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희곡

김동리 원작 김영무 극본 '사반의 십자가'

clint 2024. 4. 10. 08:12

 

 

예수 재세 시절. 갈릴리 호수 주변에 있는 어느 산 위에

은밀한 동굴 하나가 있는데, 거기가 소위 로마 군정에 저항하는

이스라엘의 지하 조직인 유대인의 혈맹단 본부이다.

그 혈맹단의 단장 사반이 단원들과 함께 피의 결의를 맺으면서

단사로 하닷을 모시고, 아내 실비아도 소개하면서, 애굽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했던 옛날의 모세와 같은 메시아가

나타날 때까지 비밀리에 활동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다.

그때 단원인 야일이 아레타스 왕의 사신이라며 아굴라를 데려온다.

당시에는 조그만 냇물 하나를 경계로 유대 나라인 나바티야와

아라비아계인 헤롯 왕가들이 이웃하고 있었다. 아굴라는 로마의 앞잡이로

알려진 헤롯가의 안디바 왕이 세례 요한을 감금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만약 혈맹단이 세례요한 구출에 나선다면 황금 2달란트를 선불하겠다는

아레타스 왕의 서한을 내민다. 사반은 조직의 운영 자금조로

일단 황금 두 달란트를 받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례 요한이

메시아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실의의 빛을 띄운다.

그때 야일이 메시아로 예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그리하여 예수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와  마리아와

함께 있던 사반은 단원들로부터 수많은 기적을 행하는

예수의 권능을 전해 듣고, 그를 메시아로 확신하게 되면서,

예수를 직접 만나볼 결심을 한다. 이윽고 마리아의 사촌동생이며

예수의 제자인 빌립의 주선으로 세리였던 마태의 집에서

예수와 사반이 만나게 된다. 사반은 예수에게 옛날의 모세처럼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을 위해 투쟁에 앞장서 줄 것을 간청하지만,

예수는 하늘나라의 복락 만을 강조한다.

한편 세례 요한이 인디바 왕의 애첩인 헤로디아에 의해 살해당하고,

로마군 병기창에 방화 사건이 발생하여 수천 명의 로마 군이 진입해서

혈맹단 소탕 작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심지어 실비아가 로마군의 포로가

되는 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사태가 긴박해지자 사반은 다시 한번

예수를 만나 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구원의 손길을 간청하지만,

예수는 결코 움직이려 들지 않는다. 사반은 로마군을 불러들인 반역자로

아굴라를 지목하고, 그를 붙잡아 들인다.

그랬는데 아굴라가 로마군의 포로가 된 실비아를 구출해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반이 오히려 그를 신임하기에 이른다.

그때를 놓칠 새라 실로 교활한 아굴라는 로마군에게 끌려간

하닷을 구할 수 있는 길이라며, 사반을 충동질해서 함정에 빠트린 다음,

혈맹단의 본부가 있는 굴 앞으로 달려간다.

물론 실비아는 무사히 살아남아 있었다.

이를 테면 아굴라는 일삼아 방화사건을 일으켜

혈맹단의 소행으로 만든 다음, 로마군에게 사반을 체포하는데

협조하는 명목으로 돈을 벌고, 인디바 왕에게서도 돈을 받았다.

혈맹단이 안디바 왕성을 공격하기로 했다는 정보 등을 흘려준 보상이었다.

그는 실비아를 데리고 낯선 곳에 가서 잘 살아볼 결심을 굳히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아굴라의 흉계로 로마군에게 잡혀 십자가에 처형될 때도

예수의 옆 십자가에서 같이 처형될 처지에도 사반은 끝까지

예수가 말하는 내세의 낙원을 거부하며 죽는다.

 

예수 옆에서 같이 처형된 도둑 중 한명이 이 작품의 주인공인 사반이라는 전제로 쓰여진 소설이다.

 

 

김동리가 지은 장편소설로 1955 11월부터 1957 4월까지 18회에 걸쳐현대문학에 연재되었된 작품이며, 그 뒤 1982년 홍성사 간행으로 다시 개작, 발표되었다. 표제의사반은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도둑으로서, 예수의 삶을 그 배면에 깔면서 사반의 지상적인 투쟁의 일생을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품의 소재는 성서 등에서 얻어진 것이지만 기록의 사실성과 소설적인 관심의 허구성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이 작품은 결국 천상적인 것과 지상적인 것의 대립을 그린 것으로, 사반이 구하는 유대의 독립이 지상적인 것인데 비하여 예수가 뜻하는 생명의 물로 거듭 태어남은 천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반과 예수는 일치를 이룰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예수와 사반의 결렬을 통하여 천상적인 것과 지상적인 것의 대립은 어느 한쪽만으로도 불완전하며, 서로를 보완할 때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이러한 발상은 정신적인 실바아와 육체적인 마리아에 대한 사반의 동등한 사랑의 태도와도 관련된다. 지상의 유대 왕국을 위하여 메시아의 날을 기다리는 사반과 천상 왕국을 위한 예수와 두 번의 대면은 이 작품 구성의 중대 대목으로 작품의 내면적 의의가 직접 제시되는 부분이나 예수의새 나라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사반의 기대는 끝내 결렬된다. 결국 이 작품은 사반의인간주의와 예수의천상주의를 서로 맞서게 함으로써 구원을 위한 현실 참여의 문제 및 종교나 종교인이 가지는 이상과 현실간의 괴리를 암시하고 있다. 1950년대 중반은 우리 민족이 일제식민지라는 시련과 6. 25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큰 상처를 입고 난 직후다. 그런 시절 김동리의 '사반의 십자가'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우리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작가 김동리

 

극본가의 글 - 김영무

한국의 현대문학사 속에서 김동리 선생의 작가적 위치나 작품의 자리매김 등이 대표''이란 사실에 재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일반론적 평판에 마음이 쏠려 그의 장편소설인 <사반의 십자가>를 선뜻, 대본으로 각색해 보겠다는 생각을 굳히지는 않았다. 작가마다 혹은 매 작품마다 집필을 하게 되는 모티브는 각기 다른데, 이 작품의 경우 나는 우선 강렬하면서도 영원한 주제의식에 마음이 이끌려, 각색 작업에 몰두하려 들었다. 이를 테면 주인공인 사반은 지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로 천국을 가리키는 나사렛 예수와 맞서는 인물로 그려져 있는데, 그러한 갈등은 어느 한 시대의 문예사조사적 주제가 아니라, 영원하면서도 보편적인 주제이다. 다른 한편 김동리 선생의 성장기가 암울한 일제 식민지였다는 시대적 배경과 이 작품을 발표했던 1,950년대 중반기 등을 감안해 볼 때, 소위 제2의 주제를 상정할 수도 있는데, 비록 2천여 년 전의 이스라엘을 무대로 잡은 작품이지만, 일제 암흑기 내지 6. 25전쟁 등으로 말미암아 국토가 분단 되고 폐허가 된 조국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작가는 하나님을 향한 일종의 염원을 이 작품에서 그렸다는 가설도 가능하리라. 특히 남북 통일을 성취하지 못한 오늘날의 우리 민족적인 현실 앞에서는 제2의 주제 또 한 현재 진행형인 저자의 절실한 작가 의식으로 인식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대작인 원작을 무대 작품화 할 때는 항상 부닥치는 문제이지만, 이 작품에서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에피소드들이 많았지만, 별 수 없이 생략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제의식 하나 만은 분명히 살리고자 애를 썼다는 고백만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 대본은 공연 안됨. 

'한국희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민기 '마당극 아리랑고개'  (1) 2024.04.11
이청준 원작 송전 각색 '씨레네'  (2) 2024.04.11
이은용 '가을 손님'  (1) 2024.04.09
김경민 '섬'  (2) 2024.04.09
최원종 '무지개 끝에서의 키스'  (1) 202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