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어디일까? 버려진 땅. 모래바람이 지독하다. 헐벗은 산들이 멀리 있고 포탄들이 휘파람을 불며 날아다닌다. 왼편에 나무 하나라도 보이지 않으면 이곳이 달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곳 사람들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더는 어떠한 소문도 못 들었다. 사방이 지뢰밭, 날개를 달지 않는 한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도 떠날 수도 없기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지하에 산다. 그것은 포탄이 떨어져 만든 구덩이다. 이곳에 고여있는 사람들, 지뢰를 모두 캐내고, 종자 뿌릴 날을 고대하며 연장을 손질하는 사내와 전쟁이 끝나면 다시 살림 불릴 생각에 틈만 나면 곳간 열쇠를 만지작대는 아낙, 그리고 기억을 놓지 않으려 죽어간 자들의 이름을 중얼대는 할머니, 전설에 푹 빠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