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안정희 외 공동창작 '가정의학백과'

clint 2024. 4. 17. 12:49

 

 

겉으로 평화롭게 보이는 한 가족. 
그러나 그 평화는 서로의 이득과 편리를 위한 위장된 평화다. 
어머니는 집안 화장실에 숨어서 나타나지 않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경제권을 빼앗기 위해 기회만 노린다. 
장남은 파파보이이며, 아버지 눈치만 보며 매일 입사 원서만 쓰고
뒤로는 TV만 보며 뭔가 유산이 들어있는 듯 아버지의 궤짝만을 노린다. 
차남은 차세대 영화감독지망으로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영화로 남긴다.
딸은 이 비틀어지고 음모로 가득찬 가족들을 관망하면서 즐긴다.
유독 막내아들만 밥을 해먹어야지 시켜먹느냐고 따지고
고장난 곳의 원인을 찾아 고쳐야지, 수리공을 부르느냐고
자신이 고치겠다고 나서는 유일한 한사람이다.
어느날 어머니는 발작을 일으켜 온종일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가족에게 밥도 해주지 않는다. 가족들은 결국 식당에 음식을 
시키는데 배달원이 다녀가기만 하면 집안의 무엇인가가 고장이 나고 
집안은 점점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어머니의 병을 해결할 방법을 찾기 위해 
가족들은 가정의학백과를 뒤지지만 가정의학백과의 어떤 처방도 
이를 치유하지 못한다. 
겉으로는 화목하게 보이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으로 
불균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한 가정의 모습을 그린다. 

 

 



극은 우연의 연속인 일상속에서 사람들이 서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영향은 서로에게 상처주기로 나타나지만 누구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며 결국 선택하는 길이란 또다시 위장된 평화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지만 모두가 책임져야 할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에 대해 한 가족을 모델로 풍자한 작품으로 극단 작은 신화가 1998년 8월 공연했다. 안정희 등 여러 명이 공동구성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