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리!」는 오리 보관소가 배경인 판타지 우화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목에 긴 즐을 매달고 작은 오리 한 마리가 달려 있다.
사람들은 오리가 하늘을 나는 새가 되어 자신을 하늘 위로 올려다 줄 것이라고
믿으면서 생활한다. 오리를 아끼고 새장을 만들어 오리를 키우는 것이 삶이다.
언젠가는 이들이 희망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는 기다림으로 말이다.
그러나 오리가 새가 된 것을 본 사람도, 하늘로 날아간 오리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리를 키우는 일은 힘들어지고
사람들은 오리를 죽이고 줄을 끊어낸다.
오리에 대한 꿈의 환상은 절망으로 바뀌고 오리를 단지 어릴 때 잠시 키우는
애완동물쯤으로 여기게 된다. 거리는 전쟁터보다 지독한 오리들의 죽음으로
넘쳐나고 정부는 오리들을 처분할 수 없어 보관소에 맡기는
시민들한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게 된다.
오리보관소에 온 한 어른은 오리 보관을 거부당하고 배고파하는 오리를 위해
자기 몸을 오리에게 던져주고 죽는다.
충격을 받은 아들은 자신의 목줄을 끊어버리고 오리를 죽여버린다.
<안녕, 오리!> 우화적인 작품이면서도 현실을 투영하는 은유적인 구조가 탁월한 작품이다. 새장은 삶의 집으로 텅 비어 있을 뿐이다. 오리가 새가 되어 새장을 달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다림만이 유일한 희망이고 반복될 뿐이다. 새장을 매달고 오리를 키우기 위해 어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날 수 없는 절망의 세계이다. 미래가 없는 세상에서 어린이는 종이비행기를 접어 하늘에 날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마법처럼 아들이 기다리던 새가 된다. 오리 사체로 넘쳐나던 도시의 사람들의 절규는 희망으로 아우성치고 담당관은 여전히 오리 보관소만을 지킬 뿐이다. 오리가 새가 되어 날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기성세대의 불신으로 비롯된다. 정부는 오리를 맡기고 지급되는 보증대여프로그램으로 국민을 현혹할 뿐, MZ세대가 바라보는 정책은 삶의 현실이 될 수 없는 불신과 불안감으로 표출된다. 부는 대물림되고, 삶의 불평등은 희망의 기다림만으로 지속되는 도시이다. 넘쳐나는 오리들의 죽음에도 정부는 오리 보관소만을 지킬 뿐 미래 세대들에게는 미래가 없는 절망의 도시이다. 작가가 바라보는 오리들이 죽어가는 불투명한 세계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우울, 불안, 고독, 절망과 죽음으로 세계로 이어진다. 희망이 소멸된 세상이다. 텅 빈 새장, 오리가 새가 될 수 있다는 꿈같은 세상의 현혹은 어른들도 몸을 희생하면서도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세계인 것이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절망, 불안과 우울로 채워져 있으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위트의 감각에 있다. 그의 낙천적인 성격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김성진 작가는 삶의 어두운 이면을 바라보면서도 일상적인 언어로 채워지는 그의 희곡은 아프면서도 삶의 통증을 치유할 수 있는 위트의 감각이 넘치는 게 특징이다. 이 작품에서도 죽음의 절규를 종이비행기를 접으면서 희망으로 기다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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