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장선우 '산타클로스는 있는가'

clint 2024. 4. 16. 17:17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는 '86 12 21일에 MBC에서 방영된 베스트셀러극장이다.

물론 호불호가 있지만 방송 이후 세간의 화제가 되자 이 방송대본을 연극화 했다.

 쓰레기를 줍는 일땅과 삼땅은 이땅이 크리스마스 캐롤을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이땅은 성당에서 수녀로부터 배운 캐롤을 부른 것이다.

이땅이 일땅과 삼땅에게 수녀가 자신의 애인이라고 말하자 두 사람은 그를 때려준다

 

 

 

산타클로스라는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어린 시절에 이미 해결한 의문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많을 것이다. 혹은 상황에 따라서는 '산타클로스'라는 존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 따윈 아무 의미가 없는 어린 시절을 경험하신 분들도 있겠지만 가난과 고난으로 유난히 축제와 선물 받을 일이 드물었던 과거에는 크리스마스만큼 공짜 선물을 받기 좋은 때도 없었다86년 방영된 '산타클로스는 있는가'란 크리스마스 단막극은 80년대에 유난히 전국적으로 늘어가던 교회,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축제 분위기를 바라보는 세 명의 '이방인'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외국 문화인 크리스마스를 직접 즐기는 사람들 보다는 '신기한 현상'쯤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이 좀 더 많던 시대, 크리스마스와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넝마주이 일땅, 이땅, 삼땅은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한다당시 'MBC 베스트셀러극장'은 단편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어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도 이동하 원작의 소설을 원작으로 감독으로 잘 알려진 장선우가 극본을 담당했고 'MBC 완장', 영화 '마리아와 여인숙' 등으로 유명한 선우완PD가 연출했다지금은 보기도 힘든, 커다란 대바구니를 등에 메고 다니며 고물을 줍던 넝마주이. 지금은 폐지 줍는 할머니들이 계시고 고물을 팔러 트럭을 끄는 분들은 계셔도 넝마주이는 볼 수 없다. 80년대까진 종종 남아있던 그 넝마주이를 드라마는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일땅, 이땅, 삼땅이란 이름의 이 형제들은 허허 벌판에 천막을 짓고 고물을 주어 팔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어느 추운 겨울 날 그들은 폐품을 팔던 고물상 주인아저씨에게 일하러 나오지 말란 말을 듣는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니 모두 쉬는 날이라 그렇다고 한다. 일땅 형제들이 발음도 하기 힘든 쿠스마쑤가 뭐하는 날이냐 묻자 고물상 아저씨는 '예수의 생일'이라 대답해준다. 왜 남의 생일에 아저씨가 쉬느냐 투덜거려 보지만 마땅히 납득할 대답을 듣지 못하고…. 배가 고파 살던 천막에 돌아와보니 거렁뱅이 꼴로 들판을 헤매던 여자가 자신들의 찬밥을 훔쳐먹고 있다. 밥을 빼앗으려 기력을 다해 다퉈보지만 반쯤 미쳐버린 여자에게 자신들의 먹을 밥을 빼앗을 순 없다. 남은 거라곤 연탄 한 장에 쌀 한 봉지 그리고 미역 한줄기 밖에 없는 그들은 내일을 기약하며 주린 배를 잡고 잠들 수밖에 없다.. 한편 이땅은 성당에서 주어들은 캐롤을 웅얼거리며 예쁜 수녀님을 자기 애인이라 부른다. 일땅과 삼땅은 수녀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며 핀잔을 준다. 수녀가 보고 싶어 성당에 가봤던 세 사람은 아이들의 성탄제를 구경하고 수녀가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듣고, 양말을 걸어놓고 자면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는 걸 알게 되어 모두 잔뜩 기대하며 냄새나는 구멍 난 양말을 걸고 비는 소원은 여자와 아기와 수녀님을 주십사 하는 것. 세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실망하고 만다.

 

 

 

 

이땅은 수녀님이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며 양말에 들어가지 않는 소원을 빌었기 때문에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득한다.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도움을 주기보다 세상의 도움을 받아도 모자란 처지의 세 사람, 그 세 사람은 일도 할 수 없는 크리스마스에 자신들이 직접 어려운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도시를 떠돌게 된다. 자신들과 어울리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없고, 자신들이 기껏 생각해낸 '가진 것을 선물하겠다'는 뜻을 알아주는 사람들도 없고 밤새도록 무시당한 일땅, 이땅, 삼땅은 연탄, 미역, 쌀한봉지를 들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다. 수녀님을 동경하지만 교회나 성당이라곤 가본 일 없고 종교와는 전혀 무관한, 어른이지만 아이 같은 넝마주이 삼형제들은 자신들은 끼어들 수도 없고 함께할 수도 없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를 즐기려다 오히려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들의 처지를 불쌍하다 비웃기도 하고 그들의 성의는 무시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다는 성탄절의 의미는 말 뿐이었던 것. 밤새도록 지친 삼형제가 천막으로 돌아왔을 때 천막 안에선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럽고 더러운 천막 이불조차 제대로 없고 난방도 안되는 그곳에 밥을 훔쳐먹던 미친 여자가 아이를 낳아버린 것. 이땅이 좋아하던 수녀가 나타나 그 여자를 돌보고 삼형제에게 미역국과 밥을 준비하고 천막을 따뜻하게 하란다. 그들이 주려던 선물을 받을 적임자가 나타난 것이다. 삼형제는 그렇게 보고 싶던 수녀와 아이와 여자를 보게 된다. 마치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와 성모 마리아, 그리고 동방박사들처럼. 그들이 등에 메고 넝마를 주으러 다니던 대바구니가 산타클로스의 선물 보따리인 것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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