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오지윤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 '

clint 2025. 2. 1. 09:39

 

 

막이 열리면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이다.
의사와 김간호사가 출근하며 진료준비를 한다.
꼬챙이군이 진료를 받는다. 주로 지우고 싶은 기억을 얘기한다.
그는 학창시절 절친과 똥꼬 찌르기를 하다가 점점 심해져
그가 나무젓가락으로 응징하다가 결국 친구에게 우산으로 된통 찔린
아픈 추억을 말한다. 그후 뾰족한 모든 것에 대한 트라우마로 지금도 
고생하고... 그래서 기억을 지우기로 한다.
둘째 도끼녀. 직장여성. 최근 사귄 한 남자가 맘에 들어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남자는 소심한지, 영 내켜하지 않고, 그래서 자존심이 있지, 그 남자의 기억을 
모두 지우겠다고 하다가 취소한다. 그래도 내 맘에 드니까 다시 해보겠다고.
다음은 탈영병. 총까지 들고 여자문제로 탈영해서 그 여자를 찾아달라는데...
입대 전부터, 그리고 얼마 전까지 서로 사랑했는데 갑자기 잠적했는데...
전혀 연락도 안 되고... 꿈에도 나타나고. 의사는 일단 복귀했다가 다음 휴가때
일정을 잡자고 돌려보낸다.
이 건은 오후에 기억을 지우러 온 여대생이 탈영병의 애인이다.
그녀의 얘기는 집도 부자이고 성격도 좋아 오래 사귀다가 군대에 갔는데
그후 그의 성격이 너무 외곬이란 걸 알았고, 요샌 꿈에 나와 총으로 위협하고.
그래서 그의 기억을 지우고 새 남자를 만겠다고 한다.
다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평생 할머니에 못할 짓을 한 할아버지가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그런 자신의 못된 기억을 지워달라는 것. 그러나 의사는 두 분 다 
기억이 원할치 않다고 만류한다, 그런 할아버지를 할머니는 좋아하는 것 같다.
마지막 환자 진태. 전에 기억을 지운 환자이다. 교통사고로 애인이 죽고 본인도
단기기억상실증세가 있는데... 회복할 수 없는지 묻는다. 꿈에서도 사고당시가
보이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는 것. 진태는 그런 얘기를 전부 하고는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들 모두 얘기도 안 들어주는데 후련하다고 한다.
여의사에게 그런데 전에 한번 뵌 분 같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트라우마 환자, 시련의 아픔을 가진 사람, 

인스턴트식 사랑에 리셋이 필수인 젊은이들, 

생의 마지막을 살고 있는 노부부까지 고통의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병원을 찾으며 여러 이야기가 얽혀 진행되는 작품이다.
컴퓨터를 리셋하듯이 현실에서도 잘못된 실수들을 쉽게 리셋하려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지만 그 사연들이 너무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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