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동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clint 2025. 3. 22. 06:19

 

 

포장마차 장사를 하며 형은 항상 자신보다는 철없는 동생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동생은 형과 함께 다가오는 여름날 해변에서 핫도그 장사를 하며 부자가 될 생각에

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은 포장마차에 찾아오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과 얘기하고, 웃음 짓고, 눈물도 지으며 팍팍한 신도시에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간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팍팍할 것만 같던 신도시에서 이 작은 포장마차는 사람들 사이의

숨통을 틔워준다. 형제가 순대장사를 통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신사, 간호사, 김밥장수,

마담, 관리소장. 신사와 간호사는 동생의 짓궂은 장난으로 미워하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러한 감정은 서로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로를 알게 될 수록 더 깊고 따뜻하게 변화한다.

관리소장과 이들 형제는 서로 아픔을 공유하며, 자식과 아비처럼 서로를 돕고 챙겨준다.

포장마차를 통해 엮인 이들의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이들은 따뜻한 정을 지속한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이들 형제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순대를 자르다 손가락 부상을

당한 동생은 병원을 찾는데, 병원에서 동생은 형이 위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형의 아픔 앞에 한없이 슬퍼하던 동생은, 형의 치료비를 위해,

그를 유혹하던 마담을 찾아가 그녀의 욕망을 채워주고 돈을 손에 넣는다.

돈을 가지고 병원으로 돌아온 동생은 그가 호감을 느꼈던 간호사와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고,

형의 병을 치료하고 다시 장사할 생각에 희망에 부푸는데…

 

 

 

 

삶 속에서 아옹다옹 발버둥치는 욕망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가?
하늘을 찌르는 빌딩들이 가득한 신도시에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두 형제가 포장마차를 시작한다. 형과 동생은 서로를 누구보다 아끼고,

포장마차로 떼돈을 벌 날을 상상하며 희망을 키워나간다.

힘들 일이 있어도 서로를 위로하며 극복하는 형과 동생.

그들의 포장마차의 이름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마차’.

포장마차는 이들에게 앞날을 위한 희망, 그 자체이다.     

세상 힘들게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는 이야기.

쉴세없이 몰아치는 형제들의 버라이어티한 코미디와 잔잔한 감동이 어울린다.

 

 

작가의 글 - 김동기
여기는 신도시 열 병합 발전소 허연 굴뚝 무럭무럭 일어나도 멀리, 벌판 너머 마른 나무 끝엔 서름한 바람만 무성하다. 형의 가난이 옷깃을 세우면 동생은 하얗게 시린 이빨을 반짝 드러냈다. 그렇게 쪼그리고 앉은 소시민의 어깨너머 신한국의 기치를 매단 빌딩숲. 정치 발전이... 민주화가... 세계화가... 얼마나 진행되는지 그들은 모른다. 버려진 군고구마통 생각에 마른 침 넘어가는 소리만 꼴깍. 그것이 그들의 중요한 관심, 중차대한 삶이었다. 때때로 여름바다를 꿈꾸며, 농구공같은 엉덩이와 함께 고급 승용차에 탑승하는 희망이 간직되었다. 그러나 신도시, 일차적 해결 문제는 오직 생존으로 귀결되었다. 어디선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려왔고, 더이상 떠밀려 갈 곳 없는 그들은 더 이상 코미디언의 서러운 웃음을 알지 못한다. 고만고만하게 반복되는 그들 삶의 아이러니 자기만한 그릇의 꿈을 꾸고 발버둥거리고 지치고 쓰러지는... 서글프다. 잊혀진 뭔가가 그리운 도시. 이 신도시에서 나는 희곡을 썼고, 나의 연극은 드디어 배꼽빠지는 코미디가 되길 바랬다. 코미디 세상! 그 이상 어떤 형식도 이 우스운 자본주의와 그들의 삶을 말할 수 없다. 

 

극작가 ‘김광탁’(본명 김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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