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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비 '플레이 디렉팅 – 코끼리를 무대에 올리는 방법'

천상천하 유아독존 괴짜 예술가 서윤성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문자메시지... (중략) 암에 걸렸습니다, 제가. 3기이고, 수술하면 살 수도 있답니다. 5:5 정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수술비가 없습니다. 국민은행 866821-83-873992 서윤성 물론 안 보낸다고 서운해 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몇 푼 보낸다고 대단히 고마워하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까짓 거래에 감동을 기대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냥 조금 위험한 투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살아나면 이자 쳐서 돌려받으실 거고, 죽으면 꽝입니다. 여러분이 가짜 예술의 등에 올라타고 질주하는 동안 진짜 예술과 씨름하며 죽어가고 있는 예술가, 서윤성 씀. 문자는 적폐로 물든 연극계에 불편한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나 동정표를 이용해 거액의 작품..

한국희곡 2024.03.19

예브게니 시바르츠 '드래곤'

고전 동화를 차용하거나 동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을 써온 시바르츠는 알레고리적 상징, 모호한 선악개념, 허를 찌르는 반전을 통해 당대 사회와 정치적 현실, 인간의 본질과 품성을 꼬집고 폭로했다. (1934), (1940)에 이어 전제 폭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1944)은 시리즈를 마감하는 희곡답게 대답하고 용감무쌍하다. 이 세 작품은 권력의 본질과 대중의 속성, 통치의 기술, 정치의 타락과 왜곡 등을 예리한 알레고리로 재구성한 희곡들이다. 삼부작이 집필된 시기는 유럽에서 정치권력의 기형화와 대중의 우민화가 극심해지던 때였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득세하고 제국주의 침탈과 폭압이 세계적 규모에서 자행되던 절망의 시대였고, 2차 세계대전은 그 모든 폐단과 모순을 유혈낭자한 살생의 지옥도로 도상화..

외국희곡 2024.03.18

오광욱 '17번'

정부는 성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복지정책으로 '로봇섹스 이용권'을 제공한다. 남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여자로봇과 섹스 할 수 있는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다. '최현'은 인간과 로봇의 섹스는 불결한 행위라 간주하고 거부하지만 친구 '정백'은 일주일에 한 번도 부족하다. 정백은 현이의 명의를 빌려 '보건관리소'에 다녀오고 현이에게 여행권 선물을 제공한다. 현이의 보건증을 확인한 여자친구 '민지'는, 남자친구인 현이가 로봇과 섹스했단 사실에 분개하며 일시적 이별을 선고한다. 정백은 민지의 행동을 두고, '남자를 이해하지 않는 잘못된 페미니즘'이라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이를 데리고 '로봇섹스 보건관리소'로 방문한다. 거기서 현이는 17번 섹스로봇을 만난다. 17번과의 잠자리를 통해 혼란을 ..

한국희곡 2024.03.18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극은 19세기 말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배경으로 변호사, 그에게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변호사는 바틀비가 끊임없이 “저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고민에 빠진다. 결국 바틀비가 자신이 요구하는 모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를 버리고 사무실을 이전한다. 바틀비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않다가 건물주에 의해 교도소에 갇힌다. 변호사가 바틀비를 찾아갔을 때 그는 외친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는 눈을 뜬 채 숨을 거둔다. ‘모비딕’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허먼 멜빌(1819~1891)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필경사는 복사기가 없던 시절 서류 작업 등을 위해 글을 받아쓰던 직업이다. 극은 변호사..

외국희곡 2024.03.18

이난영 '갈릴레이의 망원경'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은애는 학교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나자 가해 지목자인 지훈과 상담을 시작한다. 은애는 폭력 가정의 피해자인 동시에 소년원 경력이 있는 지훈이 죄의 굴레를 끊어내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훈에 대한 편견 따위는 없다고 자신했다. 한편 은퇴한 경찰이자 은애의 아버지 기문은 언제부턴가 불시로 담을 넘어오는 소년의 환영에 괴로워한다. 소년은 18살의 기문 그 자신이었다. 소년은 수시로 나타나 노년이 된 기문을 40년 전, 죄가 시작되었던 그날로 이끈다. 40년 전, 18살이던 기문은 고철을 훔치러 갔다 살해당한 시체를 발견한다.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모든 것에 침묵하던 기문은 동행했던 친구 탓에 고철을 훔쳤던 것이 밝혀질까 두려워 거짓 증언을 하게 된다. 범인을 목격했다는 것! 졸지에 살인..

한국희곡 2024.03.17

고비야마 료이치 '열엿새 달' (원제: 요츠야괴담)

요츠야 목공소에서 일하는 이사쿠와 목공소 사장의 딸 미화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미화는 이사쿠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집안의 가보인 숯돌을 사랑의 증표로 주지만, 이사쿠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어머니 쿠마코가 나타나 금전적 도움을 요청하자 다시는 자신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미화에게 받은 숯돌을 넘기고 만다. 이사쿠와 미화의 결혼식 날, 미화의 아버지 사몬이 빌린 돈을 갚으라면서 폭력배들이 들이닥친다. 결혼식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그 충격으로 사몬은 죽고 만다. 그로 인해 요츠야 목공소는 몰락하고 이사쿠는 미화와 그녀의 동생들을 돌보게 된다. 하지만 적당한 목수 일을 구하지 못한 이사쿠는 탄광에서 일하는 한편, 피를 팔아가며 비참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사쿠는 미화와 함께 ..

외국희곡 2024.03.17

이오진 '콜타임'

먼저 제목인 콜타임(CALL TIME)은 공연에 참가하는 출연진과 스태프가 공연 전 극장에 모이기로 정해 놓은 시각을 말한다. 40대의 여자배우와 20대의 페미니스트 조연출이 빈 극장에서 처음 보는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극단 생활 12년차 여자배우 범순,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페미니스트 여성 조연출 은호. 둘은 한국근대희곡의 아버지라 불리는 천재 극작가 이진오의 를 공연 중이다. 작품 내용을 보면 최인훈씨와 오태석씨 작품으로 보인다. 범순이 대사를 틀려 공연을 말아먹은 다음 날, 둘은 콜타임보다 1시간 일찍 극장에 도착하고 둘 사이엔 우르릉쾅쾅 천둥과 벼락이 친다. 그리고 이제 더는 그 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연극은 극단 생활 12년 차인 40대 연극배우 범순과 이제 막 연극을 시작한 21살의 ..

한국희곡 2024.03.16

최진아 '연애얘기 아님'

〈연애얘기 아님>(2004)은 세상을 독립적으로 실아가기 위해 애쓰는 젊은 여자의 얘기다. 주인공인 보험회사 기획실 직원 선희는 험한 세상을 버텨내기 위해서는 너무 잘해주는 남자친구 석영과 헤어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최진아 희곡에서 데뷔작부터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성의 하나는 종래 희곡의 집약된 사건과 극적 갈등이 아닌 여주인공의 자유로운 일인칭 내러티브로 극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유들유들한 부하직원 재우과 신경전을 벌이며 일에 시달리는 선희는 시도 때도 없이 공상과 회상과 환상에 빠져드는데, 늘 따뜻하게 격려를 해주는 석영이 공상의 단골손님이다. 그런데 석영과의 공상 도중 둘은 시골의 어머니의 물레방아와 나무 평상을 찾아가며, 그곳에 회사직원이 재우까지 끼어들어 시골풍경으로의 무대전환을 거들고 미숫가루를..

한국희곡 2024.03.16

알렉시 케이 캠벨 '프라이드'

1958년, 필립과 실비아 부부의 집에 실비아의 직장동료인 올리버가 방문한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동화작가 올리버와 규율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필립. 그런 필립은 올리버에게 묘한 호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두 사람의 미묘한 길를 알아차린 실비아는 불안해하는데... 2008년, 필립과 올리버는 공식적인 연인 사이이다.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자유분방한 사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필립과 올리버는 서로 다른 가치관때문에 자주 다투고, 실비아는 둘을 화해시키려 애쓴다. 1958년과 2008년 영국을 배경으로 게이들의 삶을 다뤘다. 같은 인물이 두 시대를 살아가면서 변한 모습을 관람하는 자..

외국희곡 2024.03.15

F. 뒤렌마트 '분신'

연출가와 극작가가 새로운 극에 대한 이야기한다. 극작가는 한 사나이와 그의 분신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이끌기 시작한다. 한 사나이는 잠자리에서 자신의 분신을 만난다. 분신은 사나이가 살인죄로 사형집행을 선고 받았음을 알린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분신은 분신이 살인을 했으니 사나이가 살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사나이는 분신과 자신의 일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사나이가 사형되기 전날 밤, 분신이 사나이를 감옥으로부터 구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분신은 사나이가 자기를 죽일 것이라고 말하며 사나이를 자기의 부인에게 보낸다. 분신의 부인은 분신이 죽어야만 한다며 사나이에게 죽이라고 부탁한다. 사나이는 독이 든 술잔을 가지고 내려오지만 분신의 부인에게 총을 쏜다. 사나이는 살인하지 않으려다가 살..

외국희곡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