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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산타크루즈 '천사들의 합창'

한 학교에 젊고 지혜로운 선생님이 부임하면서 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주는 이야기이다. 낭만적인 라우라, 개구장이 파블로, 똑똑한 마리아 정의로운 시릴로, 의젓한 다니엘. 각기 개성이 달라 작은 시비가 엇갈려 서로를 외롭게 하지만 학교 수위 아저씨인 페르민 할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서로를 사랑하면서 큰 힘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멕시코의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개성 만발의 아이들과 새로 부임한 자상한 교사 히메나 선생님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이 대상의 드라마임에도 사회구조적 문제들인 빈부 격차에 인종차별, 가정불화, 종교의 다양성 등 무거운 소재도 설득력 있게 다루고 있으며, 어린이들의 고충도 말하고 있다. 실제 드라마에는 부친이..

외국희곡 2024.04.22

김태웅 '즐거운 인생'

에 등장하는 ‘인생’들을 보면 그리 평범하지가 않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에 고등학교 음악교사 정도면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무난하게 살만도 한데 범진은 그렇지 못하다. 노총각의 외로움은 전신 거울을 마주 보고 밥을 먹을 정도로 사무치고, 장난 전화로도 해소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버림받고 횡포를 부리는 대목까지 오면 정말 제대로 ‘찌질한’ 남자가 된다. 고등학생 세기의 신세는 더 답답하다. 바람나서 도망간 엄마와 돈 벌러 떠났다가 죽어서 돌아온 아빠 때문에 졸지에 고아가 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라는 생각으로 지하철 구걸행각을 한다. 범진을 ‘찌질하게’ 만들었던 선영 역시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병든 엄마의 병수발에 사채까지 쓰며 아등바등 살아보지만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

한국희곡 2024.04.22

강지영 '덤덤한 식사'

「덤덤한 식사」의 화자는 이미 생을 마감한 고양이다. 그 고양이는 길에서의 험난한 생활에서 벗어나 동물병원에서 살게 된 자신의 형제 고양이를 지켜본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의 삶 역시 녹록지만은 않다. 하나를 내어주어야 하나를 누릴 수 있는 고양이의 삶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주차장 한편에서 태어난 고양이 형제. 그중 한 마리가 범백이라는 고양이백혈병 감소 바이러스에 의해 죽는데, 그래서 죽은 고양이가 산 고양이를 보고 있다. 핵심 내용은 산 고양이가 다른 병든 고양이에게 피를 나눠준다는 설정. 매혈이라고 하는데, 이걸 이용해서 돈을 버는 병원 원장과 간호사가 나온다. 이 관계는 상리공생? 살았다는 것이 축복인 건지 아리송하다. 여러 단편 중에서 가장 짧지만 애틋한 작품이다. 작가가 기르는 고양이와 같..

좋아하는 소설 202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