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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브게니 시바르츠 '드래곤'

고전 동화를 차용하거나 동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작품을 써온 시바르츠는 알레고리적 상징, 모호한 선악개념, 허를 찌르는 반전을 통해 당대 사회와 정치적 현실, 인간의 본질과 품성을 꼬집고 폭로했다. (1934), (1940)에 이어 전제 폭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에 해당하는 (1944)은 시리즈를 마감하는 희곡답게 대답하고 용감무쌍하다. 이 세 작품은 권력의 본질과 대중의 속성, 통치의 기술, 정치의 타락과 왜곡 등을 예리한 알레고리로 재구성한 희곡들이다. 삼부작이 집필된 시기는 유럽에서 정치권력의 기형화와 대중의 우민화가 극심해지던 때였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득세하고 제국주의 침탈과 폭압이 세계적 규모에서 자행되던 절망의 시대였고, 2차 세계대전은 그 모든 폐단과 모순을 유혈낭자한 살생의 지옥도로 도상화..

외국희곡 2024.03.18

오광욱 '17번'

정부는 성범죄율을 낮출 수 있는 복지정책으로 '로봇섹스 이용권'을 제공한다. 남자라면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여자로봇과 섹스 할 수 있는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다. '최현'은 인간과 로봇의 섹스는 불결한 행위라 간주하고 거부하지만 친구 '정백'은 일주일에 한 번도 부족하다. 정백은 현이의 명의를 빌려 '보건관리소'에 다녀오고 현이에게 여행권 선물을 제공한다. 현이의 보건증을 확인한 여자친구 '민지'는, 남자친구인 현이가 로봇과 섹스했단 사실에 분개하며 일시적 이별을 선고한다. 정백은 민지의 행동을 두고, '남자를 이해하지 않는 잘못된 페미니즘'이라 말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현이를 데리고 '로봇섹스 보건관리소'로 방문한다. 거기서 현이는 17번 섹스로봇을 만난다. 17번과의 잠자리를 통해 혼란을 ..

한국희곡 2024.03.18

허먼 멜빌 '필경사 바틀비'

극은 19세기 말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배경으로 변호사, 그에게 고용된 필경사 바틀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변호사는 바틀비가 끊임없이 “저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는 말을 되풀이하자 고민에 빠진다. 결국 바틀비가 자신이 요구하는 모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를 버리고 사무실을 이전한다. 바틀비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않다가 건물주에 의해 교도소에 갇힌다. 변호사가 바틀비를 찾아갔을 때 그는 외친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그는 눈을 뜬 채 숨을 거둔다. ‘모비딕’으로 유명한 미국 작가 허먼 멜빌(1819~1891)의 3대 걸작 중 하나인 동명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필경사는 복사기가 없던 시절 서류 작업 등을 위해 글을 받아쓰던 직업이다. 극은 변호사..

외국희곡 2024.03.18