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근삼 '위대한 실종'

clint 2025. 2. 8. 09:03

 

 

한 대학교의 예술대학장인 공이순 여사는 실제로 가지고 있는 실력은 
얼마 안 되지만 간단한 상식과 많은 외국 시찰만을 가지고 굉장히 뛰어난 
예술가임을 자처하는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자신의 남편도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훌륭한 서예가로 변모시키고 (저명서예가 글씨를 도용)

딸 역시 원치 않는 음악대학에 보내고, 아들도 유명인으로 포장시키고...  
집안을 예술가 집안으로 보이려하며 독단적인 성격이 짙다.
그토록 강하게 보이는 그녀를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약하기만 하던 그녀의 남편
맹팔룡이었다. 어느 날 화를 내고 가출한 남편이 철도사고 사망자로 기사화되고 
반면 공여사는 남편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보다는 돈봉투에 연연한다. 
그러나 결국 생존해있던 남편의 등장으로 인해 그녀의 출세욕은 꺾이고 
충격을 받은 그 모습은 그녀와 내연의 관계인 김국장에게까지 들킨다.

 

 

'75. 5 극단 민예극장 공연 (허규 연출)

 

'위대한 실종'은 1963년 1월 극단 실험극장에 의해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희곡작가 이근삼의 첫 장막극이다.
도를 넘어선 인간의 허위의식과 명예욕이 인간 그 자체를 부정하게까지 만드는 현대인의 비인간화를 비판하고 있다. 극의 중심인물은 허영과 출세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삶을 살고 있는 한 예술대학의 학장 공미순 여사. 작품은 무능해 보이던 남편이 가출하면서 무너지는 공 여사의 허구적인 출세와 영달을 신랄하게 조소하고 있다.

 

2007년 문인극 공연중에서

 

 

작가의 글 - 이근삼

위대한 실종은 나의 첫 번째 장막극이다. 첫 장막극을 썼지만, 자신이 없어 그냥 서랍 속에 처박아 두었던 이 작품이 어떻게 김의경 씨를 거쳐 허규 씨 손에 들어갔는지 기억이 없다. 하여튼 공연은 유쾌하게 끝났는데 당시 몇몇 원로들께서 신성한 국립극장 무대를 모독했다며 매우 심기가 불편하셨다는 말도 들었다. 작품을 쓰고도 제목을 생각 못하는 나를 위해 김의경 씨가 제목을 붙여주었고 허규 씨가 연출했는데, 당시 성스러운 욕하는 사람들도 많았던 극이었다. 그러나 새 희극이 나왔다는 찬사가 더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내가 알기에 여러 단체나 대학극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으로 알고 있다. 作品이 좋다기 보다는 출연人員수나 무대장치가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리라. 이 작품이 공연되었을 때 웃지 못할 일도 많았다. 国立劇場의 신성한 무대를 모독한 작품이니,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전통극을 배반한 작품이니 하는 비난 등... 한 시간짜리로 추려 TV에서 방영되었을 때는 教育를 모독했다는 姓名을 밝히지 않은 어떤 국민학교 교장선생님의 항의도 받았다. 이러한 항의는 그후 새 作品을 써서 公演할 때 마다 받게 되었다. 그래서 극중人物의 職業이 늘 문제되는 것이 우리의 실정임을 알게 되어 요즘은 별로 이런 일에 신정을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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