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어느 사진 전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도슨트인 주인공은 절정이라는 주제로 사진 전시를 소개한다.
주인공이 마지막 작품을 소개하던 중 잠시 전시장이 암흑이 되고,
다시 조명이 켜진 전시장에 낯선 인물의 사진이 걸려 있다.
주인공은 그 사진을 보며 절규한다.
그리고 전시장은 사진 속 인물과 주인공이 만났던 상황으로 돌아간다.
종군기자가 사진을 찍고 있다. 민간지역에 폭격이 시작된다.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기자는 사진을 찍는다.
군인들이 들어와 총을 쏜다.
아이도 기자도 총에 맞는다.
연극 ‘사일런스’는 한 무대 위에 다양한 장르를 펼쳐 보인다.
연극 ‘사일런스’의 원제목은 ‘스티그마(stigma)’이다.
이 공연은 무용과 음악을 연극으로 끌어들인 작품이다.
무용수는 ‘피사체1, 2’가 되어 2차원의 사진을 몸으로 표현한다.
피아니스트는 피사체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이 음악에 따라 무용수들이 움직이게 된다.
이은주 연출의 글
외부의 많은 긍정적인 자극들로 인해 내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어요. 마음만 가득 있고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도 모른 채 지원사업을 신청했고 너무나도 운이 좋게 선정된 그날, 포기를 할까 여러 번 고민을 했었어요. 의욕이 앞서 일은 저질렀는데 수습을 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시간들이였어요. 이미지만 있고 실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몰라 정말 답답하기만 했었는데 주변의 많은 도움과 응원이 없었더라면 정말 포기 했었을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 요즘 나의 관심사를 무대에서 풀어 내고 싶었어요. 관객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고 싶어요. 여전히 방법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서 있으면 땅이지만 걸으면 길이라는 말처럼
부족하고 서툴지라도 한 발씩 걸어가 보려고 합니다. 저의 속도대로 저의 길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나를 알아가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나의 불편함과 마주하는 일이었어요. 언제부터인가 유독 아동에 관련된 뉴스가 불편했어요.
의료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동, 전쟁 난민, 전쟁고아, 아동 노동착취, 아동학대 등 유난히 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고 방송과 뉴스들이 많았어요. 알아야 하는 사회적 문제이고 관심 가져야 하는 국제적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이유로, 지금 당장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는 생각에 의도적으로 채널을 돌리고 기사를 넘기며 회피하게 되더라구요.
어떤 날은 측은한 마음에 눈물 훔치며 보다가도 다음 광고로 넘어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떠드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는 너무 부끄러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인에 의한 상처로 침묵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있을 텐데 그들의 침묵을 외면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Silence는 이런 생각과 고민들이 엮여 만들게 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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