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희곡

장 라신느 '안드로마케' (윤색)

clint 2026. 1. 28. 10:59

 

 

트로이 전쟁 후 승전국 에피루스의 왕 피로스(아킬레우스의 아들)가 포로로 잡아온 
트로이의 왕자비 안드로마케(헥토르의 미망인)를 사랑하게 됨으로써, 피로스의 
약혼녀 헤르미오네(헬레네의 딸)과 헤르미오네를 사랑하는 오레스테스

(아가멤논의 아들)로 이어지는 일련의 애정 사슬이 형성되고, 

안드로마케가 죽은 남편에 대한 정절과 아들 아스티아낙스의 안위를 보장해줄 

피로스 사이에서 갈등하는데 따라 그 사슬이 
요동을 치는 것이 주된 내용인데, 결과는 질투에 눈먼 헤르미오네가 

오레스테스에게 피로스 살해는 명하고, 사랑에 눈먼 오레스테스는 

헤르미오네의 사랑을 얻기 위해 그 지시를 따름으로써 

결국 피로스는 안드로마케와 결혼하자마자 현장에서 암살당하고, 

그에 절망한 헤르미오네도 오레스테스를 저주하며 자살하고, 
그 상황에 오레스테스는 실성하고 만다.

 

1993년 9월 국립극단 공연장면

 


이 작품은 17세기 프랑스 고전 비극작품인 장 라신작 <앙드로마끄(Andromaque)> 를

오세곤이 번역·윤색한 것이다. 1993년 9월 국립극단이 데이지 아미아스 연출로

국립 중앙극장 소극장에서 <앙드로마끄>라는 제목으로 공연하였다.

이후 당시 번역자였던 오세곤이 윤색한 <안드로마케>를 극단 노을이 2007년 5월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오세곤 연출로 공연하였고, 같은 해 8월 2007 통영 소극장 축제

참가작으로 통영 벅수골 소극장에서 공연하였다.

<안드로마케>는 우리에게는 <페드르>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고전극 작가 라신느의

출세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철저한 균형 감각과 그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대칭구조 등 가히 고전극의 정수라 할 극작술을 확인하며,

더불어 각 주요 인물의 갈등 상황에 따라 요동치다가는 이내 균형이 잡히는

극적 전개양상에서, 인간 누구에게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비극적 드라마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장 라신느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희곡은 12작품에 불과하다. 

그중 <앙드로마케>는 비교적 초기 작품이지만 그 의 뛰어난 극작술이 돋보이기

시작하는 일종의 출세작이다. 당시는 고전주의 시대이다. 고전주의는 무엇보다

원칙을 중시했고, 라신느는 그 불편한 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도

전혀 어려움이 없다는 듯 명작을 생산해 냈다. 
가히 천재적인 면모인데 동시대 선배작가 꼬르네이유가 자주 그 원칙을 어겼고 

결국 <르시드>의 예처럼 대논쟁거리를 제공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나의 중심 줄기를 가진 사건을 동일한 장소에서 짧은 시간 내에 전개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3일치의 법칙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창했고 

17세기 프랑스 고전주의에 이르러서는 완전한 경전이 되어 작가들을 압박하였다. 

또 결투장면이나 죽는 장면처럼 과격하고 끔찍한 장면은 무대에서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는 절제의 원칙도 작가들이 무척 괴로워하는 제약이었다. 

물론 어떤 예술이고 제약은 있고 오히려 그 제약이 있기에 예술이 되는 법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시대 그 제약은 거의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철칙이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라신느는 이 원칙들을 대단히 정확히 지켰고

<앙드로마케> 역시 전혀 어김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