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clint 2025. 4. 14. 05:50

 

 

유부남과 미혼녀 '나'의 사랑을 그린다.

그러나 식상할 듯한 이러한 이야기의 큰 틀이

화자인 '나'가 유부남인 상대방을 향해 보내는 편지란 형식을 취하므로서

독자에게 흥미를 끌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남의 비밀스런 편지를 엿보는 느낌으로 독자는 숨을 죽이고

그들의 사랑의 자취와 '나'의 어린 시절의 남다른 기억들을 쫓게 된다.

유부남인 상대방은 외부적 환경의 굴레를 벗어 자신들만의 사랑을 위한

도피를 '나'에게 제안해 오고 이에 끝내 승낙을 보류한 채 고향에 이른 '나'는

자신이 어린 시절 만났던 한 여인을 회고한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데려온 한 여자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는

지켜오던 가정을 그 여자에게 내주고 잠시 떠난 상태에서 그 여자의 새로움에

이끌리었던 어린 시절을 '나'는 돌이켜 본다. 그런 그 여자가 좋아 보였던

어린 '나'는 그 여자와 같은 여자가 되리라는 철없는 꿈을 꾸었고

어느 덧 자신이 그런 그 여자의 모습을 닮은 사랑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나'는 자신이 쓴 편지를 띄우지 못한 채 약속시간을 넘긴 뒤에야

애타는 마음에 유부남 애인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그의 아내가 전화를 받자

그를 바꿔달라는 말을 건네자 그의 어린 딸을 향해 아빠 전화받으라는

말이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그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나'는 고향에서 초라해진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은거한다.

 

TV문학관에서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흔한 주제를 편지글 형식으로 다루었는데, 사랑에 빠진 여성의 심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작품들 역시 쉽게 읽히는 서정적 문체와 섬세한 묘사를 통해 주로 타자(他者)의 주변을 서성거리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는데, 소설의 주인공들은 거의 타자의 세계나 자신의 세계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주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한국일보문학상(1993),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1993), 현대문학상(1995), 만해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97), 한국소설문학상(2000), 21세기문학상(2000), 이상문학상(2001)을 받았다.

 

초판본 소설

 

 

작가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는 이 처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불륜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새로운 형식을 통해 새 옷을 갈아입힘으로서 불륜이라고 치부해버리고 말 우리 사회의 금지된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 보게 한다.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별다른 사랑의 감정 없이 결혼이라는 의식을 치룬 남녀 중 한 사람이 결혼 이후에 타인과 진정으로 사랑을 느끼게 되어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면 이것은 어떠한 항변도 불가능한 불륜이라고 치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인가? 우리는 사랑보다는 환경과 조건이라는 객관적 잦대에 의해 결혼이라는 중요한 의식을 진지하지 않게 치루는 남녀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쉽게 결별을 선언하는 그들의 모습 또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인지 이러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현실도 또한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랑 없는 결혼 이후에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 자들에게 그저 우리는 돌만 던질 준비만 하면 된다는 것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물론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도 중요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 의식의 본질은 환경과 조건이 될 수 없다. 그 본질은 이론의 여지없이 사랑이어야 하지 않은가. 사랑 없이 환경과 조건에 의해 결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계약에 의해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가와 무엇이 다를 바 있는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불륜이라 치부되고 말았던 무수한 관계들 속에는 새롭게 평가받아야 할 것들이 상당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작가 신경숙

 

연극 풍금이 있던 자리는 극단 우리극장에서 김주희 각색 고금석 연출로 1993.9.22 ~ 10.30 세미예술극장에서 23회 공연작품으로 공연하였다. 극단 우리극장은 공연 전에 카페 떼아뜨르 뚜레박에서 일반인들에게 희곡작업을 공개, 토론회를 거쳤으며 원작자 신경숙씨와 연극평론가 김문환교수의 도움을 받아 공연을 완성했다. 유부남을 사랑하는 에어로빅 강사를 통해 사랑과 가정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한 여성의 의식흐름을 통해 현대여성의 사랑을 다룬 이 작품은 농촌을 배경으로 토속냄새가 물씬 풍기는 정감있는 무대로 꾸몄다. 

가정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나'는
그와의 사랑을 이루고자
부모님께 허락을 얻기위해 고향에 내려간다.
'나'는 그곳에서 '그 여자'를 상기해낸다.
'그 여자'는 다름아닌 어머니가 있는
'나'의 아버지를 사랑했던...
그로인해 어머니는 집을 나가고 ...
더 이상은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가슴이 복받쳐서... 
-- 이렇게 시작됩니다.

 

연극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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