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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석 '저주' (단막)

1952년 한국 남쪽의 어느 소도시를 배경으로 대대로 지방 유지로 토지와 재산을 물려받은 3형제의 이야기다. 고교 졸업반인 막내 행식이 2살때 부친이 돌아가시고 큰형 봉식(27살), 둘째 인식(24살)이 있는데 큰형이 정신병 증세로 골방에 갇혀 헛소리와 괴성으로 난리를 피우고, 대학 입시가 머잖은 행식은 집중이 안되어 걱정이다. 게다가 둘째형마저 매일 술먹고 늦게 들어오며 집안사에 불만이고, 어머니마저 큰애 약을 구한다고 집을 비운다. 인식형이 돌아오자 그런 집안 문제를 얘기하나 인식은 행식에게 공부 때려치우라고 한다. 그리고 큰형의 저 병은 마치 아버지가 그 골방에서 목매 죽었고 할아버지가 그랬고, 심지어 고모가 시집가서 3개월 만에 쫓겨와 자살한 곳이란다. 이 정신병은 가족의 병이자 운명의 저주라 한..

한국희곡 2024.04.02

김수정 외 공동창작 '별들의 전쟁'

은 베트남전 당시 민간인학살에 대한 공동창작극이다,. 한국과 미국은 ‘베트남전쟁’으로, 베트남에선 ‘미국전쟁’ 혹은 ‘항미구국전쟁’이라 부르는 상충된 호명만큼 다층적 기억이 이 전쟁에 얽혀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전쟁에 한국군도 8년6개월에 걸쳐 총 32만여명의 군인을 파병했다. 연극은 민간인 학살의 가해자로 ‘피고 대한민국’을 소환한다. “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법원 경위의 개정 선언과 함께 무대 전면 스크린에 글자들이 떠오른다.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법정. 베트남전의 기억을 다룬 ‘재판극’이다. 몇 개의 의자가 놓인 단출한 무대에서 증언과 변론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이 무대를 둘러싼 관객석도 법정이 된다. 이 재판의 원고이자 민간인 학살의 생존자 ‘응우..

한국희곡 2024.04.02

후안 마요르가 '야행성동물'

어느 날 키 작은 남자는 키 큰 남자에게 다가가 포도주를 한잔 같이 마시자고 한다. 키 큰 남자는 피하고 싶었지만 거절하지 못한다. 그것은 호의가 아니라 키 큰 남자가 불법체류자라는 것을 알아채고 한 협박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두 사람은 키 작은 남자가 원하는 대로 자주 만나게 되고, 두 사람 관계는 점점 수직적으로 변해 간다. 외국인 법이 한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선물했고, 다른 한 사람에게는 족쇄가 된 것이다. 키 작은 남자는 매사 그 힘의 칼을 일방적으로 조용히 휘둘렀고, 키 큰 남자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키 작은 남자에게 순응했다. 머리로는 자신의 지식과 글쓰기 능력으로 키 작은 남자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키 큰 남자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절단하지 못했다. 현실..

외국희곡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