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6 2

차범석 '껍질이 째지는 아픔 없이는'

1960년 이른 봄. 3·15 정·부통령 선거를 앞둔 정계는 전례 없이 불안과 긴장에 휩싸였다. 야당인 보수당의 오 박사와 여당인 공화당의 김 박사의 선거대전은 전 국민의 관심거리였다. 보수당 중앙위원인 강기수는 60고개에 선 쟁쟁한 정객이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그가 야당의원이라는 탓으로 순탄하지가 못했다. 그러므로 강기수의 아내 정아는 남편 몰래 계와 빚돈으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강기수는 신념에 사는 정객이었다. 그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 오 박사의 당선은 결정적이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된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1남 2녀의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돌연 오박사가 심장마비로 죽게 되자 강의원은 흔들린다. 게다가 여당의 집요한 포섭과 특히 자식들의 장래가 얽힌다. 아들은 미..

한국희곡 2024.04.06

해롤드 핀터 '빅토리아 역'

콜택시 회사의 관리자가 빅토리아 역으로 손님을 맞으러 가게 하기 위해 운전사 274를 호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관리자는 자신의 사무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오로지 마이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운전사들을 호출할 수 있을 뿐이다. 반면 호출당하는 운전사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며 길거리에서 배회하는데, 사실 자신이 어느 길에 있는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관리자가 작은 삶의 공간에 갇혀 있다면 운전사 역시 어느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혀 버려져 있기로는 매일반이다. 이 두 사람의 모습은 고립된 공간에 갇혀서 통하지 않는 말, 그래서 의미 없는 말만 하는 현대인의 공간적, 정신적 고립상태를 보여준다. 초기의 극에서 보인 희극적 터치가 스며있는 이 극은 『벙어리 ..

외국희곡 202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