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9 4

이은용 '가을 손님'

주인공이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제사상, 창문은 활짝 열렸다. 주인공이 향을 피우는데 유령이 느릿느릿 걸어 들어온다. 누가 봐도 유령이다. 사람은 인사하며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향냄새가 좋아서 왔단다. 유령은 누구 제사냐고 묻고, 사람은 얼마전에 죽은 친구가 그리워서란다. 유령은 2014년에 죽었단다. 어떻게 왜 죽었는지는 묻지 말란다. 선문답이 이어진다. 사람은 우울증에 걸렸고 추석날 홀로 지내고 있는 처지다. 유령은 향이 좋아 멀리 못가고 죽어서도 이승을 떠돌고 있단다. 둘은 담배로 나눠 피운다. 유령은 사람에게 슬픈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람은 친구와 무척 친해서 시시콜콜 모든 얘기를 했는데 친구 역시 우울증에 걸려 연락이 잘 안 됐단다. 근데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의 우..

한국희곡 2024.04.09

김경민 '섬'

여자와 남자, 두 명의 여행자가 만난다. 둘은 가이드를 놓치고, 잠시 섬에서 일행을 기다리기로 한다. 홀로 돌아다니기에 꿈의 바다는 너무 험하고 길을 잃기 쉬운 탓이다. 가이드를 기다리며 잠이 든 여자는 섬에서 남자와 단 둘이 사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다정한 연인인 여자와 남자는 섬에 거주하는 동안 타인을 본 적이 없다는 사실과 그 타인의 기척만이 남아 자신들의 곁을 맴도는 것을 깨닫고 두려움에 잠긴다. 남자는 섬이 그들을 집어삼킨 것이라며 떠날 것을 종용하지만 여자는 거부한다. 남자는 홀로 섬을 떠난다. 여자는 꿈에서 깨어난다. 가이드는 아직 되돌아오지 않았다. 연극 은 고시원의 방들을 섬에 비유, 문명화된 현대사회에서 오히려 고립되고, 소외된 밀실에 갇힌 사람들과 바다 위 외로운 섬이 다르지 않다는..

한국희곡 2024.04.09

요한나 스피리 '하이디'

아델하이드(하이디)는 부모를 여의고 스위스 마이엔펠드에서 이모 데테와 이모부 손에 자란 고아 소녀이다. 데테 이모는 5살 된 하이디를 알프스 산 초막에 홀로 사는 할아버지에게 데리고 간다. 할아버지는 남의 혐담을 일삼는 마을 사람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는 항상 남을 비판하는 이들의 위선을 참을 수 없어 하며, 하나님을 원망하고 산에서 몇 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하이디를 내키지 않아 했지만 총명하고 명랑한 어린 손녀가 마음에 들어 애정을 갖게 된다. 마음은 너그러 우나 성격이 퉁명스런 할아버지는 손녀를 모든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에 보내는 것도 거부한다. 하이디는 이웃의 염소치기 소년 피터와 들판을 뛰어다니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피터 어머니와 그리고 장님인 피터 할머니..

외국희곡 2024.04.09

최원종 '무지개 끝에서의 키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다. 19살 소년은 쌍둥이인 자폐증 형과 같은 14살 생일때 형을 목졸라 죽이고 정신질환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거기서 만난 이상한 흑인을 또 죽이고 탈출한다. 그리고 마약에 의존하다가 소녀A를 만난다. 두달 전 만난 소녀A는 자살시도한 경력이 있다. 그 소녀는 남자(다중인격으로 그 주위에 3명의 다운증후군 소녀, 건달, 거인이 같이 따라다닌다)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 소녀A의 자살에서 구해준 일 때문에... 소녀A는 소년을 만나 소녀A를 지켜주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둘은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려 한다. 소녀A는 소년에게 약부터 끊으라고 하고, 소년은 약속한다. 그리고 멀리 비행기를 타고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소녀B는 소녀A와 동갑이고 역시 남자에 얽매여 ..

한국희곡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