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한민규 '잠수 괴물'

clint 2025. 2. 5. 21:35

 

 

베테랑 해군대령 '강준찬', 촉망받는 엘리트 대위 '강혁'
대한민국 신개념 초고속 소형 잠수정이 개발되어
시범 항해라는 대대적인 행사에 이 두 요원이 선발된다.
두 요원은 부자관계로 알려져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시범항해는 시작되는데... 
운항 중 뜻밖의 사고로 암초에 부딪치게 된다.
사고로 갑판이 손상되어 침수되기까지의 남은 시간은 1시간!
외부와의 연락이 닿는 통신기기부터 모든 것이 고장난다.
탈출장비는 하나! 살 수 있는 건 단 한 명!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자,
서로가 자신이 희생하겠다고 말하는 이들.
하지만, 이 둘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있었으니!
그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내가 살겠다고 말하는 이 둘!
이들의 목숨을 건 사투가 시작된다!



<잠수괴물>은 외관상 '생존드라마'라는 장르를 구축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잠수정에서 아버지와 아들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는 미션을 만들어놓고, 각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의식적 욕망에 의해 점점 추락하여 무의식적 욕망만이 가득한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즉 <잠수괴물>은 오늘날 사회가 추구하는 '아버지'라는 모습과 인간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의 대립을 통해 인간 내면의 추악함의 끝자락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잠수 괴물>은 단순히 '인간'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잠수 괴물>은 등장인물의 변화과정을 통하여 오늘날 우리들에게 '가속화 되어가는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잊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있기에 강렬한 사회극 적 기능을 하고 있다. 한민규 작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 '정의'가 실천되고 '법'이 작동하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힌 어른들에게 자성의 채찍을 던지는 것이다.  

 

 

 

작가의 말 - 한민규
우리는 살아가며 심심치 않게 뉴스에서 현재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악행에 관한 충격적인 일들을 자주 접한다. 그럴 때마다 한번씩 ‘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 라는 말을 자주 내뱉곤 한다. 하지만, 이것을 역으로 분석해보자면, ‘ 사람이기에 가능하다. ’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오늘날 사람들은 법과 사회의 질서,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등의 제약으로 자연스러운 욕망의 표출을 차단하며 익히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극도의 상황에 빠지면 무의식적으로 꿈꿨던 욕망이 법과 질서 그리고 인식 등을 깨부수고 나올 때가 있다. ‘욕망의 표출’ 이것은 가장 사람다운 것이기도 하다. ‘정도’ 라는 것만 지켜진다면 말이다. 그것을 지켜내지 못 한 사람을 필자는 ‘괴물’ 이라고 말한다. 사람 누구에게나 숨은 괴물 같은 면은 있다. 하지만, 가장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 면은 이성으로 다스려야 한다. 본 작품 <잠수괴물>에서 다루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기다려왔던 꿈이 이뤄지는 공간이 죽음의 공간으로 변질된 순간, 이들은 살기 위해서 어떻게 변할 것인가? 만약, 누군가가 희생해야 살아나갈 수 있다면?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판단하여 삶의 가치를 재서 가치가 더 높은 사람을 살려 보낼 것이냐? 아니면, 살기 위해서라면, 괴물이 되어서라도 타인을 짓밟고 나갈 것이냐? 하는 불편한 질문들을 던진다. 하지만, 이 질문들 속에 필자가 제시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나오는 부분은, 이러한 선택의 두 갈래를 두고 한 가지를 선택했을 때의 결과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이들이 그 선택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나온다. <잠수괴물>은 표면적으로 생존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진정 사람답게 살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한민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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