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전경화 '밥풀'

clint 2025. 2. 2. 18:28

 

 

 

엄마가 차려주는 집밥의 소박한 정성과 따뜻함을 잊은 지 오래된 자식들. 
함께 마주앉아 밥 한 번 먹기도 힘들어지는 요즘 세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눈치 없는 할멈에게는 간절한 바람이 하나 있다.
‘그저 밥 한번 모두 모여서 다함께 먹으면서 정도 나누자’
늙고 힘없는 할멈은 죽은 영감의 밥상을 핑계로 제멋대로 살고 있는 
찢겨진 가족들을 모아보려고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그 흔해빠진 밥상 한번 차리는 게 너무 힘에 부친다. 
할멈의 울분은 계속 차오르기만 할 뿐이다. 
밥알을 짓이겨 끈끈한 밥풀처럼 찢어진 자식들을 이어붙이고 싶지만, 
힘에 부치는 일이다. 까짓것, 할멈은 더 늦기 전에 마지막 힘을 내보려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밥상을 내 손으로 차려보겠다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려고 나서는데, 마음과 달리 자꾸만 일이 점점 꼬여만 간다. 
그러는 사이, 숨겨졌던 자식들, 손주의 비밀과 거짓이 낱낱이 드러난다.

 

 



<밥풀>은 한국적 정서가 드러나는 연극이다. 자식들 모두 모여 직접 차려주는 따뜻한 밥 한번 먹이기로 작정한 할멈은 죽은 영감의 젯상을 핑계로 제각각 살고 있는 찢겨진 가족들을 모아보려고 노력하나, 그런데 그 흔해빠진 저녁 밥상 한 번 차리는 게 너무 힘에 부친다. 다들 바쁘고 미국에 있고, 이런저런 핑계로 모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사이비 종교에 빠진 며느리 때문에 아들에게 준 집도 담보로 은행에 저당잡혀 몽땅 사이비 종교에 헌납했고... 아들은 질질 며느리에 끌려다니고, 미국에 있다던 딸은 국내 어느 백화점에 판매원으로 있다고 한다. 게다가 손주가 있는데 아들의 전처 소생이다. 이놈도 망나니다. 이런저런 사고로 교도소에 들락거리고, 지금은 얼마전에 죽은 친모가 장례도 못하고 병원 냉동실에 있다고 행패부리고 욕설을 해대고 폭력까지 휘두르면서... 결국 어디고 갈데가 없는 할멈은 공원으로 가 먼저간 영감의 환영을 받으며 멀리 하직한다. 결국 밥알을 짓이겨 끈끈한 밥풀처럼 찢어진 자식들을 이어붙이고 싶지만 힘에 너무 부쳐서... 가족 결속은 못한 채....  

 



'밥풀'은 가족의 단위를 지키고 유지하는 것이 힘든 현시대의 흐름과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도 ‘가족’이 가지고 있는 ‘밥풀’처럼 

끈끈한 가치를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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