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리치몬드 가에 사는 루씨 해리슨 부인은 1950년 8월 31일 오후 치마 솔기를 꿰매다가 깜빡 잠이 들어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새로 이사한 딸의 집에 엄마가 찾아온다. 그런데 딸의 표정이 불안하다. 어디 선가 모래 떨어지는 소리, 혹은 낙엽을 밟는 소리 같은 것이 간헐적으로 들린다. 라디오 소리와 음악 소리도 연극 중간중간 들린다. 딸은 어째서 이렇게 불안에 떠는 걸까? 신경을 자극하는 쌔~한 소리는 바로 뭐든지 먹어치우는 흰개미들이 내는 소리다. 벽이며 사람들의 내장까지 모두 파먹은 흰개미들은 그렇게 세상을 장악했다. 세상은 이미 겉모습만 남아 있어 조금만 건드려도 우르르 무너지게 되어 있다. 껍데기만 남은 세상과 그것을 감지한 딸은 불안하다.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