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의경 '삭풍의 계절'

clint 2025. 2. 6. 17:53

 

 

 

1895년 을미사변직후 의병대를 이끌던 유홍석 대장은 장남 제원과 함께
일본군과 싸운다. 그러나 소나기가 뿌리더니 전세가 뒤바뀐다.
의병대들이 쓰는 총인 화총은 구식이라 빗속에선 불을 붙일 수 없던 것. 
유홍석은 아들에게 뒷일을 도모하라 하고 자신이 만든 깃발을 준다.
그리고 일본군과 맞서 육탄전에 전사한다.
이제 의병대대장이 된 유제원. 일본군에 쫓기는 그는 잠시 집에 들른다.
집에도 오래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버님의 사망소식과 나중에 선산으로
모시겠다고 부인 윤씨에게 전하고 다시 떠난다.
유씨가문의 종손의 며느리인 윤씨는 그런 상황을 알고 자식들을 가르치고
특히 장남인 돈상에게 조부로부터의 일을 일깨우고 형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한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경술국치 직후, 돈상은 14살이다. 동생들과 의병놀이를 한다.
맥켄지란 영국 신문기자가 지나다가 들러 아이들의 놀이를 본다.
돈상을 불러 얘기하며 아이들의 투철한 항일정신에 놀란다.
그때 제원이 나타나 맥켄지와 대화한다. 제원은 일본의 무자비한 탄압과
만행을 알려준다. 그리고 윤씨부인을 만나 전비독촉을 한다. 돈상은 아비를 따라
가겠다고 하나 윤씨가 말린다. 아직은 아니라고.
일본군의 대대적인 의병소탕작전에 포위된 의병진지에서 여기저기 지원군 상황   
점검을 하는 대장 재원은 거의 전멸하여 지원군이 여의치 않음을 알게 된다.
윤씨부인도 와있다. 그러나 적의 총공세가 임박한 시점에 제원은 모두 도망가라 
하고 자신은 책임을 지고 자결하려 한다. 그러나 윤씨는 강하게 만류한다. 지금
도망갈 퇴로도 없고 아이들이 다컸는데 대장으로 귀감 되는 행동을 하라 한다.
그리 맘을 먹은 제원은 일본군의 총공세에 맞서 싸우려는데, 한쪽에서 지원군이
당도해 같이 죽을 각오로 싸워 승리를 거둔다.

 

 


1925년. 3.1운동이후 일본의 잔혹한 탄압으로 의병에서 독립군으로 바뀐 이들은 
가족들과 전부 만주로 옮긴다. 거기서 항일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만주에 와 있는 많은 한국인들은 척박한 농지를 개간해 삶을 꾸려나간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버려진 땅을 개간하니 임대료를 세게 요구한다. 게다가 여기는

일본 사령부가 중국 본토를 노리고 주둔하여 역시 독립군에 대한 탄압이 세진다.
춘삼이란 일본군 앞잡이를 죽인 돈상을 비롯한 독립군들은 누군가의 고발로 
또 체포령이 떨어지고, 돈상의 결혼을 앞당겨 하기로 하는데, 결혼이 한창 진행될 
즈음 일본군이 들이닥친다. 여기서 제원과 윤씨는 체포된다. 다행히 아이들은
모두 피신했고... 그후, 제원은 고문 끝에 죽게 되고 윤씨는 풀려난다.
몇 년 후, 이제 독립군 대장이 된 돈상은 물려 받은 깃발을 흔들며 독립 운동의
선봉장에 선다. 돈상은 아내 박씨가 아들 연익을 낳았지만 이후 일본군의 총에 죽었고, 

연익은 외가로 보내서 키운다. 몇년 후, 그 아이가 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오는 날. 

아버지 돈상은 일본군에 잡혀 모진 고문 끝에 옥사했고, 어머니 윤씨는 손자 연익을 

부른 것이다. 아버지 장례를 지내는데 장자가 있어야지. 그리고 물려줄 깃발도 전해줘야지...

 

 

 

작가 김의경 연출 이해랑의 <삭풍의 계절> (원작명: 쓰르라미는 봄·갈을 모른다)는
1982년 국립극단 105회 정기공연으로 올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구한말 일제가 강토를 짓밟기 시작할 무렵, 
단발령으로 의병이 일어났을 때 춘성, 제천, 담양을 중심으로 강력한 의병을 
이끌었던 의병대장 의암 유인석의 근척으로 의병에 적극 가담했던 외당 유홍석 
가문의 3대에 걸친 항일 투쟁를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윤희순여사는 외당 유홍석의 며느리로서 유교관습의 양반 집안에서 
분연히 일어나 한말 의병에서부터 합방 후 독립군에 이르기까지 
시아버지, 남편, 아들의 항일투쟁을 뒷받침하거나 앞에서 이끌면서 
가족군단을 형성, 끈질긴 투혼과 집념을 불태웠던 위대한 여인이었다.
숨겨져 있었던 한 여인의 끈질긴 독립투쟁사, 핏물로 점철된 수모와 굴욕과 
참담했던 약탈, 탄압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이 작품은 겨레의 호국정신과 
애국사상을 고양하고 선열들의 독립운동 및 항일투쟁사를 다시 한번 
우리의 가슴속에 뭉클하게 기억시킨다.



작가의 글 - 김의경
8월 중순에 귀국하였을 때, 국립극단에서는 나의 작품 『어머니』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해 봄, 국립극장장 허규씨가 나를 불러, 요새 뭘 써? 하고 물어왔다.
『심양의 봄』
『응?』
『<심양의 봄>은 말이요, <남한산성>과 <북벌>의 가운데 토막이지. 한참 구상 중입니다. 그걸 써야 3부작 《남한산성》이 완성되지요.』
『그런 것 쓰지 말고, 의경, 한 여성독립운동가 써볼 생각 없어?』
그래서 쓴 것이 『쓰르라미는 봄․가을을 모른다』이었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그것이 『어머니』로 되어 있었고, 다음 공연에서는 『삭풍의 계절』로 바뀌었다.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김의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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