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82

장아미 '환상의 날'

민영은 뭔가 평소와 다른 날, 아무것도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아버지의 7년째 되는 기일이라 마음이 심란한데 눈치 없는 남자친구에게 청혼고백을 당한다. 그것도 왕창 친구들과 밴드까지 동원해서. 뿌리치고 나온 뒤 우연히 들어간 곳은 ‘작가와의 대화’ 행사 중인 서점이었다. 느슨하게 깍지를 낀 한 쌍의 손처럼 환상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다. 환상과 현실인지 구분이 모호한 속에서 빠져나와 아버지 기일 날 꼭 먹었던 짜장면을 뿔테안경을 낀 남자와 같이 먹는다. 서점에서 산 책이름이 나는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짜장면을 먹었다. 돌아가신 아빠의 말이 스친다. "민영아, 제일 중요한 건 음식이란 누구와 함께 먹느냐에 따라 맛이 전혀 달라지기도 하거든." 장아미 : 소설가 이야기가 일으키는 화학 작용에 관..

좋아하는 소설 2024.04.20

아리엘 도르프만 작 박상현 번안 '추적'

거울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내가 있다. 나는 놀란다. "나와 똑같이 생긴 저 자는 누구인가?" 그런데 그 또한 나를 보고 놀란다면... "나와 똑같이 생긴 저 자는 누구인가?" 거울 속의 그가 나처럼 나와 똑같이 행동한다면, 그것이 쌓여 그의 일생이 나의 일생과 일치한다면? 나는 혹은 그는 그의 (나의) 정체를 추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 앞에 서 있는 그는 누구인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은 가까운 과거와 미래의 전체주의적 통제사회를 배경으로 책을 읽는 검열관의 무서운 혼란과 공포를 그리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의 과거이며, 이제 그 소설의 전개는 자신의 미래가 된다. '추적'은 칠레의 극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독자(원제: Reader)'를 이 작품의 연출자 박상현이 한국적 환경으로 옮..

외국희곡 2024.04.19

안데르센 '눈의 여왕'

《눈의 여왕》(The Snow Queen)은 안데르센이 1845년에 처음 발간한 동화이다. 선악의 기로에서 발버둥치는 카이와 겔다라는 어린 소년,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눈의 여왕은 일곱 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두번째 이야기로 '게르다와 카이' 즐거운 여름날이 지나가는 무렵, 카이와 겔다가 창문가의 상자로 만든 정원에서 그림책을 보는 동안, 마귀의 거울 조각이 카이의 눈에 들어간다. 그래서 카이의 심성은 잔인하고 짓궂게 변해버린다. 카이는 정원을 부숴버리고, 더 이상 겔다와 놀지 않았다. 카이에게는 모든 것이 나쁘고 못생기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의 여왕과 마귀들이 카이를 데려간다. 어느 새 지구는 황폐된다. 인간들의 심성이 그 유리조각으로 악한 심성만 남았기에... 이에 겔다는 카..

외국희곡 2024.04.19

강지영 '데우스 엑스 마키나'

유수현 교수는 낮에는 평범한 대학교수지만, 밤에는 실종된 제자의 영혼을 찾기 위해 귀신을 실어 나르는 택시기사로 일한다. 어느 날 한 망자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뱀 문신을 한 남자가 제자의 영혼을 강령술로 잡아 돈을 벌고 있었다는 것. 유 교수 일행은 그를 찾기 위해 고스트스팟을 찾아간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제자의 실종에 죄책감을 느끼는 대학교수 '나(유수현)’의 이야기다. 혹 제자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국의 영안실을 배회하던 '나’는 우연한 계기로 영혼을 태우는 택시의 기사가 된다. 밤마다 택시를 몰며 억울한 영혼을 만나던 ‘나’는 뜻밖의 사건에 휘말린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고대 그리스극에서 자주 사용하던 극작술.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 극의 긴박한 국면을 타개하고,..

좋아하는 소설 2024.04.19

피터 한트케 '자아 평가'

한트케는 자신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가하기 위해 「자아평가(Selbstbezichtigung)」(1966)발표한다. 언어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려는 시도에서 모노드라마 같이 한 배우가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공부하고 느끼고 배우면서 자신이 조금씩 변하고, 성장하고, 사회에 물들어가고…. 모든 행위들을 언어로서 독백하듯이 1시간을 읊어대는데… 이는 자기 자랑에 자화자찬에, 자기성찰에, 반성에, 비판에 모든 것을 말로 읊조린다. 이 여러 사람이 등장해 언어로 관객을 모독하는 것이라면 이 작품은 배우 한사람이 자신을 그대로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중략- 나는 극장으로 갔습니다. 나는 이 작품을 들었습니다. 나는 이 작품을 말했습니다. 나는 이 작품을 썼습니다." 이렇게 연극은 ..

외국희곡 2024.04.18

행크 케첨 '개구쟁이 데니스'

꼬마 데니스는 온 마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개구장이다. 마가렛과 피비는 같은 또래 친구로 같이 어울리며 노는 친구들. 순진한 어린이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골치덩어리이기도 한 데니스는 옆집 윌슨 아저씨에게 늘 피해를 준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 여기에 소개하는 건 도둑을 잡는 데니스이다 옆집 윌슨 아저씨네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일이 일어나고 윌슨 아저씨가 늘 가꾸던 꽃밭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데니스가 워낙 악동인지라 윌슨도 사소한 건 내색은 안 하고 타일렀는데... 그러나 꽃밭이 망가진 거에 흥분한 윌슨이 참았던 걸 터트리고... 충격을 받은 데니스는 변명도 못하고... 그걸 엿본 도둑이 데니스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간다. 거기에서 윌슨 아저씨네 물건을 발견한 데니스의 기지로 도둑을 포획한다...

외국희곡 2024.04.18

조동신 '철륭관 살인사건'

춘장을 직접 담가 짜장을 만드는 걸로 유명한 중국집 철륭관. 주인공은 철륭관의 짜장면 맛보다 사장 딸이자 홀 서빙을 담당하는 혜진에게 마음이 있다. 일부러 매장에 휴대전화를 놓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더니, 혜진은 크게 비명을 질렀다. 매장의 온 직원들이 주인공을 둘러싸곤 이렇게 말했다. “혹시, 이거 정말 철륭의 저주가 아닐까요?” 의 殺人은 사람( 人)이 죽은 것이 아니라 도장 印(인), 즉 도장이 깨진 것이다. 이 도장은 이 음식점을 만들고 춘장을 만든 할아버지의 유물이었고 그 속에 춘장 비법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에 누군가가 침입해 그 도장을 깬 것이다. 마침 그때 여기서 짜장을 먹고 휴대폰을 놓고 갔다가 다시 와서 사건의 내용을 알개된 주인공이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그 범인을 찾고, 나아가 할아버지의..

좋아하는 소설 2024.04.18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예르마'

주인공 예르마는 극이 시작했을 때 이미 결혼해 있다. 예르마는 오래전부터 남편에 대한 관심과 희망을 모두 잃고 인생의 마지막 희망으로 자식을 원한다. 낯설고 적대적인 타인들로 가득한 집에서 자신의 편을 만드는 방법은 자신의 배로 자식을 낳는 방법 뿐이니까. 하지만 남편은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예르마는 자신의 의견을 단 한번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섹스 상대로 자신을 대상화 하면서도 전혀 잘못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을 목 졸라 죽여버린다. 남편의 죽음은 곧 예르마 자신의 죽음이다. 남편의 집안에서 예르마의 지위는 남편으로 인해 얻어진 것이기에. 하지만 예르마는 수동적으로 자살하지 않고 분노에 미쳐 남편을 죽인다. 그것도 목을 졸라서. 살인은 자신의 인생을 망친 당사자에 대한 분노가 응집된 ..

외국희곡 2024.04.17

안정희 외 공동창작 '가정의학백과'

겉으로 평화롭게 보이는 한 가족. 그러나 그 평화는 서로의 이득과 편리를 위한 위장된 평화다. 어머니는 집안 화장실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경제권을 빼앗기 위해 기회만 노린다. 장남은 파파보이이며, 아버지 눈치만 보며 매일 입사 원서만 쓰고 뒤로는 TV만 보며 뭔가 유산이 들어있는 듯 아버지의 궤짝만을 노린다. 차남은 차세대 영화감독지망으로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영화로 남긴다. 딸은 이 비틀어지고 음모로 가득찬 가족들을 관망하면서 즐긴다. 유독 막내아들만 밥을 해먹어야지 시켜먹느냐고 따지고 고장난 곳의 원인을 찾아 고쳐야지, 수리공을 부르느냐고 자신이 고치겠다고 나서는 유일한 한사람이다. 어느날 어머니는 발작을 일으켜 온종일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가족에게 밥도 해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한국희곡 2024.04.17

은상 '원투'

열일곱의 강다래는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 출신으로, 모델이 되기 위해 상경한 고1 학생이다. 취미로 시작한 권투 체육관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허약한 최솔과 스파링을 하는데, 오디션 때문에 얼굴은 때리지 말라고 미리 얘기했음에도 얼굴로 주먹을 뻗는 최솔의 코에 스트레이트를 먹여줬다. 이후 골치 아픈 일이 계속 벌어지는데……. 마라도에서 홀로 짜장면 식당을 하는 엄마. 그 짜장면이 제일 맛있었던 9살 다래, 어느 날 인천에서 낚시하러 온 아빠와 11살 아이. 맛있는 짜장면 집을 소개해 준다며 엄마 식당으로 간다. 그러나 워낙 짜장의 원조인 인천이라 엄마의 짜장면은 그 아이에 의해 바로 제일 맛없는 짜장면이 되어버린다. 그 아이가 9년이 흐른 서울에서 권투 스파링으로 만난 것이다. 그리고 계속 떨어지던 모델 ..

좋아하는 소설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