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이은용 '가을 손님'

clint 2024. 4. 9. 13:50

 

주인공이 제사상을 차리고 있다.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제사상, 창문은 활짝 열렸다. 
주인공이 향을 피우는데 유령이 느릿느릿 걸어 들어온다.
누가 봐도 유령이다. 사람은 인사하며 어떻게 오셨냐고 묻는다.
향냄새가 좋아서 왔단다. 유령은 누구 제사냐고 묻고,
사람은 얼마전에 죽은 친구가 그리워서란다.
유령은 2014년에 죽었단다. 어떻게 왜 죽었는지는 묻지 말란다.  
선문답이 이어진다.
사람은 우울증에 걸렸고 추석날 홀로 지내고 있는 처지다.
유령은 향이 좋아 멀리 못가고 죽어서도 이승을 떠돌고 있단다.
둘은 담배로 나눠 피운다.
유령은 사람에게 슬픈 냄새가 난다고 한다.
사람은 친구와 무척 친해서 시시콜콜 모든 얘기를 했는데 
친구 역시 우울증에 걸려 연락이 잘 안 됐단다.
근데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의 우울이 심해 전화를 못받았단다.
그게 못내 아쉽고 그후 그 친구가 죽었다. 
유령은 사람을 달랜다. 친구는 저 멀리 좋은데 가서 나처럼
떠돌지 않는 거라고...
그리고 가을손님은 떠난다.  

 

이은용 작가

 

이은용
극작가. 1992년 9월에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으며, 
2019년 희곡 「그리고 여동생이 문을 두드렸다」 가 
연극원 신작희곡페스티벌에 당선되면서 본격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연극 <우리는 농담이(아니)야>로 제57회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받았다. 
2021년 2월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