 성격이 짙다. 그토록 강하게 보이는 그녀를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약하기만 하던 그녀의 남편 맹팔룡이었다. 어느 날 화를 내고 가출한 남편이 철도사고 사망자로 기사화되고  반면 공여사는 남편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보다는 돈봉투에 연연한다.  그러나 결국 생존해있던 남편의 등장으로 인해 그녀의 출세욕은 꺾이고  ..

한국희곡 2025.02.08

오지윤 '금희언니'

금희는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공장에서 야간근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공부를 곧잘 했던 막내 동희가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학업을  포기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내 마음이 좋지 않다.  엄마가 막내 동희를 낳고 죽었기에 동희 생일과 엄마의 기일이 겹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은 포기하며 살아왔던 삶을 동생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금희의 시름이 깊어만 가는데,  어느 날 앞날이 창창한 동생 은희가 편지를 남기고 가출한다.3년 후. 금희는 집에 하숙생으로 있던 중학교 선생님 기태와 결혼했다. 지금 임신 중이다. 그리고 연락이 없던 은희가 집에 온다. 서울에서 미용실에 근무하며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처녀의 몸으로 임신을 했다는 것이 금희에겐 걸린다. 게다가 은희는 자가용 ..

한국희곡 2025.02.07

이근삼 '도깨비 재판'

오춘일의 집 거실이다. 이 집에는 오춘일의 동생인 춘길, 오춘일의 처인 팔녀와 그들의 아들인 용돈, 식모인 만자가 함께 살고 있다. 만자가 작품 초반부터 집안에서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뇌까리듯이 이 집안식구들은 한결같이 부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여기에 갑자기 고리대금업자인 구씨와 오춘일의 딸임을 주장하는 애영이 나타나 눌러앉으면서 혼란스런 상황이 가중된다. 이 타락상을 보다 못해 출현한 도깨비 신중에 의해 이들의 면면이 더 자세히 드러난다. 오춘일은 바람 피운 아내를 담보로 장인재산을 가로채 교육사업가임을 자처하고 있다. 아내 팔녀는 자신의 부정한 과거를 표면화시키지 않고 남편에게 철저히 무관심하며 산다. 아들 용돈은 농촌계몽을 핑계로 아버지로부터 돈을 긁어내어 놀러갈 궁리에 급급하다. 오춘길은 대..

한국희곡 2025.02.07

김의경 '삭풍의 계절'

1895년 을미사변직후 의병대를 이끌던 유홍석 대장은 장남 제원과 함께 일본군과 싸운다. 그러나 소나기가 뿌리더니 전세가 뒤바뀐다. 의병대들이 쓰는 총인 화총은 구식이라 빗속에선 불을 붙일 수 없던 것.  유홍석은 아들에게 뒷일을 도모하라 하고 자신이 만든 깃발을 준다. 그리고 일본군과 맞서 육탄전에 전사한다. 이제 의병대대장이 된 유제원. 일본군에 쫓기는 그는 잠시 집에 들른다. 집에도 오래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버님의 사망소식과 나중에 선산으로 모시겠다고 부인 윤씨에게 전하고 다시 떠난다. 유씨가문의 종손의 며느리인 윤씨는 그런 상황을 알고 자식들을 가르치고 특히 장남인 돈상에게 조부로부터의 일을 일깨우고 형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경술국치 직후, 돈상은 14살이다. 동생들과..

한국희곡 202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